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0 개 1,281 김지향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뱃속이 전쟁을 일으켰다. 커스타드 빵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막내가 두꺼운 종이를 사각으로 잘라서 콘 모양으로 만든 후 그 위에 쿠킹호일을 싸서 빵 틀들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스트 발효를 시킨 밀가루 반죽을 그 틀 거죽에 돌돌 감아서 오븐에 구웠다.


안이 콘 모양으로 비어 있는 소라 모양의 빵들이 완성되었다. 표면에 발린 계란 물이 반짝이는 갈색을 띄어 먹음직스럽고 보기 좋았다. 초콜릿을 섞어 만든 카스타드를 빵의 빈 구멍에 채워 넣으니 영락없는 제과점의 소라 빵이었다.


떠나는 이모를 위해 쉬폰케이크을 만들고, 카스타드빵을 만들었는데, 모처럼만에 베이킹을 하더니 발동이 걸렸나 보다. 그 다음 날, 새로운 방법으로 마카롱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더니 그건 실패를 했고, 다시 소라 빵을 만들었다. 


e5cf64971eaaf89a26f15277f61114e5_1690333012_1075.jpg
 

그 빵이 하도 먹음직스러워서 자기 전에 반쪽 먹은 것이 그만 탈이 나고 만 것이다. 아직도 뱃속의 전쟁은 멈추질 않았으나, 그래도 몸살기는 좀 사라진 거 같다. 반 년 동안 그렇게 여행을 다녀 놓고도 이 정도의 몸살로 마무리 지었으니, 나로서는 대단한 성공이다.


비행기와 배 그리고 기차까지 다 타 본 올해의 여행. 갑자기 봇물 터지듯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한 해가 되어 버렸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히 할 수도 없는 일인데, 자식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나씩 천천히 해나가고 있다.


내가 이렇듯 천천히 배워나가는데 비하여 손녀 유은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몸동작이 크지는 않지만, 계속 움직이고 있으며, 한 가지 놀이에 빠지면 반복적으로 그 동작을 해나간다. 잠 잘 때 말고는 가만히 있는 걸 보지 못했다.


유은이를 가만히 지켜보면 유은이로부터 배울 게 많다. 내가 지금 유은이 반만큼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은이의 에너지가 부러울 따름이다. 8월 한 달 동안 유은이와 함께 지내면서 유은이의 기를 팍팍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웰링턴에 있는 맏사위가 잠시 집에 다녀갔다. 국가고시인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에 필요한 코스 하나를 합격했다고 한다. 어제 하루 동안 로어헛과 어퍼헛에 있는 회사 8군데에 들려 이력서를 돌리고, 파미에도 네 군데를 들렸다고 한다.


전국 곳곳마다 다 이력서를 보내고 있는데, 직접 이력서를 들고 가서 대면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인 거 같다. 웰링턴 근처에서 직장을 못 구하면 오클랜드와 해밀턴으로 가서 부딪힐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 직장 구하기는 더 쉬울 것이다.


마침 해밀턴에 잘 아는 지인이 있어서 그분께 전화를 했다. 사위가 그곳에 잠깐 기거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묻는 전화였다. 단번에 승낙을 받았다. 언제든지 사위가 들어갈 때 연락만 하면 된다. 고마웠다.


사위의 밝은 표정을 보니 내 마음이 다 환해졌다. 어둡기 전에 웰링턴으로 돌아가는 사위에게 친구가 만들어 놓은 김치를 손에 쥐어 보냈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 덕분에 내 삶이 참 풍요로워서 모두에게 감사하기만 하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내 친구 집에 갔었다. 그 친구의 남편은 커피를 아주 맛있게 잘 내린다. 오랜 세월 커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나에게 커피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보통 전문가가 아니다. 


일요일 점심에 그 집에 놀러 가면 그가 내린 커피를 맛 볼 수가 있다. 나는 그를 바리스타라고 부르고, 그는 나에게 ‘썬데이 커피’ 마시러 오라고 말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지만 언어의 장벽을 맛있는 커피가 무너뜨린다.


