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0 개 2,802 KoreaTimes
  긴다리는 저력이었다.
  '진 웹스터(Jean Webster)’ 의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 는 1912년 작품이다. 그녀가 30대 중반에 쓴 이 소설은 지난 세기 동안 전세계에 걸쳐 꾸준히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남녀노소 모든 세대에 두루 읽히는 가장 있기 있는 문학작품의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제루샤 아보트(Jerusha Abbott: 일명 Judy)’는 고아 출신이다. 하지만 Judy의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문학성은 그녀의 재능을 간파한 한 후원자에 의해 고아인 그녀를 대학에 보내게 만든다. 그녀의 후원자가 바로 ‘키다리 아저씨’ 라는 미명의 젊은 재벌 2세이고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나중 둘은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쥬디는 신데렐라가 되어 키다리 아저씨와 결혼하게 된다는 고전적 해피엔딩이다.>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스토리가 무려 한 세기 동안이나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유지하고, 심지어 교과서로까지 쓰이는 데에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지금 한국에선 한화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과 그의 둘째 아들의 ‘보복 폭행 사건’ 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한화그룹은 모기업인 한국화약을 필두로 제조, 건설, 금융, 서비스, 레저에 걸쳐 무려 33개 계열회사와 2만 5천여명의 사원을 거느린 국내 9위의 재벌 그룹이다.
  그러한 막강 한화가 국내 최대 로펌인 ‘김 앤 장’ 을 방패로 부자 모두 모르쇠로 대처하고 있어 사건 전모가 들어날 지는 미지수이다. 정부나 언론에 밉게 보여 더 확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마디로 ‘노불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의 기본을 무시하고 ‘한국 재벌 특유의 카리스마와 기업의 사조직화의 전형’ 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순발력 그리고 밤 새워 일하는 끈기는 분명 한국인의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사욕과, 성공만을 위한 한치의 여유도 없는 돌진은 그 좋은 장점들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거나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진 서구사회의 사고 방식은 민주와 번영과 복지로 요약 될 수 있다. 동양인들의 목표는 성공과 과시와 끝없는 욕망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부자들이 번 돈의 많은 부분을 자선기관 내지는 교육기관 등에 도네이션 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경제 강국’ 에서는 돈을 벌수록 더 버는 쪽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쌓은 부를 과시 한다. 때문에 서구 사회에서 재벌은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인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질시와 타도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지속적인 성공의 길이요 자기 담장 안에 파 묻어 두고 자랑만 하는 것은 파멸의 길’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부모들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은 사회 발전과 공익 우선은 외면한 채 내 자식만 편하고 성공하면 된다는 굴절된 의식 속에 빠져 버리기 십상이다.

  안타까운 것은 교민 수 3만 명 밖에 안 되는 뉴질랜드에도 질시와 비방이 끝없이 난무하는 가운데 고국과의 판박이 교민 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질서와 신뢰는 사라지고 극도의 이기주의, 찰나주의, 소영웅주의가 만연 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원래 우리나라는 윤리 대국, 예의 강국이었다. 그런데 경제 대국, 스포츠 강국이 되면서 무늬만 예의지국으로 변하고 무질서와 경쟁만이 판을 치는 혼탁과 불확실성의 사회가 되었다.
‘키다리 아저씨’ 에서 쥬디는 말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생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만 경쟁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 멀리 지평선 위에 있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예요. 그리고 너무 성급히 목적지에 도달하려 하기 때문에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지나치는 아름답고 평화스런 전원 풍경은 하나도 못 보고 말아요. 그리고 나서 비로소 깨닫는 것은 ‘이미 자기가 늙고 지쳤다는 것과, 목적지에 도달하든 못하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김수환 추기경은 “모든 게 ‘내 탓이오’ 라고 생각 하면 사회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후로 한 동안 ‘내 탓이오’ 표어가 사방에 걸리고 심지어 자동차의 뒷 범퍼에까지 스티커가 나붙기도 했다. 또한 무소유를 주장한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고 가장 평범한 말로 가장 심오한 진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키다리 아저씨’ 같은 세대 공감의 명작이 나와야 한다.
  그럴러면 성현들의 금언처럼 여유와 이해와 양보의 정서가 바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현재 [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댓글 0 | 조회 2,803 | 2007.05.08
긴다리는 저력이었다. '진 웹스터(Jean Webster)’ 의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 는 1912년 작품이다. 그녀가 30대 중반에 쓴 … 더보기

[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댓글 0 | 조회 2,458 | 2007.04.24
한인회장을 처음 맡은 것은 2002년 9월이었다. 당시 한인회는 혼미를 거듭했고 한인회장 또한 개인사정으로 일선에서 떠난 ‘보궐상태’ 였다. 어려운 시절 아무도 … 더보기

[354] '오클랜드에 살으리랏다'

댓글 0 | 조회 2,675 | 2007.04.11
배위에서 보는 오클랜드의 야경은 진정 아름다웠다. 지난 3월 모 법률회사가 주관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 받아 간 적이 있다. 서울에서는 잠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 더보기

[353] 지와 사랑

댓글 0 | 조회 2,796 | 2007.03.27
요즈음은 ‘지와 사랑’이 아쉽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대표작이라할 ‘지와 사랑’을 한글로 만 써 놓으면 인터넷 세대들은 ‘G씨와의 사랑’으로… 더보기

[352] 신 뢰

댓글 0 | 조회 2,926 | 2007.03.12
민주사회에서 신의와 신뢰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재철 목사는 “왜 많은 집에 KAL 담요가 있습니까? 이는 절도행위입니다.”하고 탄식했다. 언제부턴가 … 더보기

