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드레한 그 느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달보드레한 그 느낌

0 개 711 조기조

오늘 많이 걷고는 출출한데 뭘 먹을까로 걱정하다가 생각난 곳이 돌솥밥집이었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고 나는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생각하며 밥은 적게 먹었다. 껍질이 딱딱하지 않은 작은 꽃게 양념무침을 씹어서 달보드레한 살을 빨아먹는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이 식당이 내 발길을 끄는 것은 살 뜨물 숭늉 때문이다. 그걸 돌솥에 부어 뚜껑을 덮어두면 보드레한 누룽지가 된다. 이 뜨물 누룽지를 마시고 씹노라면 고소하다가 달보드레해 진다. 작은 행복은 어디에나 있고 찾기 나름이다.


d53efb8734ed621562d04f343451d75f_1641934894_2866.png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줄여서 빈 필) 신년음악회가 2022년 1월 1일 오전 11시 11분(오스트리아 현지시간으로 실은 11시 15분), 빈(Wien, Vienna)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렸다. 1869년에 완공되었다는 이 홀은 3층 높이의 천정이지만 5층집은 될 것 같고 벽에서 내려다보는 황금동상의 여인들과 눈을 마주치려 애써본다. 누구의 얼굴을 보고 만들었을까?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은 1941년부터 매년 새해 첫 날, 빈 필 오케스트라가 열리는 곳이다. 이를 세계 여러 나라에 생중계 해 주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연말에, 눈이 온다는 산간벽지로 무작정 떠날까 하다가 이 음악회 때문에 주저앉았다. 폭설에 나뭇가지가 처지고 길이 막히며 발이 빠져 오도 가도 못하면 어느 집 온돌방 구들막에서 마른 오징어에 쏘주라도 한 잔 할까 생각했던 것이었다. 세상 마지막 길에 같이 떠날 사람은 애초에 없는 것이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려 했던 것이다. 


2022년, 제82회를 맞은 빈 필 신년음악회는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를 맡았다. 바렌보임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 음악 감독이다. 1956년 처음 피아니스트로 빈 필에 출연하고는 2009년과 2014년 이후 세 번째로 지휘를 맡은 것이다. 연미복이 아닌 검은색 더블 상의는 무통(뒤가 터지지 않았다는)이다. 짙은 회색바지와 실버 스털링 넥타이가 흰 와이셔츠와 조화를 이룬다. 내 나이쯤에서 보니 적당하게 연세 드신 어르신이다. 80세, 그 연세에 나는 무얼 하지? 그렇게 건강하게 활동을 하고 있을는지.....


신년음악회엔 전통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많이 받는 ‘천일야화’, ‘플레더마우스 서곡’ 등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명곡들과 함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라데츠키’ 등이 연주되었다. 귀에 익은 흥겨운 라데츠키 행진곡은 마지막으로 연주되었고 지휘자는 연주전에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하였다. 특히나 이 어려운 시기,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인류의 재난에서, 그럼에도 인간적으로 돕고 유대를 강화하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같다. 시청하는 세상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주었고 연주 중간에는 관객들의 손뼉을 유도하였으며 관객들은 호응하였다. 예술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눈에 뜨이는 연주자는 맨 뒷줄에 자리한 콘트라베이스 주자 6인 중의 한 사람인 여성, 버거워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느라 그런지 몹시도 힘들어 보인다. 그녀의 표정은 처음부터 한 겨울밤의 찬 달빛 같다. 얼음장 같은 냉랭한 표정이라 자꾸 눈이 간다. 즐거워하면 좋겠는데...... 칠이 많이 벗겨진, 그 큰 베이스를 보면서 락카(lacquer) 칠이라도 해 줄까 싶었다. 그녀에 비해, 손가락 지문이 다 닳아 없어졌을 것 같은 하피스트(harpist)는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천상에서 잠시 왔나보다 했었고.


