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르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아’ 다르고 ‘어’ 다르다

0 개 2,681 이동온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법 역시 어떻게 해석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이해 당사자들의 권리가 바뀌게 된다. 대부분의 법령들은 그 법령에서 사용되는 주요 단어를 정의하여, 법의 적용을 보다 편리하게끔 유도한다. 즉 한 단어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한 가지 이상의 의미가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소득세법(Income Tax Act 2007)은 주요 단어를 정의한 조항이 팔십 페이지를 넘게 차지한다. 소득세법에서 빈번히 확인하고 정립하여야 할 단어에는 ‘소득’(income)이 있다. 소득에는 세금이 부과되는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소득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은 소득일까? 받은 용돈이 세배를 하고 받은 세뱃값이라면? 만약 세뱃돈이 몇 십 불이 아닌 몇 십만 불 단위라면 이 돈은 소득일까? 다른 예로, 우리 집 잔디를 깎다가, 이왕 하는 김에 옆집 잔디를 깎아주었는데, 옆집 주인이 사례를 한다면 이것 역시 소득일까? 회사에서 월급 외에도 자가용과 유류비가 지급된다면 이 역시 소득으로 간주될까? 소득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법이 다르게 적용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수백만 가지의 상황에 일관성 있게 적용 되어야 하는 것이 법이다. 그렇기에 주요 단어의 정의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리고, 단어의 정의만큼 중요한 것이 그 단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원칙이다. 단어의 정의를 definition이라 부른다면, 그 단어를 해석하는 원칙은 interpretation이다.
 
똑같은 단어라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들어보자.

많은 법령들은 “working da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Working day란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날을 뜻한다. 이 외에도 12월 25일부터 1월 2일까지의 기간 (25일과 2일 포함) 역시 working day에서 제외되지만, 각 지역의 기념일(즉, 오클랜드에서는 오클랜드 기념일)은 working day에 포함된다. 어떤 법령에서 10일이라는 기간을 언급했을 때 사용한 단어가 10 working days라면 실제로는 2주 이상의 시간을 뜻하게 되고,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달력을 보며 생각하는 열흘과는 다른 개념이다.
 
또한 특정 날짜로부터 10 working days라는 시간을 계산할 때, 10일라는 시간은 이 특정 날짜 다음날부터 계산하여야 한다. 독자들이 많이 접하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예로 들어보겠다. 2012년 10월 11일에 계약서에 서명을 하여 계약 날짜로부터 10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면, 11일을 제외한 12일부터 열흘을 세어서 10월 21일에 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10월 21일은 일요일이기에 은행도 변호사 사무실도 문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잔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working days’란 단어를 사용하여 적용하면, 2012년 10월 11일로부터 10 working days는 토요일 일요일인 13, 14, 20, 21일과, 공휴일인 22일을 제하고 열흘이 지난 10월 26일이 된다.
 
Working day라는 개념 외에도, 시간을 산정할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는데 날짜를 지칭 할 때 “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기준점인 날짜를 포함하지만, “fro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기준점인 날짜는 포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beginning on 11 October’는 10월 11일을 포함하고, ‘from 11 October'는 10월 11일을 포함하지 않는 식이다.
 
참고로 법령이 그 법령에 사용되는 단어와 해석의 방법을 정의할 수 있듯이, 계약서 역시 그 계약서에 사용되는 단어를 정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민들이 비교적 많이 접하는 부동산 매매계약서(오클랜드 변호사 협회에서 작성한 정형화된 계약서)에는 “working day”가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날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골격은 여느 법령과 같지만, 이 외에도 12월 24에서 1월 5일까지의 기간, 그리고 각 지역의 기념일 역시 working day에서 제외된다.
 

주인이 없는 재산은 어떻게 될까? (Bona Vacantia)

댓글 0 | 조회 1,546 | 2013.04.10
많은 영어 단어들이 라틴어에서 파생 되었듯이 법률 용어 역시 라틴어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해드릴 ‘bona vacantia&rs… 더보기

‘동물후생법’(動物厚生法)?

댓글 0 | 조회 1,300 | 2013.03.27
뉴질랜드 현지 사회에서 한글을 사용하는 교민으로 살아가는데에는 여러 가지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필자가 이 칼럼을 통해 여러 번 언급한 어려움이 있는데, 바… 더보기

Incorporated Society - 사단법인

댓글 0 | 조회 1,920 | 2013.03.12
교민 사회를 보면 여러 단체들이 존재한다. 단체명이 ‘협회’ 또는 ‘회’로 끝나는 대다수의 단체들은 incorporat… 더보기

비밀 엄수 - Confidentiality Agreement

댓글 0 | 조회 2,050 | 2013.02.27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대박’ 아이템을 발견하고서 자금이 없어서, 아니면 혼자서는 초기 아이디어를 더 … 더보기

분양 계약(Ⅱ)

댓글 0 | 조회 1,628 | 2013.02.13
분양되는 유닛이나 건물을 구매할 때는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 settlement date라 불리는 잔금 날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Settlem… 더보기

