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행복한 날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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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행복한 날들이었는데

0 개 2,473 KoreaTimes
월드컵이 있어 그나마 행복했었는데, 알프스 산맥은 역시 험준했다.

뉴질랜드 전국이 올 겨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12일 강풍으로 오클랜드 전역에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교민경제처럼 을씨년스런 날씨에 이런 일까지 겹쳐 우울하기 그지 없었는데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갔고, 교민사회는 대 토고전을 기점으로 서서이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장면 1> 한국 대 프랑스전이 있던 날이었다. 아침 일찍 몇몇 친구들과 시티에 있는 스포츠바를 찾아 갔다. 조금 후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국 아가씨 둘이 들어 오고 키위 젊은이 두명이 따라 들어 왔다. 모두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남자애들은 꼼짝없이 아가씨들을 따라 ‘태-한-밍-쿠’를 열창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고 여학생들은 상기된 채 응원을 선도해 나갔다. 우리도 분위기를 따라 그쪽으로 이동했고 잠시후 몇 사람이 더 합류하면서 완전히 장내는 대한민국 분위기로 압도 되어갔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예쁘고 당당해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장면 2> 저녁 때 ‘늙은 악마’(가칭)들 모임이 있어 K-Rd.에 있는 일식집으로 갔다. 약속시간인 6시 이전부터 모임의 보스격인 H사장을 비롯 친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프랑스전 결과에 상관 없이 모두 모여 저녁을 함께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고 행운잡기에도 강한 우리의 호프 H사장 주도로 동료들이 함께 ‘월드컵풋볼로또’를 몇장 샀는데 ‘전반에 경험이 풍부한 프랑스가 한골 넣고, 젊은 활력의 한국이 후반에 한골 넣어 비기는 것’을 위주로 티켓을 구입했었다. 그리고 그게 맞아 떨어져서 몇배의 당첨금을 받게 되었다는 거였다.

우리들은 H사장의 지시에 따라 한국과 프랑스가 비기는 데에 일정액을 걸었고 거의 기대는 안했지만 애국심(?)의 발로로 한국이 프랑스에 1:0으로 이기는 데에도 약간씩을 투자했다. 대부분 두팀이 비기는 쪽에 걸었기 때문에 1:1의 결과가 나오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당첨금을 받으면 일부를 00단체에 꿈나무 육성금으로 도네이션하기로 의기투합했고, 몇백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K사장은 기회다 싶어 양털잠바를 외상으로 샀는가 하면 J원장은 부인에게 당첨금의 절반을 주기로 약속하는등 나름대로 월드컵 행운에 대한 의미있는 계산들을 이미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 잠시후 당첨금을 받으러 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영 아니었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표를 잘못 이해했다는 것이었다. ‘전반에 프랑스가 한골 넣고, 후반에 한국이 한골 넣어 비긴다’는 표를 사려면 <France/draw>를 사야 하는데 ‘전반은 프랑스가 이기고, 후반은 한국이 이긴다’고 생각해서<France/Korea>를 샀기에 말짱 헛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열이면 열 착각하기 쉽고,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안가는 소리였지만 주최측에서 아니라고 한다니 할말을 잃을 수 밖에. 모두 한바탕 신나게 웃어 제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장면 3> 그리고 오늘 아침 우리는 하염없이 울었다. 오클랜드대학 레크레이션 센터는 의자가 없었다. 마루바닥에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주저 앉았지만 질서정연한 응원과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선 교민들의 열기로 차가움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 이 많은 한국인들이 어디 숨어 있었나 싶게 계속 밀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대로만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알프스 산골짜기에서 들소들과 양떼와 야영하며 훈련해 온 십자군들의 포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통한의 두골을 먹게 된 것이었다. 딱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여러 번의 챤스에서도 골이 터져 주지 않았으니 운이 나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생생화보에는 분명 선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높게 들고 있건만, 아쉽게도 박지성의 종횡무진도, 이천수의 눈물도, 1만 5천 아니 5천만의 함성도 갑짜기 기운이 쑥 빠지는 쓰라린 해프닝으로 변해 갔다. 이렇듯 우리는 승점 4점을 얻고도 유일하게 16강에 합류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었기에 더 서러웠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한 자랑스런 선수들을 하노버에 남겨 둔 채 소리 없이 알버트 파크를 넘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국시나 목표가 축구 자체가 아닌 바에야 모두 차분한 일상으로 즉시 돌아 가야한다. 그리고 이제부턴 생활속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월드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과 과정이 훨씬 값진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16강이건, 8강이건 또 4년후에 기회가 오는 것이지만 이정도의 ‘국민적 일체감’이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진정 우리만의 자랑스런 한국혼(韓國魂)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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