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또 다른 관심사였던 로빈씨 부부의 캐러밴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입구에 들어서면 예닐곱 명은 앉을 수 있는 널찍한 소파가 있고 사방에는 원목 수납장이 가득하다. 훤하게 들어오고 실내에는 그윽한 커피향이 가득 차 있다. 침실은 주름식 문으로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침대 밑이나 소파 밑 어느 공간도 그냥 놀리는 곳이 없다. 가스오븐과 태양열 전지와 텔레비전 등 실내는 오랜된 두 연인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면서도 남아서 버리는 곳도, 부족한 곳도 없다.
벽에도 그들이 처음 만났던 에스프리투 산토 섬의 지도가 붙어 있어 또 한 번 우리를 뭉클하게 만든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운 인사를 하듯, 로빈씨 부부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해할 수 없는 화이트 베이팅
한여름에 접어들자 바다와 만나는 강 하구에서 긴 장화를 신고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뭐!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가자!” 봉주 형님의 한마디에 우린 모두 의견을 모았다.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 가장 모순되는 키위의 모습이 바로 화이트 베이팅(White Baiting)이었다. 뉴질랜드는 도미를 잡든 전복을 잡든 크기가 작으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이러한 행동은 환경 보호 차원도 있지만, 작고 어린 생명 자체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작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닷가 하구에서 커다란 뜰채로 떠올려지는 수많은 치어들을 보게 되었다. 바로 화이트 베이트의 수난을 목격한 것이다. 뉴질랜드 사람은 대부분 정직하고 논리적이어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화이트 베이트를 잡는 일만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화이트 베이트는 엄밀히 말하면 뉴질랜드에 사는 작은 송어 종류(이낭아(Inanga)라고 부른다)인데 알에서 부화해서 아주 작은 상태로 바다에 나갔다가 성냥개비만 한 크기가 되면 태어났던 상류로 올라온다. 이것을 사람들이 그물로 걷어 올리는 것이다. 화이트 베이트는 뉴질랜드에서 1킬로그램당 100달러 가까이 되는 가장 비싼 고기(도미의 경우 1킬로그램에 약 12달러)라 예전에 여행할 때 조금 사서 먹어봤지만, 무미, 무취에다가 조리법도 달걀과 밀가루만 조금 넣어 부침개처럼 먹는 프리터와 같다. 워낙 맛 자체가 미세해서 달걀도 흰자만 넣어 먹는데 생각만큼 매력적인 맛은 아니다.
화이트 베이트 시즌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먼 곳에서 화이트 베이팅을 위해 강 하구로 몰려든다. 아무튼 별 맛도 특별하지 않은 이 새끼고기를 잡는 키위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고무신으로 송사리를 잡던 또래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일이면 드디어 한국에서‘허PD의 맛있는 음식’이 도착한다. 오늘 저녁은 허 PD 맞이 전야제로 간단한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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