이번 음악회는 팬데믹 후 2년 만에 관객과 함께하였다. 음악회에, 운동경기에, 어떤 모임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청중은 대단한 것이다. 연극의 3요소를 새삼 들출 필요는 없겠지만 관객(시청자)은 크디큰 힘이다. 호응을 하고 격려를 하고 평가를 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여전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1,000명을 입장 하게했다. 1년 전, 빈 필은 관중 없이 진행했었다. 팬데믹으로 그동안 문을 닫았던 유럽 내의 여러 콘서트는 지난 여름 부터 재개되었다. 그렇다. 더불어 사는 세상,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오는 5월에는 콘코르디아 연주회가 열린단다. 6월 18일에는 빈의 쉔부른 궁정정원에서 빈 필 여름 음악회를 계획한다. 바이러스가 가라앉으면 가보고 싶다. 저기 연주홀에 한 번 가서 들을 수 있을까? 꿈이라도 꾸자. 객석과 연주단을 구분한 것은 꽃으로 장식한 난간이다. 이 겨울에 백합이 가득하다. 장미도 있고 서너 달을 묵묵히 피워주고 있는 내 방의 노오란 호접란도 거기 보인다. 


활짝 피고는 시들어 버릴까봐 나는 점퍼에 목도리를 한 채 시린 발을 참을 정도의 난방을 하고 있다. 그녀를 위해 매일 몇 방울의 물을 준다. 마르면 꽃잎 시들고 젖으면 잎이 썩는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게 상부상조일까? 큰 도시마다 한두 군데 메가박스에서 생중계하였는데 이런 귀한 연주회에 빈자리가 많을 줄은 몰랐다. 바이러스 때문이겠지, 그놈의 오미크론 바이러스 때문이겠지....

고양이 목의 방울

댓글 0 | 조회 688 | 2022.07.26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유럽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놀라운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6월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 더보기

구두를 닦으며

댓글 0 | 조회 683 | 2022.07.12
구두닦이라는 직업이 있다. 이제 귀하신 몸이 되었다. 열 번을 닦으면 싸구려 구두 값이 되고 50번을 닦으면 좋은 구두 하나 값이 된다. 구두를 잘 닦으면 발걸음… 더보기

너른 세상, 별별 사람

댓글 0 | 조회 764 | 2022.06.28
페북의 위대함을 알았다는 한 무명 소설가는 인생의 호시절을 부모님 돕기와 시집살이, 육아로 다 보내고 이제 골병만 남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3식이’ 남편을… 더보기

헤어질 결심, 떠나갈 작정

댓글 0 | 조회 1,325 | 2022.06.15
나 비싼 재료로 하라할까 싶어 경계한다. 사진을 보니 신경치료를 했다는 부분이 선명치 못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고 그것 때문에 잇몸이 붓고 아프다는 것. 다시 … 더보기

봄에 심으라 하였더라

댓글 0 | 조회 908 | 2022.05.25
30여 년 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의 도시, 취리히와 제네바를 둘러보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도시 어느 곳에 텃밭이 있었고 두어 평으로 나누어 개인별로 … 더보기

생일 유감

댓글 0 | 조회 894 | 2022.05.10
어머님은 생일이 없었다. 언제 태어 나셨는지를 모를 리가 없었을 테지만 어머님이 당신의 생일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은 미역국이 올라왔을 때 그게 어머니… 더보기

보시 유감

댓글 0 | 조회 857 | 2022.04.12
아침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며 목련꽃 사진을 찍는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나날이 눈곱 반 만큼씩이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지가 거의 한 달이다. 물이 오르니 두… 더보기

놀이하는 인간과 도박

댓글 0 | 조회 845 | 2022.03.08
곧 졸업하면 취업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들, 꼬박꼬박 학교에 나가주니 고맙기도 하고 이제 목돈 부담되는 등록금 안 내도 되니 한 숨 펴겠다 싶었던 엄마가 마른하늘에… 더보기

거지같다니요!

