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태평 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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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 농법

0 개 1,916 조병철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서 막 뽑아낸 갓을 김장에 넣을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사연인즉 이렇다. 지난해 김장 때에 갓을 쓰고 남아서 몇 포기를 그대로 겨울을 지냈다. 봄철에 되면서 노란 꽃이 피고 새로운 씨앗이 생겼다. 그 걸 그대로 방치해 놓았는 데, 군데군데에서 다시 갓이 자랐고 가을을 접어들면서 비가 내리며, 아주 무성해 졌다. 이번 김장에 다시 뽑아 이용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다음은 서양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허브인 고수(Coriander, 빈대풀) 얘기다. 태국 같은 동남아지역의 요리에도 ‘약방에 감초’ 격으로 어김없이 들어간다. 한국요리에는 상추쌈과 같이 하면 향긋한 향이 일품이다. 필자도 태국에서 처음 코리앤더을 접했을 땐 역겨운 냄새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전북 장수에서 삼겹살과 다시 만난 고수는 새로운 미각을 자극했다. 그래서 이제 우리 텃밭에서는 단골 손님으로 대접 받는다. 봄철에 잎은 먹다 남은 코리앤더가 여름이 되면 꽃대가 나온다. 하얀꽃이 피고 나면 스스로 열매가 맺히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쓰러지기도 한다. 이 때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 데, 때를 놓친 열매는 그대로 땅에 떨어지고; 가을이 되어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다시 싹이 난다. 가을철이지만 손 끝에 스치는 코리앤더 향이 정겹기 까지 하다. 
 
여기서 고수 열매를 이용하는 또 다른 예가 있다. 올리브 기름 병 속에 통째로 넣어 보시라. 키위들은 거기다 월계수나무(Bay laurel)의 마른 잎도 함께 넣기도 한다.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마른 통고추를 함께 넣어도 좋으리라. 이렇게 하면 올리브 기름도 한국스타일로 변한다. 또한 인류 요리사는 냄새가 강한 고기나 생선 요리에 고수 씨앗을 절구에 빻아서 넣기도 한다. 육류나 생선 특유의 비린 냄새가 향긋한 허브향으로 바뀌면서 요리의 품격을 한 단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가을상추 맛을 볼 차례다. 봄철에 상추 잎을 돌려가면서 따서 먹다보면 한 두 그루에서 꽃대가 나온다. 그대로 놓아 두면 노란꽃이 그런대로 정취가 있으며, 동네의 호박벌과 흰나비가 모여들어 낙원을 연출한다. 꽃이 피면서 아주 넓직한 면적을 차지하는 게 약간은 흠이지만 꽃이 지고나면 하얀 깃털이 달리 씨앗이 여문다. 그대로 방치해 놓아도 좋고, 바람에 흔들리는 열매자루를 꺽어 한 두 번 흔들어 준다. 씨앗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자리를 잡게 된다. 봄 상추가 자라던 자리에 다시 가을상추가 자라게 된다. 
 
이 때 상추 씨앗이 싹을 트는 데는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상추는 씨앗을 흙으로 깊게 덮어주면 싹이 트질 못한다. 이렇게 싱겁게 뿌려 준 상추 씨앗은 곧 싹이 트며 다시 자란다. 여름 가뭄으로 조금 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싹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조그만 상추는 가을비를 맞으며 쑥쑥 자란다. 가을이야 다른 먹거리가 비교적 풍성한 계절이지만 한두 번은 이들 상추와 함께 한다면 가을상추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텃밭에 들깨(Wild Sesame; Perilla Leaves)를 재배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데, 씨앗이 생기는 그루가 너무 많으면 온통 그들의 세상이 된다. 그대로 방치하다보면 그들을 뽑아내는 데 너무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손바닥 텃밭에서는 한두 그루면 충분하고, 보다 많은 때는 열매를 따로 받아서 이웃과 나누면 기쁨이 두배가 된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들 채소류가 꽃을 피게 되면 자랄 때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그들이 열매를 맺도록 하려면 좀 넓게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밖에도 천하태평 농법을 활용할 수 있는 작목은 수도 없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 여러분이 더 많이 알고 계시리라. 이런 원칙을 적용해서 손바닥 텃밭을 가꾼다면, 힘도 적게 들뿐 아니라 종묘를 사느라 추가로 돈을 들일 필요도 없게 된다. 이래저래 텃밭을 가꾸는 재미가 두배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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