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Ⅱ-세번째 쾌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2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Ⅱ-세번째 쾌감

0 개 2,351 koreatimes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명수필이 있었다. 서양 사람이 썼는데도 “맞아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10여년전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 인형작품전이 있었고 뒤이어 화보집도 나왔다. 연탄불과 엿장수와 수박서리를 보면서 “맞아 그랬었어.”하고는 먼 고국하늘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생의 본질과 추억에의 향수는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가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또다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

  이민와서, 유학와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영어 때문에, 피부 빛깔 때문에 그리고 늦게 이 땅에 왔다는 이유에서다.  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어서 몇가지만 얘기해보면,
어떤사람은 주차장에서 바가 올라가지 않아 사무실에 가서 얘기했더니 화를 내면서 카드를 던져 버리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쇼핑점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있었는데 어떤 키위가 오니까 그사람 계산까지 다 끝내고 나서야 다시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을 때 분명 상대가 잘못했는데도 오히려 큰소리치고 손가락 욕을 하면서    달려드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여러가지 이유는 있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도 많고 오해에서 비롯 되는 상황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가 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당할 때의 억울함이다.

  그럴땐 정말 이민 잘못 온 것은 아닌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그렇게 화날 때마다 싸우자니 역부족 아니 영어 부족이고, 잊어 버리자니 울화통이 쌓인다. 그래서 최선의 방책은 되도록 싸움을 피하려고 정말 애쓰는 것이다. 부딪쳐 보아야 영어 때문에, 아시안이기 때문에 득될 게 별로 없을 것이므로. 그저 무임승차비라거나, 통과의례비라고나 할까, 되도록 꾹꾹 참아 가며 피해 가려고 애를 써 본다.

   그러나 가끔씩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는 인간적 자존심과 아시안이라는 정체성에 관련될 때이다. 그럴 땐 싸우기로 정했다. 그러니까 100번중 99번은 참되 한번은 싸우자는 것이다. 그때는 싸우되 정말 코피(?)가 나오게 싸워야하고 반드시 끝장을 보아야 한다. ‘은근과 끈기의 한반도 출신이고, 고추와 마늘 먹고 자란 코리안이고, 베트콩과 귀신까지 잡던 따이한이 아닌가! 그렇다고 무조건 싸우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전략을 짜야한다. 나의 전략은 이랬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일은 반드시 메모해 두자는 것이다. 장소, 시간, 상대, 분위기, 금액, 조건등--  두번째는 편지 작전이다. 워드로 치거나 손수 글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편지를 써 보내되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한국처럼 내용증명편지가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싸인해서 복사해 두면 만사가 오케이다.  물론 개운찮게 끝난 경우도 있지만 편지의 효과는 거의 100%였다. 이긴 싸움중에는 지금도 가끔씩 ‘자다가도 통쾌할’ 일들이 세가지쯤 있다.

  지면의 제약으로 내용을 밝힐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최근의 일 한가지만 얘기하기로 한다. 불과 두달전의 일로 너무나 생생히 기억된다. 부엌에 수도 꼭지가 헐거워지고 물방울이 새 나온 적이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일을 하던 플라머가 있기에 시간 나면 들러서 손 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러마고 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온 그는 고무 바킹만 갈면 된다면서 2분만에 일을 끝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끝났기 때문에 미안해서였는지 다른 무슨 고칠 게 없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그때  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개스난로를 치우려고 했는데 연결고리를 빼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놔둔 채였다. 고장이 아니라 기계라면 1m 이내 접근을 싫어할 정도로 기계맹인 내가 고리를 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얘기했더니 너무 쉬운 일이라면서 불과 한 10초 정도에 간단히 끝냈다. 한데 문제는 그 뒤에 따라 왔다. 2분 정도 걸린 그날의 작업비로 $98을 내라는 인보이스를 보낸 것이었다.

  그 후로 한달 동안을 버티면서 다섯번의 편지와 두번의 전화 끝에 마침내 매니져로부터 사과와 함께 절반 값인 $49만을 내 주십사는 정중한 답신을 받았다. 즉시 지불했고 어쨌거나 나는 세번 째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이민 와 살면서 되도록이면 현지인과 어울리고 화합하고 상생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어떤 경우이든 싸움은 피해야 현명한 이민자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 없는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기는 좀 부담스럽고 하지만 때때로 잠자다가도 화가날 경우는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 단 반드시 이겨야 한다.

