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코스트 → 하스트(Ⅲ)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웨스트 코스트 → 하스트(Ⅲ)

0 개 1,744 NZ코리아포스트
태즈먼 해에서 불과 20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폭스 빙하는 해발 3000미터에서 시작해 250미터 선에서 끝나는데, 남섬의 국도 옆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한 곳에 있다. 게다가 빙하 주변에는 각종 온대 식물군이 자라고 있는데, 접근이 쉽고 매력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빙하의 아랫부분이 높은 기온에 노출되어 있고, 전체 빙하의 경사가 매우 심해 완벽하게 안전한 빙하라고는 할 수 없다.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내려오는 듯한 형상의 이 어마어마한 빙하는 경사가 심한 곳은 얼음이 갈라져 비늘을 곧추세운 것처럼 보이고, 경사가 약한 구간은 물 흐르듯 유동적인 모습으로 10킬로미터 남짓 내리달리고 있다.

이 빙하 근처에는 눈을 의심케 할 만큼 아름다운 매서슨 호수(Lake Matheson)가 있다. 매서슨 호수로 유입되는 물은 근처의 지하 토탄층(매몰 기간이 오래지 않아 탄화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석탄층)을 지나면서 탄닌 색소가 녹아들어 진한 홍차색이 난다. 이 물에는 주위 풍경이 거의 원색 그대로 되비치는데,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숲이 어지간한 바람을 모두 차단해 수면은 마치 거울 같은 평정을 유지한다. 이 수면 위에 뉴질랜드의 최고봉 마운트 쿡과 둘째 가는 마운트 태즈먼이 비쳐서 ‘풍경 중의 풍경’을 연출한다.

폭스 빙하 마을(지명 자체가 Fox Glacier라서 폭스 빙하 마을이라고 부른다)에서 폭스 빙하 쪽으로 15분 정도 캠퍼밴으로 이동하니 빙하가 녹아 밝은 회색을 띠는 강이 보인다. 빙하로 향하는 트랙의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그 주위로 빙하가 깎은 절벽이 좌우에 위협적으로 버티고 서 있다. 이곳에서부터 트랙이 시작된다. 빙하가 녹은 회색 물이 곳곳에 작은 연못들을 이루었는데, 맑은 물이 엷은 파란색을 띠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빙하 쪽을 향해 강 좌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데, 산기슭에서 강 옆까지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가득 차 있다. 허영만 화백과 봉주 형님은 한기가 든다고 몸을 부르르 떤다. 폭우가 내리면 작은 개울의 수량이 불어나서 돌들이 함께 쓸려 내려오므로 개울을 건널 때는 발목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빙하 끝부분에 도착하자 왼쪽으로 숲이 보인다. 빙하 최하단보다 더 높은 고도에 이와 같이 온대림이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새로 생긴 이 숲은 약 40~50년 밖에 되지 않아 아름드리 나무는 없지만 숲 전체에 이끼가 끼어 있고, 나뭇잎들은 모두 건강한 연녹색을 띠고 있다.

빙하 표면에 굴이나 구멍들이 만들어진 원인을 알게 되면 재미 있다. 흰 얼음 위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굴러 떨어진 작은 돌 하나가 햇빛을 모아 깊이 1m나 되는 동굴이 되기도 하고, 빙하를 수직으로 뚫어 무시무시한 깔때기 모양의 배수구를 만들기도 한다. 나뭇잎의 진한 색이 주변의 얼음에 비해 더 많은 빛을 흡수해서 더 빨리 녹게 한 것이다. 이처럼 작은 원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큰 결과를 낳는 것을 보면 우리네 삶의 습관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 빙하 얼음 속에는 여러 가지 역사가 함께 묻혀 있다. 1800년대의 화산활동으로 검은색 재가 섞인 얼음, 1990년대의 자연 발화로 생긴 오렌지색 얼음층도 보인다. 그 외에도 빙하가 바위를 깎아 만든 고운 진흙이 눈에 띄는데, 이 진흙은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큰 효과가 있다.

수백 미터 위쪽의 경사가 가장 심한 곳은 얼음이 톱날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이 구간은 폭스 빙하 전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가장 불안정한 지역이기 때문에 진입이 완전히 통제되어 있다. 빙하 쪽에서 간간이 아주 낮은 저음이 들리는데,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얼음을 진동시켜 전해오는 것이다. 그 소리는 거대한 공룡의 으르렁거림처럼 낮지만 위엄 있고 두려움이 일게 만든다. 허영만 화백은 우리가 말리는데도 안전표지 안쪽으로 가서 기어코 빙하를 만지고 온다.

