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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보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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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며 목련꽃 사진을 찍는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나날이 눈곱 반 만큼씩이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지가 거의 한 달이다. 물이 오르니 두꺼운 껍질을 벗어나느라 곤충이 허물 벗듯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봄비가 온 뒤면 더 달라진 것 같았다. 3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만개한 것 같다. 앞으로 1주일이면 시들고 떨어질 것이다. 그래 ‘화무10일홍’이라서 더 귀하고 좋은 것이다. 언제나 꽃이 핀다면 이리도 귀하게 쳐다보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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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한자가 비슷하다. 보시(布施), 보시(報施), 보시(普施)로 써도 통한다. 무재7시(無財七施) 이야기를 듣고는 없는 재물을 어쩌겠는가 하고 다른 베풀음을 생각해 본다. 돌아다니는 곳마다 괜찮다 싶은 것이 있으면 사진에 담아둔다. 그걸 좋은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무슨 입 발린 말 보다는 백배 나은 보시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묵묵부답인 사람도 더러 있다. 바빠서 그럴 것이다. 간혹 거북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여섯 번을 보냈는데도 묵묵부답이면 또 보내기가 부담스럽다. 즉시 회신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안 바빠서 그럴까?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마음인 것 같다. 그걸 그릇으로 비유해 본다. 그런 사람은 그릇이 넉넉해 보인다. 모나거나 찌그러지지 않은 그릇일 것 같다. 둔탁하지 않고 경쾌한 울림이 있는 그릇, 놋그릇(유기; 鍮器)처럼 담아두면 음식이 상하지 않는 그릇 말이다.


이 사람은 시인일거야! 그런 사람이 있다. 울림이 있다. 공명(共鳴)이라고 한다. 공감(共感)지수라는 것으로 크기를 재면 아주 높은 사람일 것이다. 댓글 몇 마디가 다 시(詩)다. 감자라는 동요가 있었다. “하얀 꽃 핀 것은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어려서 불렀다. 우리는 감자밭 이랑을 따라 감자 꽃을 따서 버렸다. 뿌리로 가야할 양분이 씨로 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았기에, 또 부모님이 시키기에 미련 없이 따서 버렸지만 꽃을 뎅겅 따버리는 것에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자주색 꽃이 있었다. 그걸 눈여겨 두었다가 캘 때 보면 자주감자다. 귀해서 인기 있었다. 줄기나 잎, 꽃의 색을 보고 그 뿌리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고구마다. 다른 덩굴식물도 잎이나 줄기의 색을 보면 꽃이나 열매, 뿌리의 색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것은 거의 맞다. 정직해서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속내를 감추는 사람일수록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잉친절이다 싶으면 꺼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인간관계는 손해 보듯 해야 오래 간다. 베풀면 더 오래 가고.....


오징어게임 이후, 항간에 부쩍 화제인 작품이 하나 있다. 애플TV+에서 방영하는 “파친코”를 보면 “미나리”에 나오는 그 할머니가 또 할머니로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친다는 어느 집에 언청이 총각이 장가를 들지 못했는데 가난에 입을 덜어야 했기에 그의 색시가 되어, 낳은 아들 셋을 다 잃고 갖은 고생 끝에 푸닥거리까지 해서 막내로 낳은 똑순이 딸이 자라 지금 그 할머니, 백발이 성성한 선자로 나오는 것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에 오사카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선자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텔레비전 시리즈로, 선자의 아들은 파친코라는 도박장을 하며 산다. 그게 또 제목이다. 드라마는 경상도 사투리가 심해서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이도 ‘경상도 문둥이’인 나는 편하고 좋다. 경상도사람들은 반갑고 친하면 ‘야 이 문둥아!’ 하고 부른다. 그렇다고 나환자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또 비하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귀여운 어린애기를 밉상이나 개똥아! 하고 불렀던 것과 다르지 않다. 곤궁하고 핍박받는 삶에서도 베풀고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라마 곳곳에 보인다. 어떻게든 딸을 잘 키워보겠다는 선자의 애비는 정(情)을 가르친다. 그래선지 베풀고 산다.



흩어졌다 모였다 하며 흰 구름은 쉬임없이 나를 따라 다니는데(白雲舒卷隨長我; 백운서권수장아), 저 붉은 단풍잎은 누구를 못 잊어 저리도 헤매는가(紅葉徘徊欲戀誰; 홍엽배회욕연수)? 4월이라 냇물이 불고 천지에 초록이 등등한데 남산 기슭 어느 한옥의 기둥에 들여다보는 사람 없는 주련(柱聯)하나가 내 마음 붙들고 말았다. 오늘 또 유난이도, 시인 백석을 못 잊어 수절하였고 평생에 모은 전 재산을 보시해 길상사로 만든 어느 보살님을 그리워한다. 백석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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