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식 만사(節食 萬事)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절식 만사(節食 萬事)

0 개 688 조기조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9남매가 자란 우리 집엔 새것이란 없었다. 셋째 아들인 나는 형들의 것을 물려받아 모든 게 다 누더기 같은 것이었다. 한 여름을 소먹이고 풀 베고 지내면 찬바람 들 때 추석이 온다. 그때 긴팔 셔츠 하나 새 옷을 얻어 입는다. 당연히 헌 옷을 물려 입는 것인 줄 알고 자랐다. 헌책에 헌 책 보따리.... 책가방이라고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언제 양복을 입어 보기나 할까 싶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베신’이라는 운동화 보다는 고무신을 더 많이 신었다.



직장을 은퇴하면서 그 많은 책을 다 버렸다. 누군가 필요하면 가져가시라 했더니 어떤 이가 트럭을 몰고 와 쓸어 담았다. 그전에 나는 꼭 필요한 몇 권만 챙겨왔다, 내가 힘들여 썼거나 번역한 책, 형광펜 칠과 메모가 가득 들어 있는 강의 교재 등이다. 논문도 다 버렸다. 검색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논문들은 유치찬란한 수준의 것 아니겠는가. 버릴 물건 중에서 가져올 물건을 고르지 못해서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챙기고는 다 치우라고 부탁했더니 그게 미련 남기지 않는 방법임을 알겠다.


간편하게 살자고 마음먹었다. 집에 오래도록 쓰지 않는 물건들을 치웠다. 꼭 필요한 것들 중심으로 살자고 널찍한 책상을 구했다. 6인용 앤틱 식탁을 구해서 유리판을 깔고 모니터를 2개 놓았다. 동시에 두어 가지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필요한 방송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워드작업이나 계산 작업을 하였다. 컴퓨터와 프린터는 상 밑에 두었다. 그런데도 너른 책상이 금세 좁아지기 시작했다. 보던 책, 연습장이며 잡지며 스크랩 기사며, 문방구 까지 이러저러한 것들이 쌓여 자판을 놓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공간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차 한 잔을 놓고 먹기에도 좁아 불편했고 밥을 먹으려니 식탁이 아니라 책상이고 책상이 아니라 곧 작업대가 된 것이다. 정리가 필요했다. 정리란 버리는 것이다. 이면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 거기에 글을 적고는 워드로 입력했으면 버려야 하는데 그걸 또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것이다. 왜 못 버리느냐고? 손으로 적은 연습장에 땀이 배어서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53cc555f3cff8581f3eddfc295583c3a_1664242279_9512.png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정말로 단출하게 살아볼 생각이었다. 유목민들이 집을 분해해서 옮겨 금세 짓고 살듯이, 당장 입을 옷과 쓰던 컴퓨터와 몇 가지 물건을 승용차에 싣고 떠났다. 허물 벗듯이 벗고 나온 것이다. 쓰던 가전제품은 아는 사람들에게 가져가되 있던 자리 청소를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가져가는 것이 내가 잘 활용하던 그 단단하고 우아한 6인용 앤틱 식탁이었다. ‘당근 마켓’(중고품 거래 앱)에 반값으로 올려도 입질이 없다. 식탁이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거의 1/3 가격으로 내려 팔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당근 마켓의 제품을 골라 찾고 있다. 누군가가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좋은 물건을 거저 파는 경우가 있겠구나 하게 된 것이다.


이사를 와서 당근 마켓을 훑어보았다. 필요한 물건들을 검색하고 살펴본다. 고르고 골라 흰색 피아노 하나를 샀다. 흰 색의 벽과 침구에 맞춘 것이다. 거의 새 것인데 1/3 가격으로 샀으니 내 앤틱 식탁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중고품 시장에는 아예 새 것을 팔기도 한다. 그건 행운이지 않은가? 가끔은 이리 저리 당근 마켓을 훑어본다. 안 살 물건도 욕심이 난다. 이거 사 두었다가 누구에게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파는 사람은 이사를 가면서 필요 없게 되었거나 무언가 열심히 쓸 작정으로 사 놓고는 안 쓰게 되어 되판다. 자라거나 몸이 불어 못 입는 것도 있다. 그 사정을 다 어찌 설명하겠는가? 필요한 것이고 쓸 만한 것이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면 따봉아닌가?


