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맘에 들어 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
요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DJ DOC의 노래, 머피의 법칙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얼마 전 까지도 한국에서는 동성동본인 두 사람의 혼인은 불가능했지만, 2005년 민법의 개정으로 인해 동성동본의 금혼제도는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8촌 이내의 가까운 혈족 사이의 혼인은 금지되어 있고, 이 외에도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가까운 혈족 사이의 결혼은 금지 하고 있는데, 촌수의 개념이 희박한 뉴질랜드에서는 몇 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 이라기 보다는 일일이 금지된 혼인 관계를 나열하고 있다. 남자는 위로는 할머니부터, 아래는 손자의 부인까지 혼인이 허락 되지 않은 관계가 20가지 존재하고, 여자도 역시 위로는 할아버지부터 아래로는 손녀의 남편까지 혼인이 허락되지 않는다. 특이한 점으로는, 동성간의 혼인이 합법화 된 2005년 이후, 본인으로부터 위 아래로 2대의 직계 가족 (즉,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의 동성 배우자와도 혼인이 금지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20가지 경우의 결혼이 금지된 관계에 포함된 두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피가 섞인 혈족이 아닌 경우에는 법원의 허락을 통해 결혼을 신청 할 수 있다. 법원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기 전에, 결혼을 신청한 두 사람이 각기 상대방의 이전 혼인관계의 종료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확인을 한 후에야 결혼을 허가해 줄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인척관계인 두 사람의 불륜으로 인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혼을 하게 되었다면, 법원은 그 둘의 결혼을 허가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으로 허락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통념상 금기시되는 관계인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듯, 해당 법령이 제정된 1955년 이후, 법원에 이러한 신청을 한 사례가 단 두 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혼인이 금지된 관계의 두 사람이 법원에 혼인허가를 신청한 세 번째 사례가 등장했다.
법원에 결혼을 신청한 두 당사자는 S와 B인데, B는 S의 아들인 P의 전 배우자이다. 즉, S와 B는 B와 P의 이혼 전까지 시아버지와 며느리관계였다. S는 현재 61세이고 B는 43세이다. B는 S의 아들인 P와 1996년에 결혼을 하여 두 아들을 낳았고, 2009년 별거를 시작하여 현재는 이혼한 상태이다. S는 20세에 처음 배우자와 결혼을 하여 P를 낳았고, 그 배우자와는 1981년 이혼하고 두 번째 부인인 PN과 1982년 결혼을 하였다. S와 PN은 2009년에 별거를 시작하여 2011년에 이혼이 완료 되었다.
S와 B 두 사람이 법원에 결혼을 신청하자, 법원은 두 사람의 전 배우자인 P와 PN에게 각기 이 사실을 통보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P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PN은 서면 증언을 통해 이의를 제기 하였다. PN의 주장으로는 S와 B의 서로에 대한 애정이 S와 PN사이의 불화를 초래하였다고 하였지만, 법원은 S와 B의 어떤 행동도 두 당사자가 이혼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두 사람의 결혼을 허가하였다. 특히 S는 최근 13여년 동안 해외에서 거주하였고 S가 뉴질랜드로 영구 귀국한 2009년까지 S와 B가 딱히 만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준 듯 하다.
법원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기 전에, B와 P가 결혼관계 중에 낳은 두 아이의 복지와 행복 역시 고려하였다. S와 B는 이미 동거를 하고 있는 중이고, 두 아이 역시 같이 살고 있으며, 두 사람은 결혼이 허락 되지 않는다 하여도 계속 같이 살아갈 의지를 표현 하였다고 한다. 이것을 고려할 때 법원은,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S와 B 두 사람의 관계가 결혼이라는 법적 관계로 인정 받고 확인될 때, 두 아이의 복지와 행복이 더 확실히 보장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듯 하다.
두 사람이 좋아서 결혼을 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B와 P사이의 두 아이들은, S를 보고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새아버지라 불러야 할까. 신문의 해외토픽에서나 읽어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