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0 개 389 명사칼럼

오늘은 한글날이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화를 자주 생각해 보았지만, 외국인들에게 딱히 자랑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나로 하여금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 긍지를 가져다주는 게 있다. 바로 한글이다.


인류역사상,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인위적으로 만든 예가 한글 외에 또 어디에 있을까. 그 목적성과 그 과학적 수준을 어느 문자 체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리가 한글날을 자랑스러운 날로 대대손손 경축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한글날,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해, 글쓰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몇 차례 이 공간에서 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반복해도 좋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글 쓰는 게 주업이 되었다. 하루 종일 글 쓰는 게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일을 열어보고 답장을 쓰고, 학교에 가면 논문을 쓴다. 지난 몇 년간은 이 공간에서 대중적인 글을 써왔다. 말도 그렇지만 글도 쓰면 쓸수록 는다. 내 글도 과거에 쓴 글과 요즘 쓰는 글을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알게 모르게 변했고 발전했다. 과거 글 보다 오늘 쓰는 이 글이 훨씬 읽기 편하다.



오랜 세월 글을 써오면서 나는 몇 가지 글쓰기 원칙을 터득했다. 여기서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와 같이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나는 독자 입장에서 내 글이 어떻게 이해될 지 고민하면서 쓴다.


글을 많이 쓰면서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글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서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보아야 한다. 과연 그 글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이 부분은 도저히 독자가 이해를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고치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황금률이다. 이것만 제대로 익히면 글은 반드시 쉬워진다.


2. 나는 명료하게 쓰는 것을 글쓰기의 제1 원칙으로 삼는다.


글의 생명은 전달력에 달려 있다. 그것이 불분명하면서도 온갖 수사를 늘어놓는 글은, 적어도 내게는, 자기기만이며 반지성적 행위다. 신문 칼럼을 읽다보면, 세상의 유식한 이론을 다 동원하고,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법한 고급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뜻이 분명치 않은 글이 많다. 나는 그런 글을 경계한다. 그런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명료한 글을 쓰기 위해선 우선 한 문단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문장은 가급적 단문으로 작성하고, 불가피하게 문장이 길어지면 적당한 장소에 쉼표를 쳐야 한다. 나아가 문장과 문장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항상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나는 글을 쓰고 나서 읽어 보면서 고친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일단 글을 쓰고, 그것을 소리를 내 읽어보는 것이 좋다. 그런대로 만족한 글을 썼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다음 읽어보면 고칠 부분이 생긴다. 어떤 때는 문장이 너무 길고, 어떤 때는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고, 또 어떤 때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것을 발견해 고치면 고칠수록 글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간다. 그것을 위한 좋은 방법이 쓴 글을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럼 어색한 부분이 발견된다. 글을 쓸 때도 (속으로) 읽으면서 쓰는 게 좋다.


4. 나는 글재주보다 장인정신을 믿는다.


독자중심의 명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도공이 최상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글쓰기도 그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도공은 추호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를 빚고 굽지 않는가. 글도 그런 것이다.


최상의 글은 단지 글재주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선, 머리를 맑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적 수단을 동원해, 정성을 기울여 한자 한자 써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경우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 출처 : 박찬운 칼럼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5805d9bce7e060b02ca7f6e0fda8b352_1698184840_4724.jpg
 

■ 박 찬운


현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 20대에 법률가가 되어(1984년 사법시험 합격)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양심범, 사형수, 난민, 한센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과 상임위원(차관급, 군인권보호관 겸직)을 역임하면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차별금지법,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고, 특히 2020년부터 3년간은 수천 건의 진정 사건을 맡아 그중 500여 건을 인권침해로 인정해 관련기관에 피해자 구제를 권고했다. 바쁘게 살면서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미국, 일본, 유럽을 오 가며 전공인 인권법을 연구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보편적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다. 2006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인권연구와 함께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사회변혁을 꿈꾸고 있다. 『인권법』 등 여러 권의 전공서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를 비롯해 다수의 인문 교양서를 출간했다.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78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405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70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72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카페에서 설교를 준비하다

댓글 0 | 조회 514 | 2023.1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의 한 칸짜리 빌린 방에아내 혼자 두고 나와유명 카페에 앉아 말씀을 펼친다뜨거운 커피 내리는 소리주문한 사람 부르는 소리컴퓨터 자판 두드… 더보기

비가 오면 손발이 저리나요?

댓글 0 | 조회 303 | 2023.11.28
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 더보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댓글 0 | 조회 614 | 2023.11.24
필자의 오랜 친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가 지난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을 1940년대 왜관국민학교(초…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434 | 2023.1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아들을 본 사람들은나와 꼭 닮았다고 한다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면내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있다아버지의 삶을 싫어했다가난한 목사가 싫었다… 더보기

리커넥트 2023년 연말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418 | 2023.11.15
1. 홍수 피해 “LEND A HAND” 프로그램2023년 1월 말 오클랜드의 역사상 가장 심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또한 홍수 이후에 주… 더보기

하루 10분 초간단 복근 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96 | 2023.11.15
흔히들 복근 운동하면, 식스팩을 만들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막상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그런 운동을 따라하려다 보면, 괜히 어렵기…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37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집에 웅덩이를 발견했다면

댓글 0 | 조회 532 | 2023.11.15
최근들어 물 누수나 물 웅덩이에 관한 질문이 많아 교민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아래 글은 워터 케어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개인 주택이나 카운실 소… 더보기

요가와 어떻게 다른가?

댓글 0 | 조회 316 | 2023.11.15
‘웰빙하면 요가’ 이렇게 떠올리는데 요가에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습니다. 챠크라라고 해서 우리 몸에 신성을 깨우는 일곱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자 영주권 카테고리)

댓글 0 | 조회 1,200 | 2023.11.15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 는 2023년 10월 9일에 시작되었으며 6점 시스템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설계된 신청 프로세스는 … 더보기

나쁜 남자, 나쁜 문제

댓글 0 | 조회 494 | 2023.11.15
시험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을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차분합니다. 그동안 놀아재낀 시간이 미안해서일수도 있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신 부모님의 얼굴이 상…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20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65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댓글 0 | 조회 322 | 2023.11.14
시인 유하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그대가 오리라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 더보기

부처님처럼 음식을 대하고 부처님처럼 음식을 먹는다

댓글 0 | 조회 403 | 2023.11.14
여러분은 ‘사찰음식’ 하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푸릇푸릇한 푸성귀나 야채, 나물들로 구성된 밥상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고요. 부처님오신날 나들이 삼아 절에 가면 공… 더보기

新기술이민,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1,173 | 2023.11.14
지난 10월 9일 시행에 들어간 새로운 기술이민법에 의하여 좀 더 간소화된 방법을 통해 보다 많은 전문기술인력이 영주권을 신청하고 이전보다 빠르게 승인받게 될 것… 더보기

AP 시험이란? 그리고 신청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530 | 2023.11.14
한국 대학(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및 카이스트, 등등)이나 미국(Ivy league), 영국 등의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AP(Advance… 더보기

잘못 알려진 한약의 효능

댓글 0 | 조회 400 | 2023.11.14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까?”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 여름철에는 날씨가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먹은 한… 더보기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799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206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1,860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