분양 계약

댓글 0 | 조회 1,911 | 2013.01.31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환율 때문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해외 이민자가 늘어나는 징조라고도 하며, 해외 체류 중이던 뉴질랜드 사람… 더보기

품질보증

댓글 0 | 조회 1,323 | 2013.01.16
얼마 전 해외에서 쇼핑을 하다가 전기 면도기를 하나 구입해 볼까 하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여기저기 각 매장을 둘러 보다가 맘에 드는 제품을 발견한 후, 꼼꼼히… 더보기

2012년 마지막 사색 - 철새 방지법

댓글 0 | 조회 1,043 | 2012.12.24
선거철이다. 뉴질랜드가 아니고, 대한민국 선거철이다. 어느 선거이든지, 한 표를 행사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이 사람 또는 이 방안을 선택 했을 때… 더보기

‘갑’ 이 ‘을’ 보다 항상 유리하다고...?

댓글 0 | 조회 1,530 | 2012.12.11
이번호에서는 계약법과 관련하여 다소 전문적인 원칙에 관해 설명해볼까 한다. 불문법을 기반으로한 영미법에는 contra proferentem 이라는 원칙이 있다. … 더보기

홍길동, Gil-Dong Hong, Geoff Hong

댓글 0 | 조회 1,522 | 2012.11.27
다문화 국가를 표방하는 뉴질랜드에는 많은 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공식 언어는 세가지, 영어, 마오리어, 그리고 수화 (sign l… 더보기

공동 소유 계약서 ( Co-ownership Agreement )

댓글 0 | 조회 3,971 | 2012.11.13
집이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세가지 중 한가지이고, 그 중 가장 물질적 가치가 높은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소유하게 되는 재산 중 가… 더보기

견공(犬公)의 생존권의 가치

댓글 0 | 조회 1,575 | 2012.10.24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개라는 말이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학설에 의하면 삼만삼천년 경 전에도 개는 이미 가축화 되어 있었다고 하니, 개는 아마도 인간의 가… 더보기

현재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댓글 0 | 조회 2,682 | 2012.10.10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법 … 더보기

그래 이거야!

댓글 0 | 조회 1,681 | 2012.09.26
간혹 예고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떠오를 때가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란 걸 칠 것 같은 아이템이 떠오르면 다른 사람이 비슷한 아이템을 내놓을까 싶어 재… 더보기

음주운전 - 알코올 인터락

댓글 0 | 조회 4,727 | 2012.09.11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차를 놔두고 그냥 택시를 타고가…? 운전면허를 소유한 애주가라면 한번쯤은 해본 고민이 아닐까 싶다. 음주운전은… 더보기

사색(Ⅲ) - 아저씨의 재발견

댓글 0 | 조회 1,577 | 2012.08.28
얼마 전 고객 한 분과 식사를 하는데, 고객께서는 자녀를 대동하고 나오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도중, 자녀분이 고객께 “아저씨는 왜 … 더보기

법정 모독

댓글 1 | 조회 1,872 | 2012.08.15
법정 모독(contempt of court)은 법원의 권위를 침해하는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을 뜻한다. 영미법에서는 법원이 그 권위를 유지하… 더보기

착한 사마리아인 법 - 방관자 신드롬

댓글 0 | 조회 5,475 | 2012.07.25
피를 흘린 채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방관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몇 주 전 미국 버지니아주 한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의 CCTV에 찍힌 영상이다. 피를 흘… 더보기

금지된 결혼

댓글 0 | 조회 2,223 | 2012.07.11
‘내가 맘에 들어 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 더보기

버려진 땅

댓글 0 | 조회 2,738 | 2012.06.27
2007년경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의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지금, 은행 융자를 갚지 못하여 강매되는 부동산의 숫자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보기

사색(Ⅱ)-우리나라

댓글 0 | 조회 1,734 | 2012.06.13
필자에게 한국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는 단어 중에 하나다. 이 칼럼에서도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비교할 때면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을 한국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더보기

일하는 시간

댓글 0 | 조회 2,708 | 2012.05.23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뉴질랜드에는 11일의 공휴일이 있다. 대부분의 공휴일은 주말과 겹치지 않게, 어느 달 몇 번째 주 월요일 또는 금요일 이런 식으로 지정되어 있… 더보기

Land Information Memorandum(LIM)

댓글 0 | 조회 2,191 | 2012.05.08
얼마전 모 방송사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사전 조사 없이 집을 구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방영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시청한 방송이 … 더보기

보증(Ⅱ)

댓글 0 | 조회 2,048 | 2012.04.24
보증인의 책임은 보증(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질랜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보증은 엄밀히 따지면 guarantee(보증) 이기도 하고 indemn… 더보기

보증(Ⅰ)

댓글 0 | 조회 2,257 | 2012.04.12
보증을 잘못 서서 집이 넘어갔다, 빚더미에 앉았다 또는 망했다더라… 이런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물론 한국 얘기다. 한국에서 청장년기를 보내고 이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