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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Tamaki Makaurau)와 와이헤케(Waiheke)의 전설
바다 위의 여신
오래전, 오클랜드 앞바다에는 푸른 바람을 타고 다니는 바다의 여신 히네모에아(Hinemoea)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아침이면 오클랜드의 화산 능선을 따라 안개로 춤추었고, 저녁이 되면 와이헤케 섬의 백사장에 누워 별을 세곤 했다.
마오리들은 그녀를 ‘타마키의 영혼”이라 불렀고, 그녀가 머무는 곳은 늘 풍요로운 바다와 고요한 바람으로 가득했다.
전사와의 만남
어느 날, 남쪽에서 라우마타(Raumata)라는 전사가 와이헤케 섬에 상륙했다.
그는 족장의 아들이었고, 바다를 건너 신비로운 여신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히네모에아는 그를 멀리서 보고 웃었고, 그 미소는 바닷가의 조개껍질처럼 반짝였다.
두 사람은 섬의 언덕에서 매일 저녁을 함께했고, 달빛 아래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바닷바람을 나누었다.
전쟁의 그림자
그러나 이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북쪽 부족에서 와이헤케 섬을 차지하려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라우마타는 섬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고, 히네모에아는 인간과의 사랑이 정령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떠날 수 없었다.
“그가 없다면 이 바다도, 이 바람도 더는 내 것이 아닐 테니까.”
눈물의 섬
결국 라우마타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고, 히네모에아는 그가 누웠던 백사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령을 와이헤케 섬의 중심 바위에 봉인했다.
그 후로 그 섬엔 자욱한 아침 안개와 부드러운 파도, 그리고 언제나 울고 있는 것 같은 조용한 바람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이 섬을 “히네모에아의 눈물로 씻긴 섬”, 즉 Waiheke – ‘속삭이는 물소리의 섬’이라 불렀다.
오클랜드의 화산들
히네모에아의 정령이 사라지자, 오클랜드의 땅은 균형을 잃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머물던 능선과 언덕은 하나둘씩 분출하여 화산이 되었고, 그녀의 발걸음마다 산 하나가 솟아올랐다.
• 마운트 이든(Maungawhau)은 그녀의 눈동자,
• 원트리 힐(Maungakiekie)은 그녀가 바라보던 그리움,
• 마운트 알버트, 마운트 로스킬은 그녀의 발자국이 남은 땅이라 전해진다.
그래서 오클랜드엔 50개 이상의 화산 분화구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도 들리는 이름
오늘날에도 와이헤케 섬에 가면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바다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있다.
그 바람은 마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소리이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이렇게 속삭인다.
“라우마타… 나 아직 여기 있어요…”
현지 마오리 부족들은 가끔 섬의 동쪽 언덕에서 하얀 옷의 여인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녀가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전설이 남긴 것
이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감정, 인간과 정령의 경계, 그리고 땅의 형성과 기억을 담은 이야기다.
오클랜드의 화산들, 그리고 와이헤케 섬의 고요함은 모두 히네모에아의 사랑과 그리움의 흔적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