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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0 개 939 김지향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시작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 동생과 내가 한국에 도착한 이후 3주 이상을 더 버티시다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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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께서는 사시는 동안 당신의 소명을 다 하셨고, 마지막 가시는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면서 떠나셨다. 7년 만에 먼저 떠난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가시는 걸음걸이가 가벼웠을 거 같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코리아포스트에서 화환을 보내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던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내 위신이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조금은 더 섰다. 가시는 아버지의 발걸음도 내 마음만큼 더 가벼우셨을 것이다. 코리아포스트에 감사하다.


  한국에 온 덕분에 나는 인플란트를 할 엄두를 내었으며, 그러다 보니 뉴질랜드로의 귀국 일정이 3주 정도 더 늦춰졌다. 그동안 네 자매들이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났으며, 나는 한국음식 탐방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많을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70일 동안 거의 매일 다른 음식점에서 다른 종류의 요리를 먹었으니, 내 입이 누린 호사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이 든다. 


  입만 호사를 누린 것이 아니다. 눈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 타워 31층 SKY31 푸드에비뉴에서 본 서울 야경과 판교 현대백화점 영화관에서 관람한 3D ‘아바타’, 판교 밤거리는 내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조그만 도시 파미를 벗어나면 푸른 동산과 초원들, 그 안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들과 양떼들을 보는 게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나는 다른 세상에 와서 넋을 놓고 있었다. 내가 파미에서 초야에 묻혀 사는 동안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왔던 것이다.


  한국이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게 실감이 갔다. 물론 물질적인 면으로만 그렇고, 빈부의 격차는 예전보다 더 심해져서 문제점이 많은 건 사실이나, 그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발전을 한 것을 보면 유태인들이 한국인들을 연구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어쨌거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모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시간이었고, 나 나름대로의 통찰의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10주의 한국생활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고, 영종도 공항에서 제부와 조카의 배웅을 받으며 뉴질랜드로 향했다. 불편한 기내를 벗어나 오클랜드 공항으로 오니,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오클랜드에 돌아와서 2주를 넘게 지내다 파미로 왔으니, 석 달 만에 집에 돌아온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집은 완전 환골탈태를 했다. 외장 벽 페인트칠을 하여 새집이 되어 버린 우리 집.


  실내 역시 환해져 있었다. 거실과 부엌 겸용인 공간의 천장이 깨끗하게 칠해져 있었으며, 세 개의 화장실이 온전한 수리와 더불어 새롭게 칠해져 있었다. 이로서 우리 집이 새 집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나 역시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새로운 에너지로 완전 탈바꿈을 했는데, 집마저도 나처럼 새롭게 변신을 한 것이다. 내가 바뀐 것을 알려면 내 주위를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내 주위를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뒤바뀌어 있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한꺼번에 모든 것들이 해결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 나는 그저 오늘 하루만 생각하면서 살 것이다. 과거는 오늘 하루를 위한 거름이었고, 미래는 오늘 하루를 통해 이미 정해져 있으니,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눈을 뜰 때, 오늘 나에게 다가올 일들에 대한 기대와 감사로 시작하면 된다.


  사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어제도 오늘이었고 내일도 오늘일 것이다. 이렇게 늘 오늘이니, 오늘처럼 기대되고 즐겁고 감사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께서 임종하시기 전에 내가 아버지께 해드렸던 말이 기억이 난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사시는 동안 아버지의 소임을 다하셨어요.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캐나다에 있는 막내가 아직 어렵게 살고 있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떠나세요.

  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애도 제 나이가 되면 저처럼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될 거예요.

  저의 10년 전을 기억하시죠?

  지금 그 애가 저보다 10년 어리니, 지금의 저를 보시면서 그 애의 미래를 상상하세요.

  그러니, 이제 고생 그만하시고 편히 눈 감으셔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내가 아버지께 효도하는 마지막 말이었다. 낼 모래면 4월 9일. 아버지의 49제 날이다. 먼 이국에 있어 한국의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파미에 사는 우리들끼리라도 간단히 아버지의 새 출발을 축복해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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