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모란꽃 피는 언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48] 모란꽃 피는 언덕

0 개 2,837 KoreaTimes
모란은 소담스럽고 귀티가 나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교민지들이나 한국 메스컴에서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다.

으례 연초가 되면 새 수첩에 전화번호도 옮겨 적고, 새 달력을 걸고, 새해 설계도 꾸며 보고 가족과 친지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모두 새해에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올해는 별 흥이 나질 않고 행복과 희망의 체감 온도도 높아지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 보아도 별 재미 있는 일이 없고, 교민 경제도 그렇고 고국의 현실 또한 그렇다.

새해 인사가 언제 부터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부자 되세요’가 더 인기 있다지만 특별히 복 많이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부자 될 길’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지난 해 교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민법 개정을 앞두고 여러 교민지들이 David Cunliff 이민성 장관의 ‘크리스마스’선물을 앞 다투어 보도 했지만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다 지나도록 선물은 커녕 이렇다 할 후속보도가 전혀 없다.

장관이 거짖말을 했는지 아니면 교민지들이나 Fancy Wong이 오해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확대 보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절실히 기다리는 교민들의 심정에 쓸 데 없는 기대감만 키워 준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연말 뜰이 좀 넓은 집으로 옮겨 왔다. 처음 이민 와서 꽃과 나무를 찾아 신이 나게 돌아 다니던 때를 상기하면서 타카니니의 ‘Whole Sale Tree’ 나무 시장을 찾아 보니 여전히 꽃도 나무도, 그것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데 5년 사이에 값들이 많이도 올랐다. 이웃 사람들에게 들으니 5년전쯤 주인이었던 Roser씨가 그곳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단다. 수소문해서 ‘39 Tidal Rd., Mangere’에 새로 문을 연 ‘Roser Hunters’라는 나무시장을 찾아 갔다.

‘Whole Sale Tree’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작았지만 다양한 나무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고 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빗속에서 모란꽃을 비롯한 몇가지를 골라 신나게 달려와 어둠이 내리도록 땅을 파고 심었다. 지대가 좀 높은 편이어서 ‘모란꽃 피는 언덕’이라 이름 붙여 놓으니 그럴듯 해 보였다. 그런데 모란꽃은 화려해 보이지만 향기가 없다던 말이 생각 났다. 중국이 원산지인 모란에 대해서는 일찍이 신라 시절부터 에피소드가 있다.

<신라 진흥왕에 이어 진지왕, 진평왕이 왕위를 계승하였지만 진평왕에게는 딸만 있었다. ‘마야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맏딸 덕만 공주가 왕위에 오르니 그가 신라의 첫 여성임금인 제27대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은 첨성대, 분황사, 황룡사 9층탑을 짓게한 덕망이 높고 지혜가 출중한 인물이었다. 어느날 당나라 태종이 모란꽃이 그려진 병풍을 보내 왔는데 여왕은 이를 보고 말했다.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이 드느냐?”고 묻자 “그림 속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소. 이는 내가 배우자가 없음을 깔 보는 것으로 생각 되오.”라고 대답했다. 나중 모란꽃을 보니 정말 향기가 없었던 것이다.>

뉴질랜드에 교민들이 많이 들어 오게 된 것은 91년 11월 ‘점수제이민법’이 도입 되면서 부터이다. 불과 15년 사이에 교민 수도 수만 명이 되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이제는 되었구나. 마음 턱 놓고 기펴고 살게 되었다.”고 얘기할 상황은 되지 못했다. 영어 때문에, 직업 때문에,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고 시련도 많았다. 많은 이들이 호주를 비롯한 제3국으로 떠나갔고 또 다시 새로운 이들이 들어 왔다. 그러는 사이 고국이 IMF를 거쳤고, 거듭된 이민법의 악화속에 아직까지도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도 사고 그럭저럭 먹고는 살아 왔다. 겨우 이민이라는 모란꽃은 심었지만 향기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모란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시지프스가 될 수는 없고 모란꽃만 바라볼 수도 없다. 옆에 자스민도 심고, 라벤다도 천리향도 심어야 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든을 꾸며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민법이 개정 되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되고, 오클랜드가 LA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수십년을 기다릴 수는 더 더욱 없는 일이다. 현지인들 속으로 어떻게든 파고 들어가야 산다.

희망도 기대도 별로 보이지 않는 새해이지만 새해에는 분명 ‘헤밍웨이’의 새로운 해가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우리가 좌절하거나 용기를 잃지만 않는다면 분명 시간은 기적을 불러 오고야 말 것이다. 기적이란 ‘인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신이 이를 갸륵히 여기고 도와 주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므로.

[369] 그림이 좋아야 한다

댓글 0 | 조회 3,144 | 2007.11.27
멋진 광경이나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 흔히 "그림이 좋다"고들 말한다. <주한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몇 차례 초대 받아 간 적이 있었다. 한 번… 더보기

[368] 바람난 물개들

댓글 0 | 조회 3,778 | 2007.11.12
바람난 물개들은 수영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모임을 잘 만든다. 출신지나 출신학교에 따라, 동호인끼리 등. 나 역시 여러 모임에 속해 있었고 특… 더보기

[367] 왜 우리는 튀어야만 하는가

댓글 0 | 조회 3,263 | 2007.10.24
튀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는 여지 없이 한국인들이다. 지난 주 교민지들은 '노스쇼어타임즈 여론광장'에 한국인에 대한 온갖 비하성 발언이 계속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보기

