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처녀귀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스무 살 처녀귀신

0 개 3,758 왕하지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드에 온지도 어연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휴~ 나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젊었을 때의 10년은 분주하고 격정적이고 때론 분노하지만 즐거울 때도 많고 그리고 참 마디게 지나갔는데 나이들은 10년은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어슬렁거리며 담장하나 넘고 나니 지나가 버렸다.
 
요즘 한국에서는 드라마 ‘각시탈’이 대박이라고 떠들썩하다. 각시탈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70년대 초 허영만화백이 그린 만화이다.
 
20대 때 나는 만화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당시 유명만화가를 찾아갔는데 그 분은 나를 오라하였다. 작은 방 하나에 4명이 작업을 하고 하는데,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잉킹을 하는 사람, 배경을 그리는 사람, 나는 초자라고 사람머리나 어두운 배경에 먹칠을 하는 일이 주어졌다. 며칠간 좁은 방안에서 깜깜하게 먹칠만 하다 보니 앞날이 그저 깜깜하기만 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면서 틈틈이 써온 귀신만화스토리 하나를 유명만화가께 내밀었다.

“으으... 무지 무섭군, 제목만 바꾸면 되겠어, 스토리는 언제부터 썼나?”

“처음 써 본 건데요...”

내가 쓴 스토리는 곧바로 만화로 나왔지만 나는 그 뒤로 스토리를 쓰지 않았다. 원고료 몇 천원인가 받았는데 그것도 두 달 후에 받았기 때문에 쓸 마음이 달아나 버린 것이다.

어느 날 유명만화가 밑에서 밑그림을 그리던 노총각이 나를 찾아와 작가로 데뷔하겠다고 스토리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림은 마치 기계처럼 잘 그렸는데 글을 못 썼다. 나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이유는 돈이 없으니 스토리를 외상으로 써 달라는 것이었다. 노총각이 너무 딱해 만화책이 나오면 돈을 받기로 하고 상중하 3권을 써 줬는데 내가 읽어봐도 너무 재미있었다.

원고를 가져간 노총각은 몇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노총각이 다시 유명만화가 밑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 그를 찾아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노총각은 만화를 다그려 출판사로 찾아갔는데 출판사 사장이 원고를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속이 상해 집에 돌아오다가 포장마차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원고를 포장마차에다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요?”

“원고를 찾긴 찾았는데...”

며칠 후 동네에서 호떡을 사먹는데 호떡을 싸준 종이가 원고였다는 것이었다. 쌀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던 차에 유명만화가가 다시 올래?하고 물어 봐서 얼른 갔다는 것이었다.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에 너무 기가 찼다.

이런 제길,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는데... 그 뒤 나는 만화를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 갔다가 각시탈을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명창의 배뱅이굿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왔구나... 왔소이다.~ 배뱅이가 왔소이다.’ 내 머릿속에는 스토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앓느니 죽는다고 스토리를 줄 마땅한 사람이 없어 나는 직접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몇날며칠 밤을 새워 완성했는데 출판사를 몰라 젊은 만화가 이희재씨를 찾아가 출판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였다.

“음, 그림이 안 좋군, 이런, 주인공 얼굴이 다 틀리네, 출판사에 가나마나... 근데, 스토리가 너무 아까워,”

이희재씨는 바쁜 일이 끝나면 자기가 다시 그리겠다고 원고를 두고 가라고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거지무당으로 하여금 조선시대 스무 살 어여쁜 처녀귀신을 불러내어 탄압받는 한인들을 구하며 잔혹한 일본인들을 작살내는 이야기인데 훗날 허리우드에 진출한 중국배우들의 영화에 내 스토리와 흡사한 줄거리가 많았다. 실상 내가 먼저 창작한 것인데...

얼마 전 이희재화백이 전화를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크라이스트처치로 유학 온 딸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웰링턴에 취직을 했고, 한불수교 100주년을 맞아 공동 만화제작을 한다는 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스무 살 처녀귀신 스토리를 만화로 그렸다는 말은 여전히 없었다. 원고를 두고 온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진작 그렸더라면 벌써 영화로 나와 대박 났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스무 살 청년이 된 코리아포스트나 대박나길 바라는 수 밖에...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18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14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파리....

댓글 4 | 조회 4,859 | 2011.02.08
런던에서는 집을 나설 때 우산을 들고 나서고 아마존에서는 커다란 칼을 들고 나선다고 한다. 오래전 비즈니스 관계로 동료들과 같이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나들이를 … 더보기

11일만의 귀환

댓글 1 | 조회 4,849 | 2011.01.25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자가 여느 때와는 달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5달러짜리까지 지폐로 바꾼 손자는 작은 지갑 속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 더보기

운동화

댓글 2 | 조회 4,810 | 2011.05.10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빠른 아내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느리게 걷고 있었다. “아, 좀 빨리 걸어, 앞에 똥차가 못 가니까 뒤에 새 차도 못 가잖아. …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52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오씨 가족의 참변

댓글 1 | 조회 4,696 | 2008.11.25
최근 들어 오씨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옵니다. 겨우내 움 추리고 집에서만 있던 오씨들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철이 되면 가족…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672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닭장속에 모여살아요~” 암탉들이 꼬꼬거리며 평화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도 닭장 속은 그저 심난하기 만 하였다. 수탉 2마리 때… 더보기

이웃집 여인

댓글 1 | 조회 4,252 | 2008.11.11
우리 집 뒤뜰언덕에 사과나무 열 그루가 있는데 그 뒤 울타리 너머의 높은 언덕엔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이웃집 여인은 개를 데리고 매일 그 숲속을 산책합니다. 내… 더보기

자동차 침대

댓글 0 | 조회 4,244 | 2010.03.09
손자가 어디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갑자기 자동차침대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 댔다. 내가 외출을 할 때마다 손자는 자동차침대 만들 나무 사러 가느냐고 물었다. 매일 …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37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075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정말 공짜야?

댓글 0 | 조회 4,074 | 2008.12.09
얼마 전부터 아침에 담이 많이 나오고 피도 섞여 나오더군요. 주택 리 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직접 목수 일을 하다 보니 먼지도 많이 마시고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29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19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빨간 우체통

댓글 2 | 조회 4,014 | 2009.10.26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76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잔혹한 전원생활

댓글 1 | 조회 3,961 | 2008.10.30
요즘 사료 값이 올라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오리를 2마리나 가져간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공짜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 간다는 것입니다.암, 그래야지… 더보기

한국 남자는 행운아

댓글 0 | 조회 3,912 | 2009.03.10
골프클럽 매니저인 스티브는 요즘 혼자 삽니다. 스티브는 부인과 딸 둘, 아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부인이 원래 호주 사람인데 뉴질랜드보다 수입도 높…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89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유정천리

댓글 0 | 조회 3,835 | 2010.05.25
동식이네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 집에서 닭을 잡아 같이 식사를 하는데 동식이 아빠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다. 그날 술이 얼큰해진 동식이 아빠가 감정이 복…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814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812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Now

현재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59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할머니를 찾습니다

댓글 0 | 조회 3,748 | 2009.08.11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대학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한정식 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한정식 집에 도착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아줌마가 ‘어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