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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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거지같다니요!

0 개 1,238 조기조

‘거지같아요!’한다. 복불복프로그램에서 집어든 잔을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아닌 까나리 액젓임을 알고 뱉은 일성이다. ‘거지같아요!’는 거지가 된 기분 이라는 것일 게다. ‘거지같아요!’에 거지들이 인격모독, 명예훼손으로 언어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낼지 모르겠다. 이기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 아니겠는가? 왜 ‘거지같아요’라고 할까? 기분이 아주 나쁘다. 기대에 매우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경우에 쓴다. ‘거지같아요’는 ‘내가 거지된 기분이다’일까? ‘더러운 거지에 시달리는 기분 같다’는 걸까? 입은 거지는 얻어먹고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 거지끼리 자루 짼다는 말이 있다. 자주 배가 고프다는 사람들에게 “배 속에 거지가 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하는 말이 있다. 잠자는 동안에는 소화기관도 쉬어야 하니 굶는 듯 가볍게 먹으라는 말일게다. 아침을 브렉퍼스트(breakfast)라고 하는데 뜯어보면 fast(단식)를 break 한다는 뜻이다. 


거지라는 단어는 ‘걸(乞)’ + ‘-어치’가 ‘걸어치 - 걸어지 - 거러지 - 거지’로 줄어든 말이다. 乞은 원래 구걸하다, 구하다 혹은 주다를 의미하는 한자어였다. 걸인(乞人), 걸사(乞士), 개, 개걸, 걸개, 유개, 유걸 등이 있으며, 영어로는 beggar을 주로 많이 쓰고, ‘걸인’을 의미하는 panhandler, 매우 궁핍한 사람을 의미하는 pauper 라는 단어도 있다. 거지를 포함한 저소득층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사회 계층인 빈민이 늘고 있다. 지구촌의 문제인 난민은 우리나라 인구, 5천만의 절반을 넘어 3천만이나 된단다. 각설이타령에 나오는 각설이도 거지와 비슷한 말이다. 각설이, 비렁뱅이, 거렁뱅이, 걸뱅이, 거지발싸개 같은 놈, 노숙자 등이 떠오른다. 노숙자가 거지라면 무숙자는 무엇이던가. 무법자는 무숙자와 어찌 다르고? 


거지와 거짓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구체적인 사물이고 후자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거짓은 의미는 존재하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이 더 나쁠까를 비교할 수는 없다. 거지는 좋고 나쁜 것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지가 나쁜 짓을 할 수는 있지만 거지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이고 거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거지처럼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무위도식하면 그게 걸인, 거지 아니던가? 제 입고 먹을 것을 제 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거지라면 이 세상에는 거지들로 넘쳐날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고 3의 졸업을 앞둔 방학 때 친구 둘을 따라 3등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여 제주 가는 배를 탔다. 배낭에 쌀은 있었으나 한 겨울에 밖에서 해먹고 잘 수는 없었다. 무작정 시골 길을 걷다가 퍼붓는 눈 속에 돌담 너머로 검푸르디 검푸른 밀감나무에 노오란 열매가 달렸는데 마침 빨간 스웨터가 얼핏 보여 그 집으로 들어섰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나오려는데 아래채에서 또래의 젊은이가 어디서 왔냐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며칠을 쉬고 나섰는데 뱃머리에 오니 태풍 때문에 배가 못 뜬단다. 누군가가 복지시설로 가 보란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름답구나 하며 찾았는데 거지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는다. 한 친구는 구역질을 하며 못 넘긴다. 개 죽 같은 꽁보리밥에 6면에 고춧가루 서너 개가 붙은 무 깍두기가 전부다. 복에 받혔다 할까봐 억지로 씹는데 여태까지도 제일 먹고 싶지 않는 음식이다. 냄새나고 빈대가 물 것 같아 도저히 덮지 못할 이불이었지만 바깥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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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꽃동네의 설립은 오웅진 사도 요한 신부와 최귀동 베드로(1909~1990)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은 밥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니 무극천 다리 밑에서 아파서 동냥을 못하는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당시 무극성당 주임신부였던 오웅진 신부가 감동했단다. ‘의지할 곳도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꽃동네를 세웠다고 한다. 오래전 어떤 인연으로 꽃동네를 자주 찾았다. 우리 팀의 리더는 설문조사를 하여 꽃동네 운영의 구체적인 문제를 짚어가며 해결하였고 곁다리로 따라 다니던 나는 프로그래머와 함께 후원금을 받으면 즉각 영수증과 감사의 말씀, 또 고지서?를 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렸다. 후원금을 받아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개나 거지처럼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그리 보면 거지같다는 말도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벌어먹을 힘만 있어도 축복인 것 맞다. 버러지나 거러지 같은 사람은 결코 모를 일이겠지만. 누가 거지 되고 싶어 되었을까? 거지 3대 없고 부자 3대 안 간다는데 이 말 듣고 소름이 돋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바이러스의 횡포가 오래가니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소식이다. 서민의 생활이 궁핍해졌고 거지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단다. 안타까운 일이다. 명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편히 쉬어야 할 보금자리는 보금(寶金)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귀한 물건이 되어있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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