[366] 아버지와 만년필

댓글 0 | 조회 3,578 | 2007.10.09
'있을 때 잘 해'라는 드라마도 나오고 노래도 나왔다. 미국계 회사원인 큰 애는 여유가 있는데 E회사에 다니는 둘째는 "싫컷 잠 좀 자 봤으면-"이 소원일 정도란… 더보기

[365] 민중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3,220 | 2007.09.25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못하면 '민중의 곰팡이'가 되기 쉽다. <다운타운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는 공식 출입문이 여섯개 있다. 그중 서쪽으로 나… 더보기

[364] 병천순대

댓글 0 | 조회 3,725 | 2007.09.11
WHO(세계보건기구)가 2007년 5월 18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7'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남75세, 여82세)로 나타나 세계 194개국 가… 더보기

[363] 여자와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3,721 | 2007.08.27
여자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누군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설파했다. 또 누군가는 말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개구리 뛰는 방향과 여자의 마… 더보기

[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댓글 0 | 조회 3,417 | 2007.08.14
- 큐미오의 미스터리 - 이민와서 제일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는 질병이다. <작년 3월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큐미오의 F라는 중국인이 침을 잘 놓… 더보기

[361] 현지화는 괴로워

댓글 0 | 조회 3,105 | 2007.07.24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1620년 영국과 네덜란드를 떠난 102 명의 Puritan(청교도)들은 Mayflower호를 타고 66일간의 긴… 더보기

[360] 적성(適性)과 적응(適應) 그리고 조화(調和)

댓글 0 | 조회 2,876 | 2007.07.09
IQ가 사람마다 다르듯 적성(適性:Aptitude)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사뭇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든다. 나는 살아 오면서 비교적 재… 더보기

[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댓글 0 | 조회 3,089 | 2007.06.25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예의지국은 모르겠으나 조용한 나라는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더보기

[358] 돈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댓글 0 | 조회 2,977 | 2007.06.12
돈이 너무 없어도 불쌍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쓸 줄 모르는 사람 또한 불쌍하다. < 20대 초반에 논산에서 단 돈 5천원으로 상경한 P라는 친구가 있었다. … 더보기

[357] 정(情)과 의리(義理)

댓글 0 | 조회 3,221 | 2007.05.23
한국인의 특장점은 '정(情)과 의리(義理)' 였다. 현지화에 방해 되고 알량한 영어나마 퇴보할까봐 한국 TV를 전혀 보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 더보기

[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댓글 0 | 조회 2,797 | 2007.05.08
긴다리는 저력이었다. '진 웹스터(Jean Webster)’ 의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 는 1912년 작품이다. 그녀가 30대 중반에 쓴 … 더보기

[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댓글 0 | 조회 2,454 | 2007.04.24
한인회장을 처음 맡은 것은 2002년 9월이었다. 당시 한인회는 혼미를 거듭했고 한인회장 또한 개인사정으로 일선에서 떠난 ‘보궐상태’ 였다. 어려운 시절 아무도 … 더보기

[354] '오클랜드에 살으리랏다'

댓글 0 | 조회 2,669 | 2007.04.11
배위에서 보는 오클랜드의 야경은 진정 아름다웠다. 지난 3월 모 법률회사가 주관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 받아 간 적이 있다. 서울에서는 잠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 더보기

[353] 지와 사랑

댓글 0 | 조회 2,790 | 2007.03.27
요즈음은 ‘지와 사랑’이 아쉽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대표작이라할 ‘지와 사랑’을 한글로 만 써 놓으면 인터넷 세대들은 ‘G씨와의 사랑’으로… 더보기

[352] 신 뢰

댓글 0 | 조회 2,922 | 2007.03.12
민주사회에서 신의와 신뢰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재철 목사는 “왜 많은 집에 KAL 담요가 있습니까? 이는 절도행위입니다.”하고 탄식했다. 언제부턴가 … 더보기

[351] 비교는 상처를 부른다

댓글 0 | 조회 2,824 | 2007.02.26
21세기는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미개척 분야, 불확실성의 문제들이 새천년초에는 해결 되거나 업그레이드 되리라 예측하고 기대했… 더보기

[350]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댓글 0 | 조회 2,971 | 2007.02.13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이라해서 행복만 가득찬 것도, 못 사는 나라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이요, 선진국 중의 선두… 더보기

[349] 조개 줍는 아이들

댓글 0 | 조회 9,136 | 2007.01.30
‘조개 줍는 아이들’-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다. 책은 때때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독자의 분신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취미가 있고 독서라는 항목은 많은… 더보기

현재 [348] 모란꽃 피는 언덕

댓글 0 | 조회 2,838 | 2007.01.15
모란은 소담스럽고 귀티가 나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교민지들이나 한국 메스컴에서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다. 으례 연초가 되면 … 더보기

[347] 씁쓸한 교민간담회

댓글 0 | 조회 2,961 | 2006.12.22
노무현 대통령과의 교민간담회는 뒷맛이 씁쓸했다. 특별한 이슈나 현안문제가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가 원수의 국빈 방문이었기에 관심들이 많았다. 그… 더보기

[346]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난다

댓글 0 | 조회 3,039 | 2006.12.11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다. 소문 뒤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속담중에는 현실에 딱 들어 맞는 내용들이 많아 선인들의 기지나 풍부한 … 더보기

[345] 부동산은 말이 없다

댓글 0 | 조회 2,857 | 2006.11.27
부동산은 언제나 말이 없다. 하지만 그 부동산을 둘러싸고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뉴질랜드 부동산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이다. 90년대 초중반과 지금의 지도를 비교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