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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하고는 시간 여유가 생기자 약간의 돈으로 주식을 해 보기로 했다. 주식 프로그램을 깔고 증권 계좌로 입금을 했다. 잃건 벌건 간에 이 돈 이상으로는 안 한다. 잃으면 수강료로 썼다고 친다. 종목은 3~5개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매수, 매도를 걸어 놓고 나갔다 오면 성사되는 것이 별로 없었다. 투자 기업의 재무 상태나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가니 뒷북을 치는 것이었다. 전혀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니 틀림없이 어떤 세력들이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들 소수가 어떤 주식을 미리 싸게 사 놓고는 다수에게 잘될 것이라고 소문을 흘리는 방법을 썼을 것이다. 그래서 오르면 그들은 팔고 나가는 것. 아무 이벤트가 없는 어떤 기업에 그렇게 몰려드는 이유가 세력의 장난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든든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해야 하는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책에도 매입-보유를 강조한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보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으려면 종일 모니터에 붙어 있어야 했다. 눈이 아프고 정신이 이상해졌다. 이딴 일을 해야 하나? 그만두고 대신에 씀씀이를 줄이기로 했다.
리니지(Lineage)라는 인터넷 게임이 있다. 게임을 즐기려면 아이템(무기, 방어구, 캐릭터)이 필요하다. 승부에 유리한 희귀 아이템은 수백만, 수천만 원이나 한다는데 게임에서 쓰는 화폐(아데나)가 실제 화폐처럼 통용되었다. 결국 현금으로 거래를 한다. 만약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 게임을 한다면 ‘아데나’가 바로 비트코인과 같이 되는 것이다. 나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1억 원대를 왔다 갔다 하는지 의문이다. 더 채굴이 어렵고 해외 송금 수수료가 없는데다 편리하고 또 규제를 받지 않으니 가격이 올랐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올랐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가 사람들이 모여드니 돈이 되고, 돈이 되니 판이 커진 것 아닌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이 2월 6일 오후 7시쯤 이용자들에게 1인당 2,000~50,000 원씩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던 중, 담당 직원의 실수로 ‘원화’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고 지급했다. 그 결과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지급됐다. 당첨자들이 받은 비트코인은 1인당 약 1,970억 원어치다. 모두 60조 원 정도다. 빗썸이 실제 지갑에 보유한 비트코인은 4만 2천 개 정도인데 어떻게 62만 개를 지급했을까? 빗썸이 고객들의 통장에 지급한 숫자는 아직 외부 기록소인 블록체인에 올리지 않았기에 코인이 지갑에 전송되지 않은 것이다. 거의 회수했지만 만약 62만 개를 모든 고객이 출금했다면 지급불능 사태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가격 등락이 심한 것을 ‘변동성이 크다’고 말하는데 변동성을 위험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니 위험 자산이다. 그래서 화폐의 기능 중 안정적인 교환 수단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화폐로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많은 사람이 쓰고 있어서 화폐처럼 유지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 안 들고 간편하게 해외 송금을 하니 교환 수단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대응하는 실물 자산이 없는 것이니 (당장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이용자가 줄어든다면 퇴출될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기에 튤립 구근 하나가 암스테르담 운하 근처의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망했다. 왜 그런가? 너무 올랐다는 의심이 들었고 주춤주춤하다가 거래가 줄자 휴지가 된 것이다. 세상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반드시 있다. 또,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Stable) 코인이 곧 나온다.
많은 이자를 준다며 자금을 유치하는 사기는 사람들이 계속 돈을 맡기면 그 돈(원금)으로 이자를 준다. 더 이상 맡기는 사람이 없으면 이자를 줄 수가 없다. 언젠가는 이자는커녕 원금도 돌려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폰지 사기(Ponzi scheme)다. 다단계 판매가 생각난다. 신규 회원이 모집되는 한 돌아간다. 모집이 안 되면 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연금을 붓는다. 대부분의 연금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도와준다. 공적 약속인 것이다. 현직인 납부자가 줄고 있고 연금 수급자의 수명은 늘고 있다. 불입액이 줄어드니 투자 수익이 시원치 않으면 연금 기금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지속되면 기금이 고갈돼 정부가 안 거들면 연금을 줄 수 없게 된다. 다단계에 비유할 일은 아니지만 많이 퍼내어 쓰면 우물도 지갑도 바닥난다. 많이 다니면 길이 나지만 안 다니면 있던 길도 사라진다.
* 출처 : FRANCEZONE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