[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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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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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미오의 미스터리 -

  이민와서 제일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는 질병이다. <작년 3월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큐미오의 F라는 중국인이 침을 잘 놓는다고 했다. 감 농장 쪽으로 주소만 들고 어렵게 찾아 갔다가 무척 놀랐다. 간판, 문패, 화살표, 출입구 등 아무런 표식이 없었고 병실도 제대로 갖춰 있질 않았다.

  마구간을 개조한 것과 같은 건물(하긴 예수님도 마구간에서 태어났으니 이건 이해한다 치더라도)에 접수 창구도 간호사도 대기실도 없었다. 신발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 문을 열어 보니 여기저기 침대들이 놓여 있고 각양각색의 환자들이 그 위에 산발적으로 누워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불결하다'는 인상이 짙게 풍겨 나왔다. 도처에 피 묻은 솜들이 널려 있고 어디 하나 편한 눈길을 줄만큼 깨끗한 곳이 없었다. 워낙 더러워서 거부반응이 일었지만 어쨌든 '잘 고치기만 하면 참을 수 있겠다' 싶어 죽은 듯 다녀보기로 했다. 환자의 70% 정도는 한국 사람들로 보였는데 학생, 청년, 노인 그리고 BMW를 타고 온 부티나는 아줌마들도 더러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그것도 오전만 진료한다는데 한 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10분 정도 간격으로 연신 환자들이 들어 오는데 이상하게도 침 놓는 부위가 감기 환자건, 척추 환자건 비슷해 보였고 진료비 또한 남녀 노소, 병명 불구 무조건 현금으로 $30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호황인지 양쪽 주머니에서 현금이 삐져 나올 정도로 빵빵했고, 간호사도 없으니 한편으로는 돈을 직접 받고, 한편으로는 침을 놓고 있었다.  

  세 번째 갔던 날은 자리가 없어 건넌방으로 가라고 해서 들어 갔는데 다닥다닥 붙은 침대 세 개중 두 개는 이미 아줌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민망하게도 엉덩이 반쯤까지 옷을 끌어 내린 채 허리춤부터 침을 찔러 꽂은 채로 있었다. 눈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아예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리며 누워 있자니 벼라별 공상이 다 들었고 이런 곳에서 꼭 이렇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여하튼 의료기관 치고는 참으로 희안한 곳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 달 정도 다녔으나 나한텐 궁합이 안 맞는지 별 차도를 느끼지 못해 그만 두었다.> 이민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었다.

  일 년 가까이 괴롭히던 팔과 어깨가 낫고 보니 허리에 또 이상이 생겼다. 요새는 골프도 못하고 특별히 허리 쓸 일도 없는데 웬일일까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달간 신나게 시골 생활을 즐긴 것이 화근인 듯 싶었다. 작년 12월 교외로 이사 온 후로 잔디 깎고, 나무 심고, 톱질, 도끼질 한 것이 누적이 된 것 같다. 풀 뽑고, 나무 심으며 '양촌리 전원일기'를 생각했고, 도끼질 하면서 '7인의 신부'를 회상하는 동안 반 년이 훌쩍 지나 겨울로 들어 선 것이었다.

  어쨌거나 아프면 고민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병원 가기를 겁내고 꺼려 했었다. 주사 맞는 것도, 아침 굶고 피 뽑는 것도 싫었다. 더군다나 이민와서 병원을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코 큰 의사를 어떻게 대할지 겁부터 났다. 이럭 저럭 3-4주 고생하는 중에 수 많은 지인들의 조언을 들었다. 열이면 열, 만나는 사람마다 다 의사이고, 모두 처방이 달랐다. 그러는 동안 한의사로부터 침도 맞았고, 친구가 사 온 약을 바르기도 하고, 이웃 사촌의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M 사장님의 수지침을 맞기도 하고,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 조금씩 도움이 되었겠지만 완쾌 되지는 않았다. 한국 같으면 최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이나 한의원을 쉽게 찾아 갈 수 있을텐데 제한된 선택이 우리를 서럽게 한다.  

  <한 두 달 전 60대 초반의 교민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교류는 거의 없었지만 아는 사람이었고 부부가 다 성실하게 살아 온 분들이었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 동안 몇 가지 증상이 있었지만 본인이 워낙 과묵한 성격이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다 보니 암이 말기까지 이르고 온 몸에 독이 퍼진 모양이었다. 이민 생활에서는 특히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도 없는데 그렇게 같이 지내다가 어느 한 쪽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겠는가!>

  전기 장판에 허리를 지지며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민 와서 제발 아프지는 말아야겠지만 일단 아프면 본인은 엄살을 심하게 피우고, 주위에 최대한 광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본인보다 가족이 나서야 한다.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 아니면 주위의 그 누군가라도 서둘러서 병원이든, 한의원이든, 억지로라도 끌고(모시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돈 생각하고, 영어 생각하고, 절차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자칫 부(富)도, 행복도, 가장 중요한 인생까지도 놓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아픔은 슬픔을 낳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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