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밥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까치 밥

0 개 2,421 조병철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감을 따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아주 긴 장대를 사용하더라도 감나무 꼭대기까지는 미치기가 어렵다. 감나무에 올라가서 따는 경우도 있지만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서 그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나무 꼭대기의 감 몇 개는 그대로 남기게 되고; 어른들은 이들을 ‘까치 밥’이라 불렀다. 늦가을 고향 감나무에 달려 있던 ‘까치 밥’은 정취가 있었을 뿐 아니라 포근하게 느껴졌었다. 그 때 필자의 어린 생각에는 “하나라도 더 따지, 따기 힘들어 포기한 감들을 ‘까치 밥’라 그저 표현이 멋있다”라고 여겼었다. 
 
겨울철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계절이지만 야생에서 살아가는 새들에게도 곤혹스런 계절임에 틀림없다. 고향의 까치는 감나무에 남겨진 ‘까치 밥’과 겨울철 보리밭을 뒤지면서 추운 겨울을 보냈다. 그러면서 고향 집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전도사로서 그 자리를 지켰왔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화로 지칭되는 환경변화로 까치가 발 붙일 곳을 점점 줄어 들었다. 주변에 먹거리가 충분치 못해서 허기진 까치는 마을의 사과 배 같은 과일과 논밭의 곡식을 체면 가릴 것 없이 탐한다. 이에 따라 재배자는 처음에는 까치를 쫓는 방법을 찾았으나 그게 여의치 못하자; 이제는 아예 까치를 포획망으로 잡아버린다. 여기에 잡힌 까치는 약으로 쓰겠다는 이웃사람에게 선심을 써버린다. 이렇게 고향에서는 더 이상 까치와는 함께 살기가 어려워 졌다. 
 
까치처럼 주로 한 곳에서 머물러 살지 않고 계절에 따라 이동을 하는 철새가 있다. 철새는 특성상 겨울에는 따뜻한 별장지대를 찾아 가는 데 사람보다 훨씬 유리하다. 먹거리가 풍부해서 새끼를 낳아 기르기 좋은 보금자리를 찾아 다닌다. 까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철새들의 보금자리도 늘 안전하지 못한 게 지구촌의 현실이다. 인구 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인도에서도 북쪽 중국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해마다 겨울철새가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날아 온다. 인도 사람들은 이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인도는 식량사정이 충분치 못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많다는 데,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전통적 경험과 종교적 철학으로 이들 철새와 함께하지 않고는 자신들이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뉴질랜드 포도밭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인간과 새들간에 한판의 실갱이가 벌어졌다. 포도가 자라 맛이 들어 갈때 포도밭 전체를 그물망으로 덮었고, 포도를 수확하고 나서는 그 넓은 면적에서 그물을 모두 걷어냈다. 새들은 익은 포도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포도주를 생산하려는 농장주인은 익어 가는 포도를 지켜내려 안간힘을 쓴다. 이 장면은 포도 재배기간의 한 시기만 새로부터 격리 시키려는 전략이다.  

유럽인이 처음 뉴질랜드에 이주하던 초창기에는 이주민과 새들간의 진검 승부를 벌인 기록이 있다. 과수원에서 과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새잡기 운동을 벌인 것이다. 새 한 마리를 잡아오면 동전 한 잎을 주었다. 한국의 녹색혁명 기간 식량증산 운동의 일환으로 벌였던 ‘쥐잡기 운동’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이주 초창기 정착 과정에서 벌어졌던 정면승부와 이주민과 함께 들어온 동물로 인해 이곳 새들의 수난사는 시작되었다. 
 
이제는 여러 새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새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세우게 되었다. 섬 하나 전체를 농장은 아예 문을 닫고 자연상태로 복원 시키는가 하면, 새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공원을 조성해서 새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보살핀다. 또한 멸종위기에 있는 새들의 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새들의 서식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방사시켜 복원하려 한다. 도시의 가로수는 새들의 먹이를 제공할 수종을 선택한다. 새로 조성하는 공원에는 새들의 먹이가 연중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고려해서 식물을 배치한다. 과수원 주변에는 새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수종을 배치해서 새들이 지나치게 과수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조치한다. 

낙엽지는 가을, 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면 왜 ‘까치 밥’이 생각나는지? 
 

강낭콩에 대한 추억

댓글 0 | 조회 2,804 | 2013.04.10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더보기

[370] 푸드 마일(Food Miles)

댓글 0 | 조회 2,769 | 2007.12.11
지난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에서 유기 농산물 취급을 늘린다고 발표함에 따라 유기 농산물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 졌다. 그래서 시사주간지 타임(Time, 2… 더보기

화요일 저녁

댓글 1 | 조회 2,749 | 2011.10.12
어떤 모임이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면 월례회다. 예전에 한국 농촌에서 개최하던 4H 구락부(클럽) 월례회를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마을회관에서 동네의 청소년… 더보기

유기농산물(Organic food)과 지역농산물

댓글 0 | 조회 2,738 | 2014.08.13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충분치 못할 경우, 슈퍼마켓 농산물 코너에 넘쳐나는 그들의 라벨로 여러분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유기농산물의 … 더보기

[372] 한국인이 찾는 순한 매운 맛

댓글 0 | 조회 2,690 | 2008.01.15
해외여행을 다녀와서는 얼큰한 것이 먹고 싶다고 한다. 김치 고추장 매운탕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연 한국인이 찾는 이 얼큰한 맛은 무엇일까? 누구나 쉽게 짐작이… 더보기

