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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하면 다경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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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2월 19일)이면 우수(雨水)라고 하는데 봄비가 내리는 때라는 것이다. 봄비가 대지를 녹이면 이후의 15일에 오는 경칩(驚蟄; 3월 5일)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나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때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이 있었으니 개구리가 나오고 벌 나비가 왕성하게 움직이겠다. 꽃피고 싹이 나는 봄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봄(spring)은 운이 용수철(spring)처럼 튀고 샘물(spring)이 퐁퐁 솟는 spring out 같은 sprout이 새싹이고 움이고 꽃봉오리란다. 참 재미있다.


이런 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공전; 公轉) 달은 지구를 따라 도는데 지구가 태양을 타원형 궤도로 23.5도 기울어 돌기에 태양과 가까우면 더운 여름이고 멀면 추운 겨울이 된다. 태양, 지구, 달의 위치에 따라 일식(日蝕)과 월식(月蝕)이 있고 태양을 따라 도는 지구의 밤낮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있다. 순서는 춘분(3월 20일), 하지(6월 21일), 추분(9월 22일), 동지(12월 22일)의 순이며 91일씩 차이난다. 


우리가 보는 달은 매일 모양이 다르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데 이것은 태양과 지구, 달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태양빛을 반사하는 달 표면이 다른 각도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따라 물때가 달라지고 사리와 조금이 있게 된다. 사리를 삭망(朔望)이라고도 하는데 삭망의 삭(朔)은 초하루를 뜻하지만 초하루는 바로 그믐 다음이라 물때의 사리는 보름과 그믐을 말하고 항상 7물이다. 만약 음력이 작은 달(29일이 그믐)이면 30일이 없어 7물은 건너뛰고 다음달 1일(초하루)은 8물이 된다. 조금(8일, 23일)은 항상 15물에 해당하는데 그냥 ‘조금’이라 부른다. 조금의 뒷날인 9일과 24일은 다시 1물부터 시작한다.


조금(소조기; 小潮期)은 바닷물이 적게 밀려왔다가 적게 밀려가는 현상을 말하고 사리(대조기; 大潮期)는 바닷물이 많이 밀려왔다가 많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바닷물은 하루에 2차례씩 물이 드는 만조(滿潮)와 빠지는 간조(干潮)가 일어나는데 평균 간격은 12시간 정도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태양-달-지구의 순서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달과 태양에 의한 인력이 최대가 되고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태양과 달의 인력이 상쇄되어 최소가 되기 때문이다.


음력 날짜를 알면 그날이 몇 물인지 알 수 있다. 사리 물때는 바닷물이 많이 빠져 해루 질을 하기에 좋다. 대개 개펄에서 어패류를 잡는 해루 질은 사리(7물) 전후로 하는데 개펄에 나갔다가 만조가 시작해도 물이 드는 것을 쉽게 보면 위험하다. 물은 밀려오기도 하지만 차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절기는 양력이고 물때는 음력이다. 세상 사람들이 편하다고 양력을 채택하기는 했지만 양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은 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자연도 음양의 조화가 필요한 것 같다.



고종 때에 일제는 청나라가 쓰는 음력 말고 일본이 쓰는 양력을 쓰면(건양; 建陽) 좋은 일이 많다(다경; 多慶)면서 건양이라는 국호를 강권했다. 양력 사용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제는 곧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시해했다. 1895년의 을미사변이다. 바로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나서다. 을미사변 이후에 수립된 개화파 김홍집 내각은 1895년에 양력 사용을 채택하였고 1896년(개국 505년)부터 국호, 건양(建陽)을 사용하였는데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흉흉하고 불안해서 고종은 세자를 데리고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야반도주한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1년 넘게 피신했다가 1897년에 돌아온 고종은 국호를 광무(光武)로 바꾸어버렸다. 양력이 옳긴 하지만 다경(多慶)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만행이 끔찍해서 불경(不慶)했고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입춘은 봄을 시작하며 한 해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는 때다. 나는 입춘이면 “춘약불경(春若不耕) 추무소망(秋無所望)”이 먼저 떠오른다. “봄에 심고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어찌 얻을 것이 있겠는가?”하니 말이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種子)는 먹지 않고 죽는다고 했다. 봄이 오면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춘에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이고 희망과 각오를 새롭게 한다. 봄이 되니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입춘대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력을 사용하면(건양) 경사스런 일이 많다(다경)”는 건양다경은 뚱딴지같다. 알고 보면 불쾌하기만 하다. 차라리 만사여의(萬事如意)나 “매일 좋은 일 하나라도 하겠습니다”하고 다짐하는 일일일선(一日一善)은 어떨까?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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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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