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자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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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자랑하라?

0 개 2,726 NZ코리아포스트
딸아이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물론 딸아이의 남자 친구가 첫눈에 반가울리 없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의 바르고, 직업도 그만하면 쓸만한 것 같고, 또한 이 아이가 붙임성이 좋아서인지 귀찮을 법도 한데 나의 말상대를 잘 해주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록 소록 정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 아이의 형이 조울증 증상이 있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러다가 이 아이들이 결혼해 집안에 정신병 환자가 생기면 어떡하나’가 나의 첫번째 생각이였고, ‘어쩐지 이 아이도 좀 이상하더라. 감정의 기복이 좀 심한 것 같았어’라고 의심하면서 어떻하면 이 아이들이 더 깊게 사귀기 전에 떼어놓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스스럼없이 말하는 딸아이와 남자친구를 보며 소위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섣불리 생각을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매일 환자의 가정방문을 하며, 그들과 편견없는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회복기를 함께 하는 지역 정신보건 센터 간호사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딸아이와 간혹 정신과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적에는 아주 이성적으로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혹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이런 질환으로 고통받으면 꼭 전문가와 상의하도록 권하며,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니 치료과정에 같이 참여하여 그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고 말한 필자의 태도가 이 정신과 질환이 가정사가 되었을 때 180도로 변하고 만 것이다.

누구에게 의논 한 마디 못하고 혼자 애태우면서 동료들이나 환자들 가족의 태도를 더욱 세심히 관찰하던 중 우연히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물론 동료가 같은 분야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키위라 한국인 사이에 말 퍼질 일 없겠다 하는 것이 마음 속에 있어서 좀 더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심각하게 의논하는 필자와는 다르게 그 동료는 담담하게 “가계에 암 환자가 있는 것과 별다를 게 있나요? 물론 정신과 질환이 유전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적 요인도 많고, 적절한 치료와 가족의 협력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아니, 자기 일 아니라고 저렇게 말하네’라며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혼 전 건강 진단서를 떼어 보자라는 말이 있었지만 집안에 암이나 당뇨병력이 있다고 결혼을 안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정신과 질환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머리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나 보다.

마음이 조금 진정된 후, 주변 친지에게 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의 딸도 우울증이 있어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분 또한 마음 속에 큰 바위 덩어리를 갖고 혹시 남이 알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벙어리 노릇을 한 것이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후부터 동지를 얻은 듯 그분은 딸의 회복을 위해, 필자는 편견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또한 마음 속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딸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질환이든 치료를 안하고 방치하면 악화되어 본인은 물론 가족이 힘들게 되는 것은 정신과 질환이 당뇨병 혹은 다른 신체적 질환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딸아이와 필자에게 다시 강조했다. 또한 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형을 혼자 고립되지 않게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형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증상이 보이면 가족과 의논하며 형을 걱정하는 기특한 아우 바로 내 딸의 남자친구를 더 좋은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새움터 (유 윤심 : 정신과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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