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칼럼 | 지난칼럼 |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고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 도시의 마오리 이름은 ‘테 위타랑이 아 타라(Te Whanganui-a-Tara)’, 즉 ‘큰 항구’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땅에는 오래전부터 ‘타라’라는 이름의 족장이 남긴 흔적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1. 전설의 시작
타라는 전설 속 인물로, 실제 마오리 부족의 지도자였던 인물로 여겨진다. 그는 쿠페(Kupe) 이후 이 지역을 탐험하고 정착한 인물로, 웰링턴 지역을 마오리 부족인 응아이 타라(Ngai Tara)의 본거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마오리 구전 전승에 따르면, 타라는 용맹하고 지혜로운 리더였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지역을 이끌었다.
그는 테 이카 아 마우이(Te Ika-a-Maui, 북섬)의 남단, 지금의 웰링턴 항만에 도달했을 때, 그곳의 지형이 풍요롭고 바다와 강, 산이 균형 잡힌 성스러운 땅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곳을 자신의 거처로 삼고 부족을 이끌며 터전을 마련했다.
2. 타라의 지혜와 통치
타라는 전투보다는 외교와 조화를 중시하는 지도자였다고 전해진다. 그는 주변 부족과의 평화 협정을 체결하며 지역 전체를 안정된 공동체로 이끌었다. 그의 통치는 후손들에게도 계승되어, 응아이 타라 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지역을 지배했다.
이 시기, 타라의 이름은 단순한 인물이 아닌 ‘정착과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그의 이름을 딴 마을, 강, 산이 생겨났다. 특히 웰링턴 항만의 이름은 그의 존재를 대대로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3. 마오리와 바다, 그리고 타라의 시선
마오리 전통에서는 바다(모아나)를 조상들과 연결되는 성스러운 통로로 여긴다. 타라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바다를 단순한 식량 공급원이 아니라 영혼과 조상의 땅을 잇는 다리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웰링턴 항만을 매우 특별한 장소로 간주했고, 바다와 연결된 이 지역이 부족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 확신했다. 이는 후에 웰링턴이 뉴질랜드의 정치적 중심지가 된 역사적 흐름과도 흥미롭게 겹쳐진다.
4. 현대 웰링턴 속의 타라
오늘날 웰링턴은 뉴질랜드의 수도이자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불린다. 그 도시 중심부에는 ‘타라’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새겨진 장소는 없지만, Te Whanganui-a-Tara라는 이름은 공식 문서나 공공기관, 교육현장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웰링턴 시민들은 때로는 이 마오리 이름을 생소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써 ‘타라’는 단순한 전설 속 인물이 아니라, 도시의 뿌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5. 문화의 다리, 전설의 기억
웰링턴의 타라 전설은 마오리 구술 전통, 부족 역사서, 그리고 뉴질랜드 국립도서관 및 마라에(마오리 공동체 공간)에서 전승된 자료들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웰링턴 박물관(Te Papa Tongarewa)에서는 타라와 관련된 전시가 종종 열리며,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이 전설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전설은 단순한 신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역사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로서 계속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