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 사나이로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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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사나이로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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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대한 것은 북한 제124군부대 소속 김신조와 그의 친구들 30명이 ‘청와대 폭파와 박정희 암살’이라는 가공할 목표로 고랑포 서남쪽 휴전선을 뚫고 동두천, 의정부를 거쳐 서울 시내 세검정고개의 자하문까지 침투해온 1968년 바로 그해 여름이었다.

재학중 자원입대, 조치원의 56향토사단에서 군번66000790으로 훈련을 마치고 “저학력자들이 최전방에 배치되어 문제가 많이 발생하므로 되도록 고학력자들을 보내라”는 통수권자의 지시로 최전방 OO기지에 배치된 것은 운도, 빽도 없었던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철책선 보완 작업중 지뢰가 터져 죽은 동료들이나 DMZ작전중 수류탄등으로 죽은 북한 군인들의 시체를 수 없이 보면서 담력도 커졌지만 민족상잔의 비극적 현실속에 밤마다 깊은 고뇌로 시달려야 했다. 최전방 생활은 낮엔 자고 밤엔 잠복근무, 그리고 자유시간엔 이를 잡거나 뱀을 잡거나 고스톱을 치는게 장병들의 일상이었고 무뇌아처럼 살아야하는 그런 상황에서 유일한 즐거움이란 책을 읽거나 후방에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어느 날 학과 동기 여학생에게 편지를 써 보낸 지 한달이 훨씬 넘도록 답장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얼마후 그 편지는 연대본부에서 발견되었다. 당시는 상급부대에서 일일이 검열하고 후방으로 보내기 때문에 개봉상태로 보냈는데 ‘내용이 좋다하여 돌고 돌아 목적지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이후 미1군단에 전보되기까지 모든 훈련과 작업을 중지하고 특명(?)으로 오직 연애편지대필과 각종브리핑차트 만드는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어쨌거나 단순반복 및 무조건 상명복종등의 조직 생활을 체질적으로 싫어했던 내가 김신조씨 덕택에 꼬박 36개월을 군에서 썩어야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운으로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 긴 세월 동안 틈틈이 공부를 한다거나,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지 못하고 “X피리는 불어도 세월은 간다”는 비공인군대구호속에 버티기로 일관했던 것은 참으로 무지했거나 역부족인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TV와 인터넷과 디카와 모발폰으로 무장된 지금 군대와 오로지 짬밥과 건빵과 빠따(배트)로 점철되었던 옛날 군대와는 천지차이이다. 그러나 재래식 군대화장실에 숨어서 PX전매특허인 눈물의 ‘새나라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참으로 인생의 쓴맛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처절한 경험들이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수가 되고 세계무역 10대강국의 첨병이 되고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 되는 바탕을 이룬 것은 아닐까?  군대는 지도자의 운영에 따라 초, 중, 고, 대학에 이어 제5단계의 교육기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교과서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 이순신은 그 성격묘사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교과서에서 이순신은 늘 골목대장이었고, 청년기 또한 지도자적 자질을 보여주지만 ‘불멸~’에서는 너무 나약한 성품에다 여기저기서 왕따 당하는 불쌍한 소년이었다.

성년이 되면서 그는 정의와 애국의 화신이 되고, 고지식할 정도로 정의만을 고집하기에 많은 적을 만들면서 두번씩이나 백의 종군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선조25년(1592년) 4월 13일 시작된 임진란당시의 시대상은 혼란과 격변의 연속이었다. 요즘 독도문제가 첨예화 되면서 ‘이순신장군께서 오늘 한반도에 살아계시다면 우리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켜낼 확실한 해법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너무 비약된 생각일까?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도 군인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던 성웅이었기에 전혀 상반되는 성격의 두 대통령-박정희와 노무현-이 모두 이순신장군을 칭송하는 것인지도 모른 일이다.  

이민 사회에도 사나이의 눈물이 있고, 남 모르는 여인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기러기가족’들은 어떠하며 또 자녀교육 때문에 왔다지만 한 없이 경쟁력이 뒤지는 사회에서 자녀들의 앞날은 과연 어떨까? 더군다나 애들이 커서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출가시키려하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남자는 남자대로 부인님 눈치보고, 여자는 여자대로 영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죄의식과 이질감 등--이 모든 것들을 놓고 “진정 이민을 잘 온 것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앞에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뉴질랜드에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기본명제는 결코 억지거나 단순한 자위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통과의례속에 힘들어 하고 있을 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외롭고 힘들때면 랑기토토를 바라보며 ‘진짜 사나이’를 부른다. <싸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하나 두울~ >  사나이들이여 모두 한번 불러 보시라. 반드시 활력이 솟아날 것이다.

[356] ‘키다리 아저씨’의 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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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이런 분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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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지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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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신 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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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비교는 상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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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희망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미개척 분야, 불확실성의 문제들이 새천년초에는 해결 되거나 업그레이드 되리라 예측하고 기대했… 더보기

[350]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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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내가 가장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다. 책은 때때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독자의 분신이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취미가 있고 독서라는 항목은 많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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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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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531 | 200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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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때 우리는 뉴질랜드의 겨울 속에 울고 있었다. 엘림교회의 체육관에 특설된 대형화면을 통해서도 200여명의 교민들이 모여 목이 … 더보기

[333] 더불어 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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