평생 헌 옷과 쓰던 물건만 물려 입고 쓰다가 한 번이라도 번듯한 새 옷, 새 차, 새 집에 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새 것이라도 한 번 입고 쓰면 중고 아닌가? 헌 옷이라도 몸에 맞고 깨끗하게 빨고 깔끔하게 고쳐 입으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나 더 있다. 옷걸이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입으면 날씬하지는 못해도 청년의, 아니 노년의, 아니다. 장년의 멋스러움이 배어나도록 관리하기는 한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배불리 먹지 않는 절식(節食)이 만사다. 누구는 인사가 만사라 하더니만.....


53cc555f3cff8581f3eddfc295583c3a_1664242237_7507.jpg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어설픈 여행, 엉터리 효도

댓글 0 | 조회 1,155 | 2022.09.28
바람이 맵고 차다. 벌써 봄바람이 인사를 왔는가보다.바로 엊그제 산책길에서였다. 시커멓게 묵은 나무에서 삐죽빼죽 솟아난 여린 연둣잎이 너무 예뻐 사진에 담아 왔으… 더보기

거름을 붓다

댓글 0 | 조회 757 | 2022.09.28
아직도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고 아직도 여전히 패딩조끼를 입어야 하는 날이 많지만, 거꾸로 매달려도 절대로 쉬지 않는다는 국방부 시계처럼 계절은 끊임없이 돌고 돌… 더보기

교훈으로 본 학교의 꿈

댓글 0 | 조회 672 | 2022.09.28
한 개인이나 단체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정신이 서 있어야 하고 이 정리된 정신은 그 개인이나 단체가 바라고 있는 미래가치를 짐작하게 하고 … 더보기

결혼기념일

댓글 0 | 조회 1,571 | 2022.09.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누웠어도 잠이늦게 들어지는 밤에아내가손깍지를 껴준다이제는 부모보다나와 살아온 세월이더 긴 그림자 되니깍지 낀 사이로우리 함께 할 날들은점점 … 더보기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I)의 중요성과 개발하기 위…

댓글 0 | 조회 701 | 2022.09.28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는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I)을 개발하기 위한 6가지 주요 팁들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다음은 감정지능… 더보기

어드레스(Address)의 정의

댓글 0 | 조회 695 | 2022.09.27
The Perfect Golf에서 어드레스의 정의를 ‘볼에 다가서다’라는 의미로 정의하였다. 숏 게임에서도 어드레스 의미는 볼에 다가서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의미… 더보기

심포삼초 강화 운동요법

댓글 0 | 조회 830 | 2022.09.27
= 발바닥이 마르고 열이 많아서 잠도 잘 못 자는데 이유가 뭘까요?발은 간 소관이어서 발 전체가 후끈거린다면 간이 원인입니다. 허나 발바닥만 그런다면 심포삼초가 … 더보기

풍경과 하나 되는 곳, 암자로 떠나는 친환경 여행

댓글 0 | 조회 559 | 2022.09.27
하늘과 가까워지는 곳. 산이라는 바다에 숨겨진 등대 같은 곳. 빼어난 풍경과 수많은 기도의 사연을 간직한 곳.암자(庵子)에 가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의 원형을 … 더보기

수양영감

댓글 0 | 조회 1,173 | 2022.09.27
시인 고은철새 댕기 물새 가지에 앉는다새도 남이 아니라고 말하는 영감비록 옷소매 땟국은 잘잘 흐를지라도노여울 때도 씁스레 그냥 넘긴다제 아들깻묵같은 아들 둘 잃고… 더보기

