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에 대한 추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강낭콩에 대한 추억

0 개 2,820 조병철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이마/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 영로 시인의 ‘논개’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어찌 강물결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르게 보았을까?

1960년대 한국의 여름 장마는 길고 지루했다. 비가 억척같이 내렸고, 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강낭콩이 익었다. 그래서 걷어들인 강낭콩을 말리는 것이 문제였다. 무더운 여름철 임에도 강낭콩을 말리기 위해서 방에 불을 지피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미처 거두어 들이지 못한 강낭콩은 장마비로 그대로 나무에 달린 채로 썩거나 싹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강낭콩은 다른 콩보다 재배 기간이 짧아서 엇그제 심은 것 같은 데 벌써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다. 그리고 다른 콩과는 달리 콩알이 커서 풋콩을 까기가 쉬웠다. 게다가 색깔도 알룩달록 다양해서 보기에도 아주 좋았다. 그래서 밥에 넣을 강낭콩을 까는 것은 모두 어린 애들의 몫이었다.

식량이 충분치 못했던 시절 쌀을 아끼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강낭콩은 여름철 배밑콩으로 제격이었다. 또한 강낭콩이 들어간 누룽지는 식사 후에 정말로 고소한 보너스 였다. 게다가 간식 걸이가 마땅치 못했던 그 즈음 통밀가루와 섞어 만든 강낭콩 개떡은 배를 든든하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렇게 강낭콩은 그 시절 식량의 한 부분으로 커다란 역할을 했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 객지생활 때, 귀향 후 부모님의 선물 보따리에는 어김없이 강낭콩이 들어 있다. 어디서 구해서 심은 건지 분명치 않으나, 굵직한 ‘덩굴강낭콩’이었다. 이제 짜리몽땅한 작은 키의 강낭콩에서 울타리 타고 넘는 ‘덩굴강낭콩’으로 바뀐 것이다. “밥에 섞으면 구수해서 먹을만 하더라” 하시는 시어머님 말씀에 며느리는 강낭콩 밥을 짓는다. 도시 출신 새며느리는 서방님 밥에는 강낭콩을 여러개 자신의 밥그릇에는 한알만 담는다. 입맛이 까다로운 며느리는 구수한 강낭콩의 맛을 들이기도 전에 그저그런 콩으로 취급한다. 강낭콩 보다 더 맛있고 불리지 않아도 콩과 함께 밥을 지을 수 있는 서리태콩한테 밀려 났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에서 다시 ‘덩굴강낭콩’을 만났다. 유기농 전문점에서 씨앗 한 봉지를 사다 담장 밑에 심었다. 싹이 트는 것을 보며 신이났다. 아뿔사, 이게 왠 일이가; 봄철 배고픈 달팽이와 슬러지가 자신들을 위해 심어줘 고맙다고 마구 먹어 댄다. 종자도 건지지 못했다. 다음해 단단히 벼르고 다시 도전한다. 이제는 아주 포트에 심어서 훨씬 자란후에 옮겨 심는다. 그래도 반은 배고픈 손님한테 헌납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종자를 하고 남아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여름철에 정성들여 물을 준 덕분이다. 햇강낭콩 밥은 강낭콩 맛을 제대로 들이지 못했던 아주머니 한테도 “물값은 많이 들었어도 맛이 있네”다. 아마도 입맛이 변해서 그렇겠지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리 맛 있다는 강낭콩 밥도 애들한테는 별로다. 밥에서 강낭콩을 모두 골라낸다. 물론 그거야 강낭콩 세대인 아버지의 몫이지만.

이제 강낭콩 재배 전도사를 자처한다. ‘덩굴강낭콩’을 키우는 데는 종자만 몇 개 있으면 되고; 봄철 뒤뜰에서 밤낮을 지키는 배고픈 손님들만 잘 달래면 새순을 지킬 수 있다. 오클랜드에서는 여름 가뭄이 심하다. 그래서 여름철에도 땅에 수분이 많은 장소가 적합한데, 어디 그런 곳이 많겠는가.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은 주어야 한다. 수돗물이 아까우면 빗물을 받아서 주시라.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모았다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한번 심기만 하면 종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신기하게도 이 덩굴강낭콩은 가을에 낙엽지고 줄기가 모두 말라도 뿌리는 그대로 살아 있어, 다음해 봄에 다시 새싹이 나온다. 몇 년간 계속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덩굴강낭콩’은 자꾸만 새순을 돋아 내는 데, 새로 강낭콩 맛을 들이려는 이 없으니.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강낭콩 세대는 그저 추억에 잠기는 수 밖에. 어디 강낭콩 맛 함께 할 이 없오.

밀포드사운드 유람

댓글 0 | 조회 2,415 | 2011.12.13
뉴질랜드에도 연간 강수량이 육천 미리가 넘는 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밀포드사운드(Milford Sound)인데, 전국 평균 강수량의 다섯 배나 된다. 지구의… 더보기

퀸스타운 가든(Queenstown Gardens)의 할미꽃

댓글 0 | 조회 2,456 | 2012.01.17
퀸스타운은 남섬 멀리 남쪽에 있는 관광도시이다. 여왕의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대서 퀸스타운이라는 말이 있고, 또한 골드러쉬 시절에 황금을 찾아서 여왕 부럽지 않게 … 더보기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댓글 0 | 조회 2,536 | 2012.02.15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의 이용자로 태어났을까?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카슨 (Rachel Carson, 190… 더보기