댓글 0 | 조회 1,239 | 2022.01.26
‘거지같아요!’한다. 복불복프로그램에서 집어든 잔을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아닌 까나리 액젓임을 알고 뱉은 일성이다. ‘거지같아요!’는 거지가 된 기분 이라는 것… 더보기
Now

현재 달보드레한 그 느낌

댓글 0 | 조회 712 | 2022.01.12
오늘 많이 걷고는 출출한데 뭘 먹을까로 걱정하다가 생각난 곳이 돌솥밥집이었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고 나는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생각하며 밥은 적게 먹었다.… 더보기

친구의 칭구

댓글 0 | 조회 817 | 2021.12.22
페이스북을 하는 인구가 수억 명이다. 그런데 자주 찾는 사람을 친구라고 한다. 친구를 맺으면 올리는 글이나 사진, 댓글을 바로 알려준다. 친구가 무엇일까? 친구 … 더보기

인생은 설거지

댓글 0 | 조회 984 | 2021.11.23
평생을 피할 수 없는 일이 먹고 치우는 것이다.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하고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요리도 설거지도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좋겠… 더보기

9월이 우는 소리

댓글 0 | 조회 760 | 2021.11.10
미루다가, 미루다가 일을 저질렀다. 용기를 낸 것이다. 마침, 눈 여겨둔 그 집 앞을 지나는데 문이 열린다. 한 아동이 가방을 들고 나섰고 선생님인 듯한 아주머니… 더보기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

댓글 0 | 조회 1,085 | 2021.10.12
놀이와 게임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결론은 다른 거다.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이 전혀 다르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에 왜 오징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더보기

강 이야기

댓글 0 | 조회 843 | 2021.10.07
무릇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다. 세계의 4대 문명 발상지도 강이다. 풍부한 물과 너르고 기름진 땅은 먹고 사는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의 태화… 더보기

아프다니스탄!

댓글 0 | 조회 1,371 | 2021.09.14
미국이 철수하자 탈레반이 접수하고 IS가 한 발을 들여 놓은 아프가니스탄은 산스크리트어로 ‘동맹부족들의 땅’이라는 뜻인 우파가나스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엔 … 더보기

2020 도쿄 올림픽을 보고....

댓글 0 | 조회 1,209 | 2021.09.02
제 32회 도쿄 올림픽(2020)은 유난히도 더운 한 여름에 1년을 미뤄, 2021년 7월 24~8월 9일에 열렸다. 온통 마스크로 치장한 올림픽, 관중 없는 올… 더보기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댓글 0 | 조회 965 | 2021.08.24
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을 보면 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주거 및 근로환경의 개선, 건강 생활에 대한 정보가 늘어 수명이 길어지긴 해도 노령인구가… 더보기

며르치 똥

댓글 0 | 조회 984 | 2021.08.10
‘며르치’가 고긴가? 갈치, 넙치, 날치 등의 돌림이지만 그 반열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것 같다. 물론 크기를 보고 하는 말이다. 칼슘의 제왕이라 선전하지만 그리… 더보기

백발과 백수(白髮白壽)

댓글 0 | 조회 845 | 2021.07.13
바이러스처럼 달려드는 광고 때문에 거북스럽다, 아예 필요 없는 상품이면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필요가 있으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자주 졸기는 하지만 깊은 잠… 더보기

암호화폐

댓글 0 | 조회 902 | 2021.06.23
정책 결정 기구로 통화와 관련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사람들이 살기 좋게 하기 위하여 화폐의 발행과 유… 더보기

쑥떡 쑥떡

댓글 0 | 조회 1,427 | 2021.06.09
한반도에는 ‘쑥’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식물이 40여 종이나 있단다. 쑥떡을 해 먹는 일반 쑥(princeps)을 중심으로 개똥쑥(annua), 인진쑥(사철쑥 ca… 더보기

삼빠이 줌빠

댓글 0 | 조회 939 | 2021.05.25
1985년 3월 1일에 잠수정 SSM 051, ‘돌고래’를 취역시킨 이래 1990년 6월 1일 해군 제5성분전단 예하에 57잠수함전대를 창설하였고 94년에 잠수함… 더보기

기억장치

댓글 0 | 조회 687 | 2021.05.11
나는 정보시스템을 공부하고 강의했다. 정보시스템은 정보를 만들고 제공하는 시스템이니 IPO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위 입력(input), 처리(processin… 더보기

펜트하우스 유감

댓글 0 | 조회 1,079 | 2021.04.28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로의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