빙하를 본 후에 우리는 하스트(Haast)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북섬에서 했던 빨래를 마지막으로 옷을 계속 입어 꾀죄죄한 모습인데도 시간을 줄일 목적으로 개의치 않았는데, 오늘 흠뻑 맞은 비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 역겨운 구정물 냄새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스트 홀리데이파크의 빨래방에서 빨래를 다 벗어놓고 보니 세탁기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꽉 찼다. 세탁기에 빨래 한 번 하는 데에는 2달러, 건조는 2~3달러 정도 들어간다. 세탁기가 엄청난 빨래를 하는 동안 우리는 홀리데이파크 바로 뒤편의 바다를 향해 걸었다. 9시가 다 되어서야 일몰이 시작되는 뉴질랜드 서해 바다가 붉은 노을에 적셔지자 왠지 모를 나른함에 취하는 것 같았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양체질의 특징

댓글 0 | 조회 2,756 | 2007.03.15
국내 젊은층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녀를 갖는 것에 인색하고 심지어는 결혼을 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성향이 짙어 지고 있어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을… 더보기

전립선 비대증(II)

댓글 0 | 조회 2,348 | 2007.03.15
전립선이 커지는 원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르몬의 분비 이상으로 전립선이 과잉비대되는데 지나친 흡연과 과도한 알콜 복용, 항히스타민제(알러지, 피부과치료약 등… 더보기

전립선 비대증(I)

댓글 0 | 조회 1,998 | 2007.03.15
폐경기(Menopause)의 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다공증, 관절염, 안면홍조, 우울증 등이 여성의 질병이라면 전립선 비대증은 남성의 질병이라 하겠다. 전립선이라고… 더보기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곳들(Ⅱ)

댓글 0 | 조회 1,187 | 2011.07.27
더니든-캐틀린스 지역19세기 후반, 더니든(Dunedin)은 인상적인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건축물들로 채워졌다. 더니든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건물과 인상… 더보기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곳들(Ⅰ)

댓글 0 | 조회 1,535 | 2011.07.13
남태평양 해안 하이웨이(2번-35번-2번 도로)출발 : 오클랜드 도착: 네이피어권장 여행 일수 : 5일여행거리 : 1220km 남태평양 해안 하이웨이(Pacifi… 더보기

크라이스트처치

댓글 0 | 조회 1,034 | 2011.06.29
대장정을 끝마치다거의 한 달 동안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여행했지만, 어떤 것을 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자연을 만나는 것 … 더보기

마운트 쿡 → 크라이스트처치

댓글 0 | 조회 1,407 | 2011.06.14
산장이 너무 춥다며 모두들 캠퍼밴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산장 방에서 나 홀로 버티다 새벽 2시경에 결국은 캠퍼밴으로 향했다. 캠퍼밴 문을 열자 장기 가출자들… 더보기

마운트 쿡(Ⅲ)

댓글 1 | 조회 1,262 | 2011.05.26
우박이 강풍과 함께 불어오자 겨울 동안 산 주변에 만들어진 셀 수 없이 많은 눈더미들이 차례로 쏟아져 내리는 굉음이 1분 간격으로 들렸다. 초여름의 변화무쌍한 날… 더보기

마운트 쿡(Ⅱ)

댓글 0 | 조회 1,057 | 2011.05.11
꼬불꼬불한 산길을 계속 헤쳐 나가면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뮬러 빙하(Mueller Glacier) 하단에 위치한 전망대로, 험하기로 유명한 세프톤 산… 더보기

마운트 쿡(Ⅰ)

댓글 0 | 조회 1,481 | 2011.04.28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 트래킹아침 기지개에 가슴이 펑 뚫리는 것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곳이 바로 마운트 쿡 국립공원이다. 주변에 3000미터가 넘는 여러 고봉들… 더보기

퀸스타운 → 오하우 호수(Ⅲ)

댓글 0 | 조회 1,518 | 2011.04.13
광대하다는 것은 아마 이런 지형을 보고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조금씩 겉힌 구름 너머로 흘끗 보이는 산 정상부의 흰 눈과 홉킨스 강.이 강은 보통 때는 허리 아… 더보기