지난 주말에는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땅콩 쿠키를 굽고 있었던 것이다. 오븐 속의 쿠키는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고, 또 하나의 간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사이에 맛있는 커피와 쿠키 그리고 구운 땅콩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와우~” 환상의 콤비가 된 커피 세트. 커피 하나만으로도 완전 그 자체인데....... 


구운 땅콩이 너무 맛있어서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하니, 올리브유와 소금을 묻혀서 구운 거라고 말했다. 비닐주머니에 땅콩을 넣고 그 안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조금 넣고 마구 흔들어 섞는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묻힌 땅콩을 160~180도 온도로 10~12분 정도 구우면 된다고 했다.


그때 내가 친구한테 “난 먹을 복이 너무 많아.” 라고 말했다.


“언니가 정말 먹을 복이 참 많아요. 남편이 자주 쿠키를 굽는 건 아니거든요. 오늘 굽자마자 언니가 온 거에요.”


“그러게 말이야. 어딜 가든 항상 듣는 말이야. 내가 먹을 복이 많다는 말은 말이야. 하하.”


먹을 복이 많은 것도 참 큰 복이다. 내가 갖고 있는 복중에 하나인 먹을 복. 그 덕분에 항상 맛있는 음식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질랜드에 여행 온 내 친구마저 한 요리하니, 이 또한 내 복이 아니고 누구 복이란 말인가? 요리 해먹기를 좋아하는 사위 덕분에 함께 사는 내내 맛있는 요리를 마음껏 먹었었는데, 지금은 친구가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니.......


김장을 설렁설렁 요령껏 잘 담그더니, 산책길에 채집해 온 미나리와 부추로 나물도 무치고, 부침개까지 맛깔스럽게 부치는 친구. 손 큰 나와는 달리 모든 걸 알맞게 조절하여 힘들지 않게 잘도 만들어 냈다.


이곳에 사는 내내 산책을 하면서도 내가 발견하지 못했었던 것을 그녀는 잘도 알아냈다.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미나리이며 부추며 민들레였다. 산책 나갔다 하면 커다란 비닐봉투로 하나 가득 나물들을 캐왔다. 


나물 캐는 일도 재미없으면 못한다. 그런데 내 친구는 산책만 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손도 재빠르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비닐 가방 하나가 금방 꽉 찬다. 제법 무거워진 비닐가방을 들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


오늘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 새벽부터 바람이 보통 거센 게 아니다. 해는 쨍쨍한데 비도 가끔 뿌리고, 이런 날 밖에 나갔다가는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이다. 친구는 오늘 산책을 포기한 거 같다. 부엌에서 콩 콩 콩 마늘 찧는 소리가 난다. 무국을 끓인다고 하더니만.


지금 내가 이 글을 적고 있는데, 친구가 똑똑 내 방 문을 두드린다. 무국 맛을 보라는 것이다. 뭔가 조금 더 첨가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친구가 어떻게 만들었건 내 입맛에는 다 맛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족하기 전까지 내 조언을 필요로 한다. 하하.


친구 덕분에 지금 나는 맛있는 무국을 맛보러 부엌으로 간다. 간 김에 밥 한술 떠 넣은 국 한 사발에 배추김치를 걸쳐서 한 끼 뚝딱 해치워야겠다. 쌉쌀한 미나리 김치도 빼놓을 수 없겠다. 뱃속의 전쟁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 무국이 시원하게 마지막 정리를 해 줄 것이다.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우리 모두 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아자 아자 아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27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277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댓글 0 | 조회 508 | 2024.01.17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 더보기

이래저래 다 축복이다

댓글 0 | 조회 1,125 | 2023.08.23
유은이의 남동생이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아기. 새카맣고 긴 머리카락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아빠를 꼭 빼다 박은 모습이다. 사위의 꿈…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10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Now

현재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82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

댓글 0 | 조회 1,208 | 2023.07.12
지난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 된 웰링턴여행은 오클랜드에서 파미까지 기차여행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여행이었… 더보기

복이 복을 낳는구나!

댓글 0 | 조회 914 | 2023.06.28
올 한 해는 여행의 한 해가 될 거 같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한 여행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10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이다. 지금 잠시 집에 돌아왔… 더보기

못할 것도 없지!

