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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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정치인과 베토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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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say you care about the poor, but you walk past them in the street; you hypocrite!(당신은 말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하지만, 길거리에서 당신은 그들을 그냥 지나쳐 간다. 그러므로 당신은 위선자다.) 나는 말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쓰라린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면 망설인다. 그러면 나는 위선자다. 선거때면 국민을 위한 종복이 되겠다고 외치 다가도, 당선되고 나면 벼룩의 간 같은 쌀 직불금까지도 빼먹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위선자다. TV에 나와 너무 사랑해서 한 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잉꼬 부부처럼 애정을 과시하다가도, 이혼할 때는 그 모든 닭살 같은 일도 배우 부부인 그들의 연기 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위선자다. 너무 많이 보아 익숙해져 이제는 가슴 속에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바라보는, 일상 생활 속 우리들의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일본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를 몰락한 대지주 집안의 이야기와 엮어 짜며 처연하게 형상화한 소설 '사양'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평가 받는 '인간 실격'이라는 소설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많은 위선과 숱한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 그 진실의 상처를 아프게 헤집어 낸다. "서로 속이면서 더군다나 아무도, 이상하게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것 마저도 알지 못하고 있는 듯이 실로 멋지게 속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하고 있는 것같이 생각됩니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또다시 서로를 속이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상대를 알지 못하며, 전혀 틀리게 보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인 줄로 알고, 일생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며 조사 같은 걸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무거운 삶의 진실을 하나 둘 가슴 속에서 퍼내 버려 팍팍한 먼지만 남은 가슴으로 살다, 어느날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못 이루게 한다. 서재로 달려 가 손에 잡히는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지만 시인 오규원은 그의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에서 나를 또 비웃고 있다.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 붓는다. //
할 말 없어 돌아 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런 팍팍한 먼지 나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고자 보는 TV 드라마 한 편이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이순신'과 '하얀 거탑'을 통해 빼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던 김 명민, 그가 '강마에'라는 또 다른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훌륭히 연기해 내고 있다. 사회화 과정 속에서 위선적인 말로 무장하며 살도록 훈련 받아 온 우리들에게 '강마에'는 '위악' 그 자체의 어법으로 충격적 이고 신선한 어록을 남기고 있다.

"똥 덩어리! 변두리 카바레 악사! 치매! 거지 근성!" 점점 주변부로만 밀려나는 인생들이 그나마 자신에게나마 위안 받고자 기웃거리는 변두리 오케스트라 문턱에서 강마에는 가차없이 매번 잔인할 정도로 까칠한 말로 그들의 머리 위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그러나 그러한 강마에가 때로는 귀엽고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말에는 위선의 먼지가 묻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말들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사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그 위악적 진실성이 위선에 찌들은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적 감동을 갈구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인 오규원도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겨 나를 위로해 주고 있다.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 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 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 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 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죄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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