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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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0 개 3,700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날아왔다. 새가 집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작년에 산 새 집에 새 집이라니? 문틀 밑에 패티오(patio). 패티오 위에 찍찍찍 새똥.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빗자루를 들고 문 틀 위에 쌓인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싹싹 쓸어 버렸다.

문 틀 위 빗자루 질은 다음 날도 계속되었고 드디어 녀석은 사라졌다. 그런데 녀석은 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ㄱ자로 꺾어진 다른 쪽 방 위 문틀로 장소를 옮겨 또 부지런히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고 있었다. 단호하게 빗자루 질 한 후, 뜰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는 데 또 녀석이 날아왔다. 그런데 녀석의 배가 불룩해 보인다. 새끼를 낳으려고 하나?

다음 날 아침 러닝 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유리 문 밖으로 보이는 새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가 않다. 우리가 양보 해야 하나? 새 집에 새집! 제 3의 길은 없는가? 집으로 오는 길에 킹스 플랜트 반(King's Plant Barn)에 들렀다. 정원 저 쪽 담장 옆에 새집을 달아 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곳 직원 말이 우리가 새집을 달아줘도 소용없단다. 새는 우리가 달아 주는 새집이 아니라 기어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둥지를 틀려고 할 것이고, 데크나 패티오는 찍찍찍찍 될 것이니, 아예, 초장에, 매몰차게 쫓아 버리란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뉴질랜드 토박이 키위 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내 빗자루 질에 정당성은 부여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집에 와 보니 새는 꽤 수북이 둥지를 틀 재료를 방 문틀 위에 또 모아 놓았다. 그래! 한 방 빗자루 질에 싹 쓸어 버리곤, 골판지를 잘라 새가 앉지 못하게 문틀 위의 공간을 없애 버렸다.

그 다음 며칠 동안 녀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실 문 밖에도 방 문틀 위에서도. 그런데 타카푸나 체육관 유리 문 밖에서 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먹고 있는 모습 위에 녀석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20여년 전 집 없던 우리 부부의 모습도.

1985년 아내와 결혼 할 때,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에게서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고 단 칸 월셋방에서 시작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만원. 서울 종로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였던 나의 월급 27만원을 쪼개서 살림을 하고 곗돈을 붓고 나면 돈이 바닥났고, 상여금을 타면 겨우 적자를 메꾸어 나갔다. 1987년 아내는 서울 변두리 도시에 있는 8평형 아파트에서 월세로라도 살아 보고 싶다고 있다. 어느 날 막내 처제에게 '집에 좀 놀러 오라고'하자, 처제가 말했다. "형부, 언니네 놀러 가고 싶어도 언니넨 방이 하나여서 나 잘 방이 없잖아요. 빨리 방 2개짜리로 옮겨요."

1992년, 양가 부모님 도움 하나 없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서울 주변 도시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 때, 다 짓지도 않은 공사 터를 주말이면 가 보곤 했다. 드디어 우리 집을 처음 갖게 되자, 재직하고 있던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토요일 오후에 집들 이하니 놀러 오라고 자랑스럽게 널리 알렸다. 정확히 28명이 집들이에 왔다. 28평형 아파트였으니, 한 평에 한 명씩 대접 한 꼴이었다. 다행히 손이 큰 아내 덕에 손님을 다 치르고도 자취하는 총각 선생 세 명에게 나머지 음식까지 싸 주었다.

참 미안했다. 집 한 칸 더부살고자 했다가 쫓겨난 새에게, 기쁜 우리 젊은 날에게! 그런데 지난 주 월요일 날, 집 앞 정원을 손보고 있었는데 앞쪽 담장을 타고 올라간 자스민 넝쿨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 올랐다. 녀석이었다. 아, 그 자스민 넝쿨 속에 녀석은 고맙게도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알을 품고 있는지 어미는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 빠꼼히 까만 눈 망울로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녀석과 인사를 나누는게 우리 부부의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녀석의 이름을 모르겠다. www.yahoo.co.nz에서 검색하여 보고 디카로 찍어 킹스 플랜트 반에 가서 할머니 직원에게도 확인하여 녀석이 개똥지빠귀(song thrush)라는 것을 알아냈다.

개똥지빠귀는 숲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시 안 인가 정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뒷 목, 몸통의 깃털 은 계피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목 부분부터 배의 앞 중앙 부분으로는 흰색 바탕에 황갈색 얼룩점 들로 덮여 있다.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 나무 높이 올라가 우짖는 새소리는 실구름마저도 귀 기울이게 할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개똥지빠귀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앞에는 'song thrush'라고 'song' 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사람들은 개똥지빠귀가 새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음악가에 속한다고 말한다. (People say that the song thrush is among the finest of the bird world's musicians.) 어떤 이들은 이 새들이 음악적 능력에 있어서 사람들과 필적할 만 하다고도 한다.(There are even those who say that this bird can compete with the human species in its musical ability.)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개똥지빠귀를 음악의 진정한 대가라고 했다.(The composer Antonic Dvorak called this bird the true master of music.)

앞 뜰을 거닐다가 먹이를 찾아 다니는 녀석을 보면 지렁이라도 잡아 주던가, 먹이를 사다 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꾹 참는다. 아무리 우리가 그 새를 사랑해도 그것은 녀석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가 우리 인생의 몫을 마땅히, 감사히 감당해 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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