퀸스타운 → 오하우 호수(Ⅱ)

댓글 0 | 조회 1,755 | 2011.03.23
바람의 터, 오하우 호수뉴질랜드는 여행자의 천국이다. 특히 우리같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판과 태평양 대륙판이 … 더보기

퀸스타운 → 오하우 호수(Ⅰ)

댓글 0 | 조회 1,478 | 2011.03.09
아침에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거울을 보고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머리는 젤을 잔뜩 바른 듯이 뭉쳐 있고, 눈가의 주름 부분만 타지 않아 눈 주위로 자글자글 흰 … 더보기

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Ⅲ)

댓글 0 | 조회 1,606 | 2011.02.23
94번 도로에 있는 아름다운 트랙들▶ 레이크 마리온 트랙(Lake Marion Track 왕복 3시간)산 정상부의 거울 같은 호수에 비친 흰 봉우리가 예술이다. … 더보기

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Ⅱ)

댓글 0 | 조회 1,525 | 2011.02.09
양쪽으로 길이 뚫리면 도로에는 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 때문에 땅이 조각나서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생긴다. 또 도로라는 벽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 더보기

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Ⅰ)

댓글 0 | 조회 2,210 | 2011.01.26
모스번 레일웨이 호텔 앞에서 노숙을 했다. “형! 여기 한국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벌써 눈을 뜬 허 PD가 밖을 보며 말했다. 관광객이라면 몰라도 이런 시골에… 더보기

와나카 → 모스번(Ⅲ)

댓글 0 | 조회 1,503 | 2011.01.14
여행자와 원주민이 모여 나눈 이야기는 각자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었다. 이 두 여인은 와이카레모아나(Waikaremoana 북섬의 아름다운 호수로 매우 한적한 곳에… 더보기

와나카 → 모스번(Ⅱ)

댓글 0 | 조회 1,723 | 2010.12.22
하스트에서 출발해서 와나카(Wanaka)로 가는 길은 아기자기하다. 허영만 화백은 캠퍼밴 뒤에서 편히 누워 졸음이 오더라도 멋있는 배경을 놓칠까봐 감히 잠을 청하… 더보기

와나카 → 모스번(Ⅰ)

댓글 0 | 조회 1,693 | 2010.12.08
꼬불꼬불한 도로를 운전하는데 가뭄에 콩 나듯 세워진 집들이 눈에 띈다. 허영만 화백이 “여긴 다 좋은데 뭘 먹고 살지?”하고 물었다. 답은 간단하다. 눈에 보이는… 더보기

현재 웨스트 코스트 → 하스트(Ⅲ)

댓글 0 | 조회 1,745 | 2010.11.24
태즈먼 해에서 불과 20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폭스 빙하는 해발 3000미터에서 시작해 250미터 선에서 끝나는데, 남섬의 국도 옆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 더보기

웨스트 코스트 → 하스트(Ⅱ)

댓글 0 | 조회 1,890 | 2010.11.10
셋째, 출발 전에 자동차 연료를 채우고 식료품을 준비하라. 어디를 가거나 그 지역에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더보기

웨스트 코스트 → 하스트(Ⅰ)

댓글 0 | 조회 1,891 | 2010.10.28
허 PD가 온 후로 살맛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큰한 된장찌개가 끓고 밥공기를 손에 들고 먹어야 할 정도로 반찬이 가득하다. 밥상의 수준 차이를 말하자면 자취… 더보기

피어슨 호수 → 아서스 패스(Ⅳ)

댓글 0 | 조회 1,941 | 2010.10.13
어쨌든 우리도 옛 뉴질랜드 선인들의 길(?)을 따라 금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간 곳은 샹티 타운(Shanty Town 판자촌 정도로 볼 수 있다)이라는 민속… 더보기

피어슨 호수 → 아서스 패스(Ⅲ)

댓글 0 | 조회 1,629 | 2010.09.29
노다지를 찾아 아서스 패스(Arthur’s Pass)는 남섬의 동서부를 자르는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의 최고 고지대에 위치한다. 캠퍼밴으로 내려오… 더보기

피어슨 호수 → 아서스 패스(Ⅱ)

댓글 0 | 조회 1,832 | 2010.09.16
아이켄 산 산행소화나 할 겸 데블스 펀치볼 폭포(Devil’s Punchbowl Falls)에 잠시 가려고 30분 예정으로 나선 것이 아이켄 산(Mt Aicke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