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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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0 개 1,024 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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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최대한 공부하는데 투자했습니다. 학교에 오고 가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집에서 주로 온라인 강의를 들었어요.” 


그는 결국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학습에도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고민하듯,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더 깊고 확실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효율적인 학습 아닐까.


당시만 해도 온라인 강의는 보조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의 학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온라인 수업을 경험했고, 이제는 대면과 비대면의 경계가 희미해진 상태이다. 오클랜드 대학교 역시 강의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한다.


과거 한 연구에서 온라인 수강생의 성적이 오프라인 수강생보다 20%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었다. 지금 보아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이다. 학습 환경의 변화가 실제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은 반복 시청이 가능하고, 학습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 역시 온라인이라는 형식 그 자체보다, 학습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운영되었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온라인이 본질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온라인 수업이라도 설계에 따라 몰입도와 성취가 크게 달라지고, 오프라인 수업 역시 토론과 피드백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충분히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가 아니라, 학습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강의를 화면으로 옮겨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의 분석, 개별 맞춤 피드백, 반복과 복습의 자동화, 비동기 학습과 토론의 결합 등 학습의 설계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학습의 효율성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설계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정보는 이미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가. 왜 성적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가.

그 이유는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을 개념적 체계로 이해해 왔다. 교과서에 정리된 정의와 공식, 문법과 원리를 외우고 이해하면 지식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삶 속에 적용되지 않는 지식은 완성된 지식이라 보기 어렵다.


영어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을 포함하여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유학생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문법과 어휘를 완벽히 알고 있어도 실제로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반대로 영어권 환경에서 오래 생활한 학생은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같은 것을 아는 것일까. 다른 것을 아는 것일까.


모든 지식은 실용화를 위해 존재한다. 지식은 몸에 배어야 하며, 적용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언젠가 대학이 역사적 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고등교육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문제 삼았다. 그 예측은 다소 과장되었을지 모른다. 대학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의 형태와 기능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대학의 가치는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정보는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강의 영상은 무료로도 접할 수 있고, 전 세계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교육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학생이 수동적인 학습자로 머물기 쉽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바로 학생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토론과 문제 해결 중심의 수업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Phillips Exeter Academy에서 운영하는 Harkness Table은 교사가 중심이 아니라 학생의 발표와 토론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와 깊은 사고가 전제되지 않으면 수업의 진행이 어려운 구조이다.


이처럼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은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하는 Active Learning이나 Discussion-based Learning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최근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역시 단순한 강의 전달 도구에서 벗어나고 있다. 실시간 소그룹 토론 기능을 강화하거나, 학생의 참여도와 발언을 기록•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를 전제로 설계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사의 설명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학생의 질문과 토론, 문제 해결 과정이 수업의 흐름을 결정한다.


정보는 이제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깊은 이해는 오직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학생은 질문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교사는 피드백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동료와의 토론 역시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처럼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끊임없는 소통의 과정이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변하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더라도,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를 이끌어내는 가이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은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깊은 이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일방적인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 가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 학생들 사이의 토론, 그리고 학생과 텍스트 사이에서 이어지는 끊임없는 질문과 응답이 곧 교육의 본질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한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이 있는 이해는 저절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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