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는 상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는 상추

0 개 4,558 NZ코리아포스트
상추를 쌈으로 먹은 것은 한국인의 고유한 음식문화 중에 하나이다. 60년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밥을 상추에 싸서 입이 터지게 먹는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는지? 필자가 부산에서 군생활을 할 때 기억인데, 하숙집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상추쌈은 고등어조림이 있어야만 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신세대들에게는 상추쌈은 삽겹살을 먹을 때만 필요한 걸로만 알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상추쌈을 어떻게 즐기던지 간에 우리와 아주 친근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른들께서는 예전에 농촌 텃밭에서 갓 뜯어낸 상추쌈의 기억이 생생하리라 생각된다. 특별한 반찬 없이 밥에 상추와 된장찌개만으로 차려진 봄철의 소박한 밥상. 하얀 진이 뚝뚝 떨어져 손이 끈적끈적 했던 상추의 추억. 약간 쌉쌀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던 그런 상추 말이다. 이제 한국에서는 수경재배 등 온실에서 키운 상추가 보편화 되면서, 예전의 그런 상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불평이다. 온실에서 재배하다 보니 상추가 쑥쑥 자라 연하고 부드럽기 마련이다. 그러니 예전 텃밭의 상추 맛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상추를 먹고 나면 좀 졸립다? 물론 예전 얘기로 돌릴 수도 있다. 영양상태가 충분치 못해서 인지, 봄철이면 꾸벅꾸벅 조는 현상이 심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춘곤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상추를 먹고 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점심식사 후에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고 나서는 “점심에 상추를 먹었더니”라고 핑계를 대곤 했었다. 상추에는 약간 쓴맛이 나는 데, 이것은 일종의 알카로이드 성분으로 최면과 진통 효과가 있다. 그래서 상추를 먹으면 체질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약간 졸립기도 하다.

‘가을철 상추는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상추는 저온성 채소로 봄철과 가을철 맛이 최고다. 그래서 남이 보면 맛있는 상추를 빼앗길까봐 문을 잠그고 먹는단다. 다른 한 가지, 예전에는 봄철에 입병이 흔했다. 그러면 상추를 먹으면 낳는다고 열심히 상추를 먹었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리라. 예전의 어른들 말씀을 따라 열심히 상추를 먹어보면 알 수 있으리라.

앞에서 말한 대로 상추는 서늘한 기후 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온대지방에서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쉽게 재배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비닐온실에서도 재배가 용이하고, 현대적 온실에서는 특별한 가온시설이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채소로 분류될 수밖에.

그러면 여름철에 상추에게는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햇볕 쪼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상추는 씨를 만들기 위해서 길게 꽃대를 내밀면서 잎이 작아지고 단단해진다. 그러면 상추는 쓴 맛이 강해지면서 잎이 뻣뻣해져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상추가 자기 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철에 상추를 즐길 수 없는 시기가 된다.

오클랜드에서는 봄이 아주 짧아 여름이 빨리 온다. 그래서 상추를 재배할 경우 꽃대가 빨리 나온다. 반면에 가을철은 길어서 상추를 재배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무척 길다. 여름철에 상추씨가 생기고 나서는 그 씨는 그대로 방치해 놓거나, 슬슬 흔들어서 씨를 뿌려주면 곧바로 새싹이 돋아난다. 그러면 자라는 대로 뽑아서 먹을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그리고 그 걸 그대로 두면 겨울철에도 잘 살아 있다. 아주 이른 봄에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상추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재배하기 쉬워서 세계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상추, 쌈 문화로 우리와 너무나 친숙해진 상추, 예전에 어려운 시절이 즐겼던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는 상추, 여러분의 뒤뜰에서 자라고 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대체, 벌에게 무슨 일이

댓글 0 | 조회 3,432 | 2009.11.10
세계적으로 벌에 관한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벌들이 꿀을 따러 나갔다가 벌통을 찾아가지 못하는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 더보기

Hamilton Gardens

댓글 0 | 조회 3,127 | 2009.12.08
뉴질랜드 12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어디서나 쉽게 탐스러운 장미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올해는 해밀톤 가든을 찾아 로저스 가든에서 장미 사랑에 흠뻑 빠져 보는 것… 더보기

지속 가능한 우리의 생활공간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3,040 | 2010.01.12
우리의 생활공간은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매우 소중하다. 우리가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보상은 현실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당… 더보기

고추가 너무 매워요

댓글 1 | 조회 4,027 | 2010.02.09
여름철 저녁 식탁에서 모녀간의 대화다. “어떤 고추가 맵지 않은 거야, 나는 매운 고추는 싫어" 하고 아이가 말하니. 엄마가 식탁 위 고추를 한 입 베어 먹고 나… 더보기

풀 먹고 자란 소와 곡물사료로 키운 소

댓글 2 | 조회 14,892 | 2010.03.09
지구를 살리려면 소고기를 더 많이 먹어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그런데 단지 조건이 있다. 풀밭에서 자란 소의 고기라야만 한다. 그러면 풀을 먹고 자란 소의 … 더보기

기후변화 이야기

댓글 0 | 조회 3,142 | 2010.04.13
지난 1월 중국 북경에는 폭설이 내렸다. 1951년 이래로 가장 심한 눈으로 기록되었다. 도로가 차단되는가 하면 기차 항공기 등 교통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더보기

