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백두산 호랑이

0 개 904 한일수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고, 문채(文彩)가 좋으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하면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이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선생의 글에 나오는 말이다.   


76e5d5048e9b2be7fed3d8a7b7ebfac6_1641849562_4114.jpg
 

금년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로 재신(財神)은 검은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새해에는 2년 동안 이어져온 코로나의 재앙을 물리치고 물을 머금고 피어나는 새싹처럼 무언가 시작하기에 좋은 기운을 받아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해본다.       


호랑이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으나 범을 뜻하는 호(虎)와 이리를 뜻하는 랑(狼)에 접미사가 붙어 호랑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호랑이를 뜻하는 ‘범’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잘 발달되고 균형 잡힌 신체구조와 느리게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을 향할 때의 빠른 몸놀림, 그리고 빼어난 지혜와 기품을 지녔다 하여 산군(山君), 산신령(山神靈), 산중왕(山中王)으로 불리어져왔다. 보통 이마에 새겨진 줄무늬가 임금 왕(王)자를 닮은 점과 함께 자연계 최고의 포식자라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동양권에선 용(龍)과 더불어 군왕의 상징으로 쓰였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호랑이도 인간의 남획으로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 종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수시로 출몰하였으나 현재에는 멸종상태이다. 백두산 호랑이라는 별칭은 꼭 백두산에서 사는 호랑이가 아니라 백두산이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고 높으므로 한국호랑이의 별칭으로 그렇게 부르고 있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한민족의 친구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호랑이 보고 창구멍 막기(위험이 눈앞에 닥쳐서야 서둘러 미봉책을 씀)’ 등 호랑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자주 등장한다. 아이한테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하면 울던 아기도 울음을 멈춘다고 했다. 쓸데없는 것 혹은 겉모습만 화려하고 실제는 쓸모없는 것을 뜻하는 ‘종이호랑이’ 혹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은 호랑이의 강함을 거꾸로 생각해서 나온 말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이다. 생김새나 생태가 카리스마의 정점을 찍는 생물이고 그 강함 역시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보니 마스코트로 자주 이용되어 왔으며, 스포츠 팀 이름에도 사자, 독수리와 함께 자주 쓰인다. 야구팀의 KIA 타이거즈, 축구에서는 울산 현대 호랑이가 있는데 영문표기인 Tiger나 Tigers 대신 ‘Horang-i’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이 월남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부대 이름을 맹호(猛虎)부대라고 지었는데 한국군의 용맹성을 나타내는 뜻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마스코트로 쓰이기도 했으며 개막식 때는 호돌이 소년이 등장하여 굴렁쇠 굴리기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한반도 형상을 둘러싼 논란에 토기와 함께 등장하는 동물이 호랑이이다. 한반도 형상을 토끼에 비유한 일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어났는데 이에 일본이 한국을 비하하는 의도로 그렇게 표현했다는 반박이 대두되었다. 한반도는 토끼 형상이 아니라 호랑이의 형상이라는 반론이다. 최남선 선생은 ‘소년’이란 잡지를 창간하면서 한반도 지도의 형상 안에 호랑이를 그려 넣었다.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할퀴며 달려드는 생기 있는 범의 모양”이 진취적이고 팽창해나가는 한반도의 무한한 발전과 왕성한 원기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말기 우리 선조들이 그림으로 남긴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는 호랑이의 등뼈를 백두대간의 줄기로, 몸통에 뻗친 줄무늬를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나간 가지 산줄기로 묘사되어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한반도의 백두산 호랑이가 만주 대륙을 보고 포효하는 대신 머리를 태평양을 향해 포효하면서 5대양 6대주로 기상을 펼쳐나가는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광복을 맞이하고 독립을 하였지만 반도가 양분되고 한국전쟁을 통해 참담한 현실을 겪었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정치 변혁을 주도하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갔고 해양으로 진출해 경제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양해왔다. 21세기 들어서는 문화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 가요와 댄스, 영화, 한식, 한글/한국어 등 한국의 전통 문화가 현대적 감성에 접목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으면서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소원을 빌어 본다. 마침 돌아오는 3월4일과 5일에는 사전투표가 9일에는 본 투표가 이루어짐으로서 3월10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내각제하의 총리나 연방국의 대통령보다 한국인은 물론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한민족의 운명을 좌우하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표방할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을 선택해서 결정해야 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마음에 썩 들지 않는 후보들일지라도 누군가는 선택해야 되는 운명의 순간에 와 있다. 


2022년의 한국은 국운이 더욱 왕성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류의 물결이 밑바탕을 깔아 준 터전 위에 한국 상품이 국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국민 화합만 잘 조성되면 번영의 시대를 누리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있다. 세종대왕 같은 성군(聖君)은 아닐지라도 그러한 자질을 품고 있는 후보가 선출되어 국민들의 화합된 힘으로 성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연출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어본다.                              


Now

현재 백두산 호랑이

댓글 0 | 조회 905 | 2022.01.11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고, 문채(文彩)가 좋으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하면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 더보기

한-뉴 수교 60주년 기념

댓글 0 | 조회 905 | 2022.06.14
우리는 60주년이 내포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살아 왔다. 나이 60이 되면 환갑(還甲)이라 하여 오래 산 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하행사를 벌여왔다. 유교문화권… 더보기

고향의 봄

댓글 0 | 조회 849 | 2023.02.15
한반도에서 태어나 수 십 년을 살다가 반대편인 뉴질랜드에 와서 살다보니 십 수 년이 흐른 지금에도 계절에 대한 감각은 적응이 잘 안 되고 있다. 한반도는 사계절의… 더보기

줌바 댄스와 함께

댓글 0 | 조회 845 | 2023.06.13
시간 속에서 존재하다가 사라진 무용은 그 흔적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다만 원시인들이 동굴 벽화 속에 묘사한 모습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시인들은 자… 더보기

돌을 다듬어 인생살이를 구성하다

댓글 0 | 조회 832 | 2021.08.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1)노르웨이를 여행 해본 사람이라면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아보면서 광활한 대지가 수많은 조각품들과 어우러져 야외… 더보기

5월이 오면

댓글 0 | 조회 824 | 2022.05.10
계절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 생활이다. 이민을 떠나 온지도 벌써 27년차인데 아직도 이곳의 계절은 종잡을 수 가 없다. 4계절이 뚜렷하지… 더보기

갯벌의 저주(詛呪)

댓글 0 | 조회 823 | 2023.09.12
갯벌은 살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바다가… 더보기

인생을 재충전해서 새해맞이

댓글 0 | 조회 810 | 2023.01.18
일 년을 보내고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할 때마다 지난해는 어떤 일을 해왔던가, 새해는 어떤 각오로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 더보기

3.1 정신과 한민족의 진로

댓글 0 | 조회 802 | 2022.03.08
금년이 3.1운동 10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 더보기

변화에 대응하고 변신하기

댓글 0 | 조회 773 | 2022.08.09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류사회가 변화의 물결에 휘말려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21세기 들어 20년이 흐른 2020년 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팬데믹(Pendem… 더보기

유아의 기억력

댓글 0 | 조회 661 | 2023.12.13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 더보기

흔들다리 효과

댓글 0 | 조회 644 | 2023.07.11
이민 와서 초창기에 ‘오클랜드 내춰럴 히스토리 클럽(Auckland Natural History Club)’ 이라는 자연 탐사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576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86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443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

청용(靑龍)의 해에 용꿈을 꾸세요

댓글 0 | 조회 442 | 2024.01.16
우리 한민족의 삶 속에는 언제든지 용이 있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나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서 살며, 비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몰고 다닌다고 여겨져 왔다.…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331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