‘퀸스랜드 과일파리(Queensland fruit fly)’ 한 마리

댓글 1 | 조회 2,686 | 2012.06.13
지난 5월초 오클랜드 주택가에서 ‘퀸스랜드 과일파리’ 한 마리가 당국의 예찰 트랩에서 발견되었다. 일차산업부(MPI, 새로운 조직의 농림수산… 더보기

수퍼프루트(Superfruit)

댓글 0 | 조회 2,645 | 2013.03.13
어떤 과일을 즐겨 드시는지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좀 엉뚱하게도 바나나와 감귤이다. 왜 그러냐 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칼 같은 … 더보기

오클랜드 식물원의 텃밭 디자인

댓글 1 | 조회 2,617 | 2012.05.08
오클랜드 식물원에서는 방문객센터 왼편에 새로 텃밭을 조성한다. 시민들의 텃밭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시작해서 올해가 두 번째 해를 맞이한다. 첫해는 구획… 더보기

썸머 프루트(Summer fruit)

댓글 0 | 조회 2,608 | 2014.05.27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낮 시간이 길어 과일나무는 그 동안에 열매를 살찌울 절호의 찬스를 맞는다. 태양을 듬뿍 받아 탐스럽게 익어내는 게 여… 더보기

겨울 삼총사를 바라보며

댓글 0 | 조회 2,561 | 2011.07.12
올해는 가을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집안 온통 축축하고, 주변의 잔디밭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가끔 반가운 햇살이 비추긴 해도 잠시 뿐이다. 이런 집안… 더보기

‘모닝 커피’와 ‘애프터눈 티’

댓글 0 | 조회 2,544 | 2012.11.14
아침 일과전에 커피 한컵 마시고 산뜻하게 시작해야지; 나른한 오후 차 한잔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가져야지. 이건 너무 평범한 얘기 같고, 아니 좀 발랄하게, 밤세워… 더보기

[380] 김장을 하시나요?

댓글 0 | 조회 2,538 | 2008.05.13
가을이 깊어 가고 초겨울이 다가오면 '김장 하셨나요?'가 인사말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쁜 … 더보기

건강한 식단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2,534 | 2011.08.09
우리는 지금 먹을 게 넘쳐 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저가 지향적 가공품, 미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식품 등으로 식단의 균형이 흔들린다. 모든 걸 개인 선택의 결… 더보기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댓글 0 | 조회 2,528 | 2012.02.15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의 이용자로 태어났을까?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카슨 (Rachel Carson, 190… 더보기

선주후식(先酒後食)

댓글 0 | 조회 2,503 | 2013.08.14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특한 음식 바로 술이다. 서민들의 밥상에도, 나라간의 정상외교의 만찬에도, 시중잡배의 의기투합의 자… 더보기

퀸스타운 가든(Queenstown Gardens)의 할미꽃

댓글 0 | 조회 2,451 | 2012.01.17
퀸스타운은 남섬 멀리 남쪽에 있는 관광도시이다. 여왕의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대서 퀸스타운이라는 말이 있고, 또한 골드러쉬 시절에 황금을 찾아서 여왕 부럽지 않게 … 더보기

현재 까치 밥

댓글 0 | 조회 2,422 | 2013.06.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더보기

웨스트 오클랜드 와인어리

댓글 1 | 조회 2,406 | 2012.04.12
주말 웨스트 오클랜드 와인어리는 무척 북적댄다. 포도주를 사러 들리는 방문객에다, 가족단위 외식 나들이 손님에다, 또는 클럽모임에 참석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비교… 더보기

밀포드사운드 유람

댓글 0 | 조회 2,405 | 2011.12.13
뉴질랜드에도 연간 강수량이 육천 미리가 넘는 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밀포드사운드(Milford Sound)인데, 전국 평균 강수량의 다섯 배나 된다. 지구의… 더보기

[374] 유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

댓글 0 | 조회 2,377 | 2008.02.12
여러분은 유기 농산물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배부른 사람들의 사치스런 행각으로 보나요? 아니면, 사보지만 왠지 값이 비싸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생… 더보기

[366] 채소와 과일 색깔로 즐겨라

댓글 0 | 조회 2,340 | 2007.10.09
빨간 사과, 노란 레몬, 자주색 포도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여태껏 이들 원예 농산물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영양원으로만 강조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섬… 더보기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340 | 2011.11.09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거 자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이 달라진다는 의미도 된다. 송충이는 솔잎만, 누에는 뽕잎만 먹고 자란다. 그… 더보기

[364] 원예작물의 품질과 제철

댓글 0 | 조회 2,332 | 2007.09.26
사과, 배, 감 같은 우리에게 낯익은 과일에서부터 브로콜리 비트 같은 낯선 채소까지 넘쳐 나는 마트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쇼핑을 하나요? 이제는 시설재배가 일반화되… 더보기

마오리(Maori) 새해

댓글 1 | 조회 2,289 | 2012.08.15
인류의 문명은 일 년을 주기로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해와 달을 포함한 우주의 운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 … 더보기

해초(seaweed) 이야기

댓글 0 | 조회 2,244 | 2019.11.13
프랑스 메네즈앙 해변에서 한 여성이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긴 장화를 신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낯설지 않는 행동이다. 갯벌로 바다 채소로 불리는 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