매일 아침마다 따라하는 굿모닝~ 스트레칭 3분

댓글 0 | 조회 683 | 2022.09.27
안녕하세요. 유튜브채널(yogasong-hayeon)과 요가스튜디오(yogafulnesslife)를 운영하고 있는 강사 송하연입니다. 여기에 두 아이의 엄마의 타… 더보기
Now

현재 절식 만사(節食 萬事)

댓글 0 | 조회 689 | 2022.09.27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 더보기

뉴질랜드 유학생의 웰빙을 위한 지원: Vikram Selvaraj의 호소

댓글 0 | 조회 1,785 | 2022.09.26
Vikram Selvaraj공부하면서, 뉴질랜드 인으로서의 발판을 찾고, 뉴질랜드 유학생 협회 (NZISA)의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분주히 하느라 여가 시간이별로 … 더보기

[포토스케치] Journey of Camino 2

댓글 0 | 조회 725 | 2022.09.26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샌티아고 순례길

도박 피해 인식 주간

댓글 0 | 조회 1,559 | 2022.09.26
2005 년부터 9 월 첫 주에는 도박 피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이 참여해 왔습니다. 올해는 9 월… 더보기

환절기 심·뇌혈관 질환자 증가

댓글 0 | 조회 1,024 | 2022.09.24
정부는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9월 첫째 주(1-7일)를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주간’으로 지정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더보기

한국대학 입시 15년 분석

댓글 0 | 조회 1,058 | 2022.09.22
2008학년도부터 교민 1.5세 들이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한지 어언 15년이 되어 간다.필자는 매년 외국인전형, 재외국민전형,… 더보기

백신주사를 맞읍시다

댓글 0 | 조회 2,765 | 2022.09.20
코비드 백신과 독감 백신을 맞읍시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댓글 0 | 조회 1,117 | 2022.09.14
페로의 나이는 15살이다. 고양이의 나이로 친다면 80은 족히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구미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어디 사람들뿐인가? … 더보기

차별금지법 없는 선진국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3 | 2022.09.14
대개 차별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무기한 고용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재중동포 출신 여성노동자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중국… 더보기

고려장

댓글 0 | 조회 1,386 | 2022.09.14
시인 최 재호10년 전 이른 겨울커다란 이민가방에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떠나온 고향행여 하나 빠뜨릴까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빠져버린 홀어머니낯 설은 생활의 골목… 더보기

그녀의 과거는...

댓글 0 | 조회 1,448 | 2022.09.14
지난 주 어느 날, 띠링~ 하며 반가운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쌔엠~ 저 뉴질랜드 왔어요. 시간 되실까 해서 연락드려요~”애교 넘치는 문자투만 봐도 누군지 … 더보기

자연에 덧칠한 양평 용문사 (楊平 龍門寺)

댓글 0 | 조회 754 | 2022.09.14
용문사에 이르기까지물 맑고 산 좋기로 소문난 양평군에서 용문사에 이르는 길은 한 번쯤 멈추지 않고선 못 배길 테다. 강변 정취를 뽐내는 카페, 곳곳에 숨은 맛집이… 더보기

Build-to-rent 세금 감면 조치는 개인 임대인들에게 불공평합니까?

댓글 0 | 조회 1,614 | 2022.09.14
Build-to-rent 는 무엇인가?Build-to-rent 부동산은 장기 임대 숙박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지어진 중대형 규모의 다세대 주거용 주택 개발입니다.… 더보기

리커넥트 9월/10월 멘탈헬스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821 | 2022.09.14
프로젝트의 목적2019년도에 찾아온 코로나와 락다운으로 인하여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커넥트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위하여… 더보기

매일 3분!!! 칼.소.폭 레전드 운동

댓글 0 | 조회 846 | 2022.09.14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맘잡고 운동하기 쉽다체중감량에 매번 실패한다주말, 휴일이면 어김없이 과식 야식을 반복한다.위의 세가지 중 한가지라도 해당 사항 있으신 분들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