열무김치

댓글 1 | 조회 3,163 | 2012.03.13
‘아가리 딱딱 벌려라 열무김치 들어간다.’ 어릴 적 들었던 동요의 일부분 이다. 그 밖의 내용은 잘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아무튼 분명한 … 더보기

웨스트 오클랜드 와인어리

댓글 1 | 조회 2,412 | 2012.04.12
주말 웨스트 오클랜드 와인어리는 무척 북적댄다. 포도주를 사러 들리는 방문객에다, 가족단위 외식 나들이 손님에다, 또는 클럽모임에 참석한 사람들도 있으리라. 비교… 더보기

오클랜드 식물원의 텃밭 디자인

댓글 1 | 조회 2,623 | 2012.05.08
오클랜드 식물원에서는 방문객센터 왼편에 새로 텃밭을 조성한다. 시민들의 텃밭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시작해서 올해가 두 번째 해를 맞이한다. 첫해는 구획… 더보기

‘퀸스랜드 과일파리(Queensland fruit fly)’ 한 마리

댓글 1 | 조회 2,695 | 2012.06.13
지난 5월초 오클랜드 주택가에서 ‘퀸스랜드 과일파리’ 한 마리가 당국의 예찰 트랩에서 발견되었다. 일차산업부(MPI, 새로운 조직의 농림수산… 더보기

텔레비전의 요리 프로그램

댓글 1 | 조회 1,840 | 2012.07.10
텔레비전에는 요리 프로그램이 아주 다양하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서양 요리는 어찌하나 하는 관심으로 자주 보게 된다. 전국의 지방을 돌아가면서 그 곳… 더보기

마오리(Maori) 새해

댓글 1 | 조회 2,302 | 2012.08.15
인류의 문명은 일 년을 주기로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해와 달을 포함한 우주의 운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 … 더보기

접시 위에 올라온 꽃잎

댓글 0 | 조회 1,947 | 2012.09.12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 오면 나는 언니하고 화전(花煎)놀이 간다.’ 옛 동요에 나오는 구절이다. 화전이란 말 그대로 꽃잎을 넣어 부친 전을 … 더보기

우리는 왜 매운 맛에 열광하는가?

댓글 0 | 조회 1,855 | 2012.10.09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을 찾은 컬럼버스 일행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전파되었고, 그 후 동·서양의 무역경로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들어 온 … 더보기

‘모닝 커피’와 ‘애프터눈 티’

댓글 0 | 조회 2,554 | 2012.11.14
아침 일과전에 커피 한컵 마시고 산뜻하게 시작해야지; 나른한 오후 차 한잔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가져야지. 이건 너무 평범한 얘기 같고, 아니 좀 발랄하게, 밤세워… 더보기

기후는 변하고 있는 데

댓글 0 | 조회 2,056 | 2012.12.11
지난 10월 오클랜드에서는 거센 바람으로 큰 나무가(오톤 정도) 쓰러지면서 집 두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두집은 지붕이 크게 무너졌다. 그 중 한 집에서는 식구들… 더보기

달콤한 유혹 설탕

댓글 0 | 조회 2,029 | 2013.01.16
여름철 땀나는 운동 후에는 갈증과 함께 달콤한 게 그립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도 단음식이 인기를 모은다. 현대인은 이러한 달콤한 에너지원의 욕구를 … 더보기

안경을 벗어던진 존스 할머니

댓글 0 | 조회 2,120 | 2013.02.13
안경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써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안경을 쓰던 도중에 홀연히 벗어던지고, 현재 90세에 달했지만 안경을 다시 찾지 않는 존스… 더보기

수퍼프루트(Superfruit)

댓글 0 | 조회 2,655 | 2013.03.13
어떤 과일을 즐겨 드시는지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과일은 좀 엉뚱하게도 바나나와 감귤이다. 왜 그러냐 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칼 같은 … 더보기

현재 강낭콩에 대한 추억

댓글 0 | 조회 2,821 | 2013.04.10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밝은/ 그 마음 흘러라./… 더보기

천하태평 농법

댓글 0 | 조회 1,922 | 2013.05.14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 더보기

까치 밥

댓글 0 | 조회 2,434 | 2013.06.12
가을철 감이 익어가면서 대부분 추위가 닥치기 전에 딴다. 감이 서리를 맞으면 더 달다고 해서 아주 늦게까지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자연 그대로 자란 감나무에서… 더보기

일백 개의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774 | 2013.07.10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보기

선주후식(先酒後食)

댓글 0 | 조회 2,510 | 2013.08.14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기호식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특한 음식 바로 술이다. 서민들의 밥상에도, 나라간의 정상외교의 만찬에도, 시중잡배의 의기투합의 자… 더보기

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댓글 1 | 조회 5,052 | 2013.09.10
봄철 들판은 온통 풀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토끼풀 반지꽃 냉이 질경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들이 꽃망울을 터트림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고향의 봄 들… 더보기

어느 도심의 Eco-village

댓글 0 | 조회 2,099 | 2013.10.08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더보기

주림을 고치는 데는 밥이 으뜸

댓글 0 | 조회 2,069 | 2013.11.13
「세상에서 몸에 좋다는 복령 인삼 구기자(拘杞) 같은 세 가지 약을 먹고 나서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한지 백 일만에 숨결이 가빠 곧 죽게 되었을 때. 이웃집 할멈이… 더보기

선비의 밥상에 오르던 미나리

댓글 0 | 조회 3,154 | 2013.12.11
한민족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미덕으로 선비정신을 들기도 한다. 그런 선비들이 민속채소인 미나리를 즐겨 먹었으며, 거기서 식채로써의 삼덕(三德)을 발견했다니 흥미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