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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마음이 급했어”다. 샷을 하기도 전에 결과를 상상하거나, 실수한 직후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 샷을 급히 이어가면,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다. 스윙은 멀쩡했지만, 멘탈이 무너졌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골프는 기술보다 멘탈이 더 중요한 스포츠다. 기복 없이 꾸준한 플레이를 하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 즉 평정심이 필수다. 초보자든 싱글 핸디캡이든, 멘탈이 흔들리면 샷도 흔들리고, 결국 한 홀에서 무너진 리듬은 라운드 전체에 영향을 준다.
한 번은 아주 잘 치고 있던 라운드에서 갑자기 ‘더블보기’가 나왔다. 그때 나는 “괜찮아, 다시 회복하면 돼”라는 생각 대신,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이제 점수가 망했어’라는 조급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 결과, 다음 홀에서도 실수는 반복됐고, 라운드의 흐름은 무너졌다. 기술은 전과 같았지만, 마음이 달라졌기에 결과는 달라졌다.
이런 경험은 골프뿐 아니라 삶에서도 자주 겪는 일이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거나, 작은 실패를 겪을 때 우리는 평정심을 유지하기보다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자책하기 쉽다. 그리고 그 조급함은 또 다른 실수를 불러온다. 마치 연속된 미스샷처럼, 감정의 연쇄 반응이 삶의 리듬을 무너뜨린다.
내가 이민자로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역시 그런 때였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경제적 압박… 하루하루가 조급했다. 뭔가를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감,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생기는 초조함은 나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시기를 이겨낸 힘은 조급함이 아니라 평정심이었다.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 그것이 나를 지탱해준 ‘멘탈’이었다.
멘탈이란 단순히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아니다. 흔들림을 인정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자세, 그것이 진짜 멘탈이다. 골프에서 보기 하나에 흔들리지 않고, 다음 홀을 새롭게 시작하듯, 인생에서도 한 번의 실패에 인생 전체를 좌우당간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이제 라운드 중에 실수를 해도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이건 하나의 홀일 뿐이야.”
그리고 인생에서도 이렇게 말하려 한다.
“괜찮아, 이건 인생의 한 장면일 뿐이야.”
마음이 조급하면 눈앞의 것밖에 보이지 않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면 더 큰 그림이 보인다.
골프든 인생이든,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건 오직 ‘내 마음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