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고구마 굽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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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고구마 굽는 비결

0 개 2,984 KoreaTimes
주말에 후아파이에서 골프를 치는 모임은 꽤 흐뭇하고 넉넉한 분위기이다.

인코스가 시작되는 10번 홀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망루형그늘집(?)이 있 고 거기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간식을 즐기는데 그 또한 골프치는 재미에 빠져서는 안 될 주요 순서이다. 그런데 멤버 중에 자주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주위 사람들이 물었다.

“고구마를  맛있게 굽는 비결이 뭐예요?” 그는“간단하지요”하더니 방법을 공개했다.

“첫째: 고구마를 오븐에 집어 넣는다. 둘째: 고구마 냄새가 물씬 풍기면 젓가락으로 찔러본다. 셋째: 쑥 들어가면 꺼낸다. 끝.”  

온도를 몇 도에 맞추고, 시간을 몇 분 가량 두며, 어떤 용기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뭐 특별한 비법이라도 기대했던 사람들은 뜻밖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좌중에는 폭소가 터졌다. 그런데 그게 바로 정답이었음을 어쩌랴. 그렇게 주관식 문제의 정답은 간결해야하고 사족이 필요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학생수가 대폭증가하면서 채점이 힘들어지자 입학시험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시험이 객관식 일변도로 바뀐 적이 있었다. 그렇게되자 채점은 용이해졌지만 이번에는 만점짜리가 많이 나오고 변별력이 없어지면서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일정량의 주관식문제가 재등장했는데 단 주관식 문제는 보편 타당성이 있는 단답형의 정답이 나와야 했고 그러다 보니 또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루는 요령과 눈치만 늘게 된다하여 다시 보완된 것이 논술고사이다.

뉴질랜드에 온 사람중에 성격이 까다롭고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따지고 모든 대인관계를 자의적으로만 해석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걸 보면서 우리네 삶의 모습도 ‘고구마 싸나이'의 답변처럼 그리고 주관식문제의 단답형처럼 쉽고 간단했으면 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데 그가 고구마를 자주 구워 오게 된 동기를 들으면 재미있다. 16번 도로를 타고 큐미오쪽으로 오다 보면 후아파이 직전 왼쪽으로 YSN과 캔농장이 있는 Hailes Rd.가 있고 바로 그 입구에 상점 규모에 비해 값이 매우 싼 청과물 상회가 있다. 언젠가 그는 그곳에서 과일들과 함께 고구마를 3kg 정도 샀는데 집에 와 보니 고구마만 빠져 있더라는 것이다. 몇불 되지도 않는 것을 찾으러 가기 뭐해서 찜찜한 상태로 있었는데 다음주말 그 앞을 지나게 되어 밑져야 본전이니 얘기나 해 보자는 심산으로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들끼리 서로 물어보더니“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영수증이 있느냐”고 물었다. “영수증은 없어도 분명히 여기서 샀다”고 했지만 매니저까지 나와서“영수증이 없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 때 잠시 머뭇거리던 우리의 고구마 싸나이에게 떠오른 것이 사과에 붙었던 원형 딱지였다. 몇주전 그곳에서 조그만 사과를 한봉지 샀는데 맛이 달고 싱싱해서 그 딱지를 떼어 지갑 안쪽에 붙여 놓았지만 다른 가게에서 같은 종류를 발견할 수가 없어서 언젠가 다시 그 가게에 들르면 사려던 참이었다.

“고구마 영수증은 없지만 난 이 가게 단골이며 꼭 여기서 이 사과를 사려고 이렇게 지갑속에 붙이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보더니 “맞다. 우리사과 딱지다. 당신은 참 좋은 고객이다.”하더니만 잠시후 10kg짜리 고구마 자루를 하나 둘쳐 매고 나왔다. 그러더니 이거면 되겠냐고 물었고 “아니 한 3kg 짜리다”고 했더니 그 매니저는 “아니다. 이걸 가져가라 당신 같은 고객을 만나 너무 해피하다”면서 막무가내로 건네주어서 싣고 오게 되었고 기분이 너무 좋아 그때부터 후아파이 멤버들과 함께 나누려고 고구마를 굽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만나는 이들마다 요즘 비즈니스가 어떠냐고 걱정반 궁금반으로 서로에게 질문한다. 곤혹스럽지만 누구나 닥친 현실이고, 공통의 안타까움이기에 혹시나 하고 도움되는 대답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민 생활의 노우하우도 위의 고구마 굽는 요령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이민생활의 성공여부는 언제 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도 아니다. 학력의 차이나, 빈부의 격차, 영어실력의 차이까지도 크게 상관이 없다. 단지 현재의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있거나 나아가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이민생활에 적응이 되었거나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성공신화를 장식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져 간 수 많은 순간성공자들보다 조용히 그렇게 적응하고 만족해 하며 행복한 이민 생활을 만들어 가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꽤 여러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저 단순하고 극히 상식적인 수순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고구마도 맛있게 구워질 것이고 이민생활도 멋있게 장식될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적응해 간 이민자 자녀들 중 교민사회뿐 아니라 뉴질랜드와 세계를 들었다 놓을 만한 깜짝 놀랄 인재들이 비로소 나오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게 바로 대를 이어 성공하는 케이스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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