[331]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댓글 0 | 조회 2,599 | 2006.04.24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는 오늘을 사는 코리언뉴질랜더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명언을 선물로 남겨 주었다. 엘리너는 “ Yesterday is hi… 더보기

[330] 튀는 한국인, 왕따 코리아

댓글 0 | 조회 2,642 | 2006.04.10
지난 해 TV3에서 밤11시에 방영하던 ‘Sports Tonight’라는 프로를 즐겨 보곤 했다. 지금은 우리 ‘현대’의 협찬으로‘Hyundai Sports To… 더보기

[329] 파리 목욕탕

댓글 0 | 조회 2,528 | 2006.03.27
‘스티브(Steve)'라는 평화봉사단원이 있었다. ‘평화봉사단(The Peace Corps)'은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창설되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저… 더보기

[328] 고구마 굽는 비결

댓글 0 | 조회 2,985 | 2006.03.14
주말에 후아파이에서 골프를 치는 모임은 꽤 흐뭇하고 넉넉한 분위기이다. 인코스가 시작되는 10번 홀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망루형그늘집(?)이 있 고 거기서… 더보기

[327] ‘RS-B형’

댓글 0 | 조회 2,276 | 2006.02.27
혈액형으로 ‘RH-B형’이 있다면 성격형으로는 ‘RS-B형’이 있는 것 같다. 요즈음 한국에는 ‘넷피플’이니, ‘웰빙족’이니, ‘아침형 인간’이니 하는등 그 사람… 더보기

[326] ‘Scarlett O’Hara’와 ‘Port-Wine-Magnolia’

댓글 0 | 조회 2,245 | 2006.02.13
장미가 ‘김태희’라면 ‘스칼렛 오하라’는 차라리 ‘이효리’나 ‘이태란’이다. 뉴질랜드는 가히 꽃과 나무의 천국이다. 풍부한 햇볕과 충분한 비 그리고 적당히 온화한… 더보기

[325] 그대 이름은 친구

댓글 0 | 조회 2,260 | 2006.01.31
개발연대 붐을 타고 급성장한 한국의 대표적 주류회사로 ‘진로소주’와 ‘동양맥주’가 있다. 또한 금복주나 하이트,크라운,에이스 외에도 최근에는 산사춘, 백세주, 복… 더보기

[324] 2006년, 희망의 새해를 기대하며

댓글 0 | 조회 2,203 | 2006.01.16
희랍 신화 중에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우두머리신인 제우스는 거만해진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흙으로 여신을 닮은 처녀를 하나 만들고 여러 신들에게 가장 고귀한 … 더보기

[323] 악어의 눈물과 앙팡테러블

댓글 0 | 조회 2,305 | 2005.12.23
일본 프로야구의 벽은 높았고 분명 한국보다는 한 수 위였다. 지난달 도꾜돔에서 벌어진 ‘코나미컵 2005결승전’. 삼성라이온즈와 일본롯데마린즈의 한판 승부에서 롯… 더보기

[322] 대한민국이라는 로고

댓글 0 | 조회 2,209 | 2005.12.13
『개조심』이라는 큰 팻말을 붙인 부잣집이 있었다.그런데 그 집을 방문하게 된 손님이 막상 들어가 보니 쬐끄만 푸들 한 마리가 주인을 따라 나왔다. “아니 이 개를… 더보기

현재 [32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Ⅱ-세번째 쾌감

댓글 0 | 조회 2,352 | 2005.11.22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명수필이 있었다. 서양 사람이 썼는데도 “맞아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 더보기

[320] 훌라버

댓글 0 | 조회 1,992 | 2005.11.22
60년대 말쯤 한국에서는 ‘훌라버’라는 코미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훌라버(Flubber)’는 Fly 와 Rubber의 합성어로 ‘나르는 고무’ 라는 뜻으로… 더보기

[319] 따뜻한 남쪽 나라

댓글 0 | 조회 2,660 | 2005.11.22
김만철씨 일가가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기던 날, 첫마디는“따뜻한 남쪽 나라”였다. 그들이 당시‘따뜻한 남쪽나라로 목표한 것은 원래 대만이나 베트남인가였다'는 후문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