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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만으로 차량 상태를 판단해도 될까?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숫자 중 하나는 ‘주행거리(kilometres)’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은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차량 상태가 더 좋을 것이라 믿고, 10만 km 이하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차량 상태를 결정짓는 요인은 주행거리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단순히 숫자에 의존하는 판단은 때로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중고차 거래가 활발한 나라입니다.
합리적인 가격, 인구수에 비해 높은 자동차 등록 비율, 그리고 비교적 자유로운 수입 규정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를 중고로 구매합니다.
그런데 중고차를 고를 때 대부분이 가장 먼저 보는 건 뭘까요?
단연코 **‘주행거리(km)’** 입니다.
10만 km 미만이면 안심, 15만 km 넘으면 고민, 20만 km가 넘으면 “이건 너무 오래 탔다”며 바로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주행거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차량을 실제로 점검해 본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행거리만으로 차량을 판단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는 접근입니다.”
고주행 차량, 꼭 피해야 할까요?
차량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나이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 어떻게 관리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하죠.
장거리 고속도로 위주로 부드럽게 운전된 차량은 20만 km가 넘더라도 여전히 튼튼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시내 단거리 주행 위주로 반복된 차량은 브레이크, 엔진, 미션 등 주요 부품이 더 빨리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차량들은 내구성이 과거보다 훨씬 향상되었습니다.
정기적인 정비와 소모품 교체만 잘 이루어졌다면 20만~30만 km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주행거리입니다.
저주행 차량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정비 이력도 없고,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저주행 차량일 수 있습니다.
차량을 너무 오래 세워두면
• 배터리 방전
• 타이어 변형
• 브레이크 고착
• 냉각계통 부식
• 실내 곰팡이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짧은 키로수의 깔끔한 차’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문제가 누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중고차, 겉보다 ‘이력’을 보셔야 합니다
뉴질랜드 중고차 시장이 활발한 만큼, 일부 판매자들이 사고차를 겉만 말끔히 복원해 판매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에어백이 터졌던 차량, 프레임이 손상되었던 차량도 외형은 복원할 수 있지만, 수리 방식이 비정상적이었을 경우 안전성은 처음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차량들이 ‘주행거리 짧음’이라는 이유로 고가에 판매되는 일도 실제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차량을 판단할 때는 반드시 아래와 같은 항목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 정비 이력
• 사고 이력
• 용접 및 교체 흔적
• 전자 시스템 작동 여부
• 누유 및 곰팡이 흔적
특히 부모가 자녀 차량을 구매하거나, 장거리 운전에 적합한 차를 찾는 경우에는 “겉모습보다 진짜 컨디션”을 따지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론 -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정직한 이력
차량을 선택할 때 가장 쉬운 기준은 ‘보이는 숫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진짜 상태는 주행거리라는 단일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정비기록, 사고이력, 운행습관, 보관환경 등 차량의 전체적인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정보들입니다.
중고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내 가족이 타고, 나의 일상과 추억이 오가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단지 ‘가격’이나 ‘주행거리’만 보고 선택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책임이 너무 큽니다.
좋은 중고차란, 숫자가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되는 차입니다.
주행거리는 참고 자료일 뿐, 차량의 상태를 진짜로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관리와 이력입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점검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