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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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말 많은 동네...

1 3,119 왕하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을 짓고 살다가 팔았다.
 
“여보, 도로가에 그 집, 새로 이사를 왔는데 혼자 사는 키위 아줌마야~”

혼자 사는 아줌마라는 아내의 말을 들어서인지 나는 그 집 앞을 지나갈 때 마다 흘끔흘끔 눈길이 갔는데 집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고 송아지도 몇 마리 키우고 있었다. 아무리 전원생활을 좋아한다지만 여자 혼자서 어떻게 살까? 잡일도 많아 힘들고 적적할 텐데... 나도 모르게 괜히 궁금하고 걱정도 되던 어느 날 그 집 송아지들이 도로에 나와 있었다.
 
그래 송아지도 몰아 넣어 줄 겸 그 아줌마도 한번 만나보고... 송아지가 잘나왔다 싶었다. 아줌마를 불러내고 송아지를 같이 몰던 중 한 마리가 멀리 튀는 바람에 쫓아다니다가 겨우 몰아넣고 보니 아줌마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헛고생했군...

혼자 살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 아줌마는 1년 정도 살다가 이사를 갔다. 그리고 다시 노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그 분들도 얼마 되지 않아 떠나갔고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두 명의 딸이 있는 젊은 부부는 아이들 놀이터도 만들고 말 두 마리를 키우며 마구간도 만들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산책을 다니는 아줌마들과도 잘 어울리며 같이 말을 타고 다녔다. 얼마 후 그 부부는 딸들이 타고 다닐 작은 말을 사왔고 어설프나마 말 훈련용 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말 많은 우리 동네에 잘 어울리는 가족이었다. 부지런히 살면서 정말 전원생활을 즐길 줄 아는 가족들인 셈이다.
 
우리 동네에는 말이 참 많다. 산책을 하다보면 집집마다 거의 말을 키우는데 대부분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말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손자는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하였는데 혼자서 옆집 마구간에 놀러 가면 아줌마가 말을 태워 집에 데려다주곤 하였다.
 
말 타기를 좋아하는 우리 손자는 요즘 신이 났다. 카톨릭 초등학교에 한국학생은 우리 손자뿐인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노래 ‘강남스타일’이니 그냥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자랑스러운 것이다. 한국노래를 어설프게 따라 부르는 아이들 발음을 고쳐주기도 하고 번역까지 해주니 우리손자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왜 ‘강남스타일’에서 하필 말 춤을 추는 걸까? 우리손자가 궁금한지 물어본다.
 
“하지, 한국 강남에 말이 정말 많아? 우리 동네보다 더 많아?”

“강남에 말? 아... 정말 말이 많은 동네지, 타는 말 말고 요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들이 많단다. 인구도 많으니 주둥이도 많고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단다. 몇 년 전 할아버지가 퇴근시간에 친구 만나러 강남역에 갔다가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지, 아주 죽을 뻔 했어~”

얼마나 시끄러운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고 아주 혼까지 빠져 나가는 줄 알았지, 뉴질랜드에 오니까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신선하더라니까,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세상을 휩쓸다니... 영어의 본산지인 영국까지 점령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무언가 새로운 희망이 생기지 않는가,
 
지난 토요일 날 포클라레 모임을 우리 집에서 했었다. 영어를 잘하는 아내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나는 언제나처럼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구석에 있는데 키위들이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녹차 마셔요, 한국노래 좋아요. 라고 떠들어 대는 키위들은 한국말이 너무 좋다고 나보고 한국어학교를 열라고 하였다.
 
그날 밤, 내가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당신, 영어 잘한다고 좋아 할 것 하나도 없어. 이제 영어 학교들이 다 한국어학교로 바뀌고 세계 공통어가 한국어가 될 텐데, 앞으로 영어를 쓰면 좀 촌스럽다고 할 날이 멀지 않았지. 그러니 당신도 한글 맞춤법이나 제대로 익혀 두라고... 알았어?”
달중이
하 하 ~~ 하지님 역시 재미있는 글입니다.  말많은 동네에서 사셔서 좋으시겠으요? 말도 가끔 얻어타실수 있고~  그런데, 정말 한국이, 한국사람이 말많은 동네인건 많은거 같아요.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ㅋㅋ 
그리고, 말씀하시는것처럼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말로, 한국어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언어라고 얼마전, 교민신문에서도 읽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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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807 | 2009.02.24
날씨가 너무 더워 코끼리 형제가 물놀이를 하러 가는데 길을 잘 몰라 헤매고 있었습니다. 형 코끼리가 나무위에 앉아 있는 두루미 자매를 발견하고 도와 달라고 말을 …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13 |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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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707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