경외스런 자연 Kauri

댓글 0 | 조회 3,311 | 2010.05.11
카우리는 태고부터 뉴질랜드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다. 뉴질랜드 북섬에서만 자라는 세계적인 거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나무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면 그 위풍당당함에… 더보기

키위 나라 키위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54 | 2010.06.09
“뉴질랜드 키위(Kiwi fruit)가 잘 나가고 있다.” “무순 소리냐, 마트에는 이태리 산 키위가 들어 와 있던데.” “그래, 그렇지만 뉴질랜드 키위는 잘 나… 더보기

한국 동치미와 일본 단무지

댓글 0 | 조회 5,104 | 2010.07.13
1970년대 학창시절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화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교수님께서 일본에서는 오후 간식으로 차와 단무지를 먹더라. 그러면서 “일본사람들 그리 잘 사는… 더보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GE 농산물

댓글 0 | 조회 2,998 | 2010.08.10
지난해 전 세계 농경지 가운데 3% 정도에 GE(유전자조작, Genetically engineered) 작물이 심겨 졌다. GE 작물이 개발 된지 14년만의 결과… 더보기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각한다

댓글 0 | 조회 3,105 | 2010.09.15
세상에 먹을 게 넘쳐 나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얘기는 끊이질 않는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는 유기농 신봉자로 유명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채마… 더보기

치치ˇ 식물원의 봄

댓글 0 | 조회 3,338 | 2010.10.12
크라이스트처치 방문 계획을 세우는 데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벼르고 별러서 가려는 데, 좀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함께 가려는 그룹은 좀 태연하다 “… 더보기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5,464 | 2010.11.10
이런 과일은 어떨까? 우선 영양가가 풍부해서 우리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먹기에도 편리하고, 맛에 있어 새로운 미각을 자극하여 무언가 다르게 품위도 있으며, 시… 더보기

현재 하얀 진이 뚝뚝 떨어지는 상추

댓글 0 | 조회 4,559 | 2010.12.07
상추를 쌈으로 먹은 것은 한국인의 고유한 음식문화 중에 하나이다. 60년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밥을 상추에 싸서 입이 터지게 먹는 장면을 기억하는 … 더보기

새소리가 시끄럽습니까?

댓글 1 | 조회 3,950 | 2011.01.14
예전 기억으로는 고향에는 참새가 무척 많았다. 그래서 가을이면 논과 밭에 참새 떼가 극성을 부렸다. 곡식을 마구 쪼아대는 이들은 없어야 하는 동물로 여긴 적도 있… 더보기

여름이 지난 후 잔디밭에는

댓글 0 | 조회 3,853 | 2011.02.08
뉴질랜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잔디밭으로 일컬어지는 풀밭은 가지고 있다. 잔디는 아주 드물고 풀이 더 많으니 그리 불러야 옳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이라 부른다.… 더보기

우리 동네 과일가게

댓글 0 | 조회 3,514 | 2011.03.09
‘당신은 대형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 합니까, 아니면 동네가게를 자주 들릅니까?’ 영어 작문의 한 제목이다. 찬반양론에 대한 논리적 전개를 보기 위한 훌륭한… 더보기

우리 집 울타리

댓글 0 | 조회 6,466 | 2011.04.12
우리 집 울타리는 이웃과 경계한다. 울타리 안 정원에는 주인이 좋아하는 장미, 목련, 잔디로 가득 하다. 민들레 질경이 같은 잡초나, 달팽이, 슬러지 같은 민망한… 더보기

마을 공동텃밭(Community Garden)

댓글 1 | 조회 3,702 | 2011.05.10
가정 규모의 텃밭을 운영 하다보면 어느 땐 넘쳐 나는 수확물 처리에 골몰 할 때가 있다. 올해 우리 정원에는 피조아가 풍년이다. 그리고 상추도 그런대로 풍성했다.… 더보기

쌀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01 | 2011.06.15
“어떤 쌀을 드세요?” “한국 쌀을 먹고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 쌀인데요?” “한가위, 이천쌀 인데, 밥맛이 괜찮던데요?” “그래요, 원산지를 확인해 보셨나요… 더보기

겨울 삼총사를 바라보며

댓글 0 | 조회 2,567 | 2011.07.12
올해는 가을부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집안 온통 축축하고, 주변의 잔디밭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가끔 반가운 햇살이 비추긴 해도 잠시 뿐이다. 이런 집안… 더보기

건강한 식단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2,542 | 2011.08.09
우리는 지금 먹을 게 넘쳐 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저가 지향적 가공품, 미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식품 등으로 식단의 균형이 흔들린다. 모든 걸 개인 선택의 결… 더보기

왜 ‘쓰리-코스-밀(a three-course meal)’인가?

댓글 0 | 조회 3,443 | 2011.09.14
우리의 식탁은 한 상에 모든 음식을 차려 놓고 개인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게 특징이다. 요즈음 인기 있는 뷔페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식성을 만족 시킬… 더보기

화요일 저녁

댓글 1 | 조회 2,755 | 2011.10.12
어떤 모임이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면 월례회다. 예전에 한국 농촌에서 개최하던 4H 구락부(클럽) 월례회를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마을회관에서 동네의 청소년… 더보기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345 | 2011.11.09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거 자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이 달라진다는 의미도 된다. 송충이는 솔잎만, 누에는 뽕잎만 먹고 자란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