댓글 0 | 조회 605 | 2023.06.14
지금 나는 타카푸나 비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건물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따스한 햇살을 뿜어대고 있다.… 더보기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댓글 0 | 조회 1,271 | 2023.05.24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 더보기

1% 부자의 법칙

댓글 0 | 조회 1,563 | 2023.05.10
올 한 해는 첫 달부터 여행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오클랜드 파미를 오가면서 지내면서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더보기

버킷 리스트

댓글 0 | 조회 789 | 2023.04.26
4월 9일은 아버지의 49재 날이다. 한국에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은 그저 향 하나만 켜 각자 정성스레 절을 하면서 하직 인사를 했다.우리 가족의 우산이 되어주셨… 더보기

환골탈태

댓글 0 | 조회 940 | 2023.04.11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시작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 더보기

미친 2023년! 축복으로 시작한다!

댓글 0 | 조회 978 | 2023.01.17
갑자기 격한 폭풍이 다가왔다. 빛나는 황금빛의 바람을 몰고 온 폭풍이 내 온 몸의 세포 곳곳으로 파고든다. 황금의 물결이 출렁이는 세상이 나를 감싸 안고 춤을 추… 더보기

우주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댓글 0 | 조회 926 | 2022.12.20
나는 매일 우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주는 나에게 선물을 보낸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물건으로든 돈으로든 마음으로든 성의표시를 꼭 한다. 우주… 더보기

GOLD 인생

댓글 0 | 조회 1,445 | 2022.12.07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황금시대인가? 황금 카드를 준다고 하니 말이다. 오는 크리스마스 날이 D-day이다. 그런데 영 기력이 없다. 기력이 넘쳐나야 황금시대를… 더보기

고독이 주는 선물

댓글 0 | 조회 1,061 | 2022.11.22
이달 초에 한국에서 오클랜드로 이사 온 동생이 한국 화장품을 보내 왔다. 그 화장품들 중에는 지인에게 선물할 화장품도 있었다. 동생 심부름도 할 겸 오클랜드에서 … 더보기

붉은 피와 파란 피

댓글 0 | 조회 858 | 2022.11.08
두통이 심하다.잠도 잘 못 잔다.목도 뻐근하고 아프다.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10월 29일에 일어난 참사.할로인 축제가 죽음의 파티가 되었다.처참하게 죽은 … 더보기

시계 거꾸로 돌리기

댓글 0 | 조회 812 | 2022.10.26
작년에 심은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봄을 맞이하면서 내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었다. 벚나무는 두 그루를 심었다. 한 나무는 가지가 하늘로 뻗는 것으로 내 방에서 정면으… 더보기

너무나도 완벽했던 하루

댓글 0 | 조회 848 | 2022.10.12
우리 집에 3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메시 대학 학생이 있다. 싱가폴에서 유학을 온 학생인데, 수의학 공부를 한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그는 매너도 좋다. 방… 더보기

인생은 苦. 그래도 웃으며 go~ go~

댓글 0 | 조회 868 | 2022.09.28
돌 지난 지 두 달이 된 유은이가 일어서서 첫걸음을 떼었다. 카톡으로 보내 온 비디오에서 유은이의 환희가 보여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몇 달 전부터 유치원에 … 더보기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106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풍요로워지는 수레바퀴

댓글 0 | 조회 776 | 2022.08.24
봄이 생각보다 빨리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정원에 소담하게 올라온 머위들이 살며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정 봄이 온 것일까? 파미에서 20여년을 봄을 맞이했었지… 더보기

메타버스 무임승차

댓글 0 | 조회 1,379 | 2022.08.10
점점 더 단순해지다 못해 조금 전에 읽은 글도 금방 잊어버리는 요즘의 나. 머리카락이 남보다 빠르게 백발이 되어 버리더니 머릿속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늙어가고 … 더보기

작은 거인들

댓글 0 | 조회 1,009 | 2022.07.27
유치원에 들어간 유은이는 장염도 걸려보고 감기도 걸려 보고 유치원에서 유행하는 병은 다 걸려 가면서 생활을 한다. 이번에는 세기관지염이라고 한다. 세기관지염도 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