[351] 비교는 상처를 부른다

댓글 0 | 조회 2,829 | 2007.02.26
21세기는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미개척 분야, 불확실성의 문제들이 새천년초에는 해결 되거나 업그레이드 되리라 예측하고 기대했… 더보기

[350]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댓글 0 | 조회 2,974 | 2007.02.13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이라해서 행복만 가득찬 것도, 못 사는 나라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이요, 선진국 중의 선두… 더보기

[349] 조개 줍는 아이들

댓글 0 | 조회 9,142 | 2007.01.30
‘조개 줍는 아이들’-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다. 책은 때때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독자의 분신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취미가 있고 독서라는 항목은 많은… 더보기

[348] 모란꽃 피는 언덕

댓글 0 | 조회 2,841 | 2007.01.15
모란은 소담스럽고 귀티가 나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교민지들이나 한국 메스컴에서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다. 으례 연초가 되면 … 더보기

[347] 씁쓸한 교민간담회

댓글 0 | 조회 2,965 | 2006.12.22
노무현 대통령과의 교민간담회는 뒷맛이 씁쓸했다. 특별한 이슈나 현안문제가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가 원수의 국빈 방문이었기에 관심들이 많았다. 그… 더보기

[346]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난다

댓글 0 | 조회 3,044 | 2006.12.11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다. 소문 뒤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속담중에는 현실에 딱 들어 맞는 내용들이 많아 선인들의 기지나 풍부한 … 더보기

[345] 부동산은 말이 없다

댓글 0 | 조회 2,863 | 2006.11.27
부동산은 언제나 말이 없다. 하지만 그 부동산을 둘러싸고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뉴질랜드 부동산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이다. 90년대 초중반과 지금의 지도를 비교해… 더보기

[344] 꽃구름과 한국환상곡

댓글 0 | 조회 2,799 | 2006.11.13
해금 선율은 압권이었다. 11월인데도 여전히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하고 밤이면 의례껏 전기 장판을 켜 놓아야만 한다.하지만 이제부터 5개월 정도는 따뜻하고, 쾌적한… 더보기

[343] 공포불감증(恐怖不感症)

댓글 0 | 조회 2,845 | 2006.10.24
10월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유엔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피선과 북한의 ‘핵실험… 더보기

[342] 꿈과 욕심

댓글 0 | 조회 2,954 | 2006.10.09
골프에서 “버디 하려다 보기한다”는 말이 있다.그린에서 퍼팅 할 때 ‘파’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리인데 ‘버디’ 하려고 욕심 내다 파도 못하고 ‘보기’를 하게 … 더보기

[341] 천국도 지옥도 내 마음 속에

댓글 0 | 조회 2,665 | 2006.09.25
뉴질랜드의 봄은 목련과 함께 피어난다. < LA에 자식들 따라 이민 온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 할머니가 있었다. 늘 붙어 다니던 어느 날 경상도 할머니가 화장… 더보기

[340] 바다이야기

댓글 0 | 조회 2,527 | 2006.09.11
‘바다이야기’는 쓰나미이다. 수년전 아메리칸컵 대회에서 2연패한 ‘팀뉴질랜드’가 퀸스트리트를 시가행진 할 때 수십만 인파가 몰려 최고의 축제분위기를 연출했었다. … 더보기

[339] 지도자

댓글 0 | 조회 2,665 | 2006.08.21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정과 성장, 국민의 행복을 이끌어 내는 리더쉽이다.세종대왕은 안정과 성장과 행복이라는 3박자를 이끌어 낸 성군이었다. 그는 총… 더보기

[338] 버릴 줄 아는 삶

댓글 0 | 조회 2,355 | 2006.08.07
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가져갈 것처럼 욕심부리며 산다. 몇일 전까지 한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만큼 줄… 더보기

[337] 정말 가난한 사람

댓글 0 | 조회 2,531 | 2006.07.24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박사를 만난 것은 1990년 7월 루브르 박물관에서였다. 우연히 마주쳤다는 게 바른 표현이겠는데 호킹박사는 그해 한국… 더보기

[336] 오클랜드의 겨울나기

댓글 0 | 조회 2,641 | 2006.07.11
오클랜드의 겨울은 삭막하다.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라는 김종서 시조가 떠오른다. 인간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라는 오클랜드-여름엔 사실 그말이… 더보기

[335] 행복한 날들이었는데

댓글 0 | 조회 2,479 | 2006.06.26
월드컵이 있어 그나마 행복했었는데, 알프스 산맥은 역시 험준했다. 뉴질랜드 전국이 올 겨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12일 강풍으로 오클랜드… 더보기

[334] 싸이먼 효과와 코리언 열풍

댓글 0 | 조회 2,626 | 2006.06.12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때 우리는 뉴질랜드의 겨울 속에 울고 있었다. 엘림교회의 체육관에 특설된 대형화면을 통해서도 200여명의 교민들이 모여 목이 … 더보기

[333] 더불어 사는 지혜

댓글 0 | 조회 2,653 | 2006.05.22
조조에 쫓기던 초라한 유비가 융중 초당으로 제갈공명을 삼고초려(三顧草廬))했을 때이다. 공명은 이른바 ‘천하삼분(天下三分)책’을 역설하면서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 더보기

[332] 사나이로 태어나서

댓글 0 | 조회 2,489 | 2006.05.08
내가 입대한 것은 북한 제124군부대 소속 김신조와 그의 친구들 30명이 ‘청와대 폭파와 박정희 암살’이라는 가공할 목표로 고랑포 서남쪽 휴전선을 뚫고 동두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