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0 개 1,304 한일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4832b0c1911e4657fa215689edf04300_1638839365_5035.jpg
 

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은 「그리움」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애잔하고 사무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바다에 나가면 우리는 영혼의 소리를 듣는 것 같고 우리가 지향해야할 이상향으로 바다가 표상되고 있기도 하다. 한자로 바다 해(海) 자는 물(水)과 어머니(母)로 구성되어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바다는 어머니이고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살다가 나왔고 다시 바다로 돌아 갈 인류의 원초적인 고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에 가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꿈속에서 바다와 접하곤 한다. 이는 생명의 원천으로서의 바다를 상징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요, 달과 맺어진 조수(潮水)의 들고 남, 파도의 일어남 등으로 나타나는 바다의 역동성은 생명력을 말해주고 있다.    


청마 유치환과 정운(丁芸) 이영도와의 20년에 걸친 플라토닉 러브 이야기는 가히 20 세기의 대표적인 러브스토리로 자리매김할만하다. 해방이 되어 통영여중 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37세의 청마는 당시 29세의 재색과 미모를 갖춘 정운 이영도가 부임하자 영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흠모하는 마음을 편지로 써서 보냈고 이영도는 그 편지를 모았다. 청마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정운은 남편과 사별하고 딸 하나와 함께 살고 있는 입장이었다. 당시 유교적인 전통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함부로 처신할 수 없는 두 사람이었고 정운은 매사에 조신하며 지내고 있었으며 함부로 마음을 열어줄 상태가 아니었다. 


“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구절은 청마의 정운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결국 3년 만에 정운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만 그 후로도 청마는 편지로 마음을 전했으며 만날 약속이 되어 있던 1967년 어느 날 청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00여 통의 편지가 전달되었다. 애가 타는 마음으로 시인이 외쳤을 그 소리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를 나는 이해를 못하고 지내왔다. 바다를 만나기 전 까지는……


그대는 카레카레(Karekare) 비치를 가보셨나요? 설마 영화 「피아노」는 감상하셨을 테지요. 우리는 이곳에 이민 오기 전부터 이미 이 비치를 영혼 속에 간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피아노」는 1993년도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작품인 뉴질랜드 영화이다. 그 영화의 촬영 배경이 된 비치라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카레캬레…… 한 사람의 영혼을 불사른 창작 혼이 얼마나 많은 세계인들의 영혼을 밝게 해줄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바로 이에 대한 대답을 말해주고 있다. 1994년 이후 이민 온 자들은 대개 한국에서 이 영화를 감상했고 뉴질랜드에 대한 꿈을 형상화 해나갔다.     


4832b0c1911e4657fa215689edf04300_1638839381_3049.jpg
 

“바다가 좋아 질 땐 누군가 사랑하는 거래요. 가을밤에 달이 보고 싶을 땐 첫 사랑을 시작하는 거래요. 가을밤에 달을 보면서 바다가 좋아질 댄 누군가와 첫 사랑을 재현하는 거래요.” 작년에 코로나 경보 단계에서 집콕하라는 정부 방침에다가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는 형편에서 산책은 가능하다고 해서 밀포드 바닷가를 매일 찾게 되었다. 와이프와 함께 지구의 남 쪽 끝 뉴질랜드에 까지 와서 이런 시간을 갖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러면 하루 10,000 보를 걷게 된다. 바다와 가을밤이 어우러져 바다에 비친 달, 하늘에 떠 있는 달, 마음속에 잠겨있는 달을 보며 걷고 있을 땐 첫 사랑을 재현해보는 감흥을 맛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코로나가 베푸는 선물로 알고……


코로나 펜데믹(Pandemic)이 금년 들어서는 백신 접종으로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는 신규 환자 발생이 전무한 상태에서 8월까지 잘 버텨왔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다시 유행하기 시작해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환경이 바뀌면 내 처신도 바뀌어야한다. 환경만 탓하며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걸으면서 기왕이면 맨 발로 걷기를 시도해 보았다. 맨 발 걷기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 결과에서 실증적으로 검증이 되고 있다. 평소에 맨발 걷기를 실현해보려고 하나 맨 땅이 없는 상태이고 잔디밭이 좋으나 잘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어 함부로 시도해 볼 수도 없다. 역시 제일 좋은 곳은 바닷가에 나가 백사장을 걷는 것이다. 우리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다시 돌아갈 처지인데 일 년에 단 몇 분이라도 땅과 접촉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방문을 나서면 신발을 신고 콘크리트 바닥을 걷다가 차량으로 이동하고 돌아오는데 땅 바닥에 발바닥을 접촉하는 일이 있기나 하는지?        


우리에게는 매일 찾아 갈 비치가 가까이에 있다. 비치에 가면 파도와 마주할 수가 있다. 록 다운(Lock down) 기간에 양말을 신어 본 적이 없다. 매일 비치 산책을 하면서 맨발로 바다 위를 걷는다. 철썩거리며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보면서 걷는 발목에 전해오는 쏴한 느낌이 상쾌하다.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몸의 온갖 노폐물은 바다에 흘려보내는 거 같다. 그리움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독도는 한국땅

댓글 0 | 조회 1,700 | 2020.10.27
'독도는 한국땅'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온지 4353년, 그러나 11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온갖 굴욕을 참으며 살아온 우리 … 더보기

노벨 평화 센터

댓글 0 | 조회 1,480 | 2020.11.10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8)재산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산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더욱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출현했… 더보기

생활의 발견

댓글 0 | 조회 1,741 | 2020.12.09
코로나 19로 얼룩진 경자년(庚子年)을 보내며임어당(林語堂, 1895-1976)은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자 소설가, 문명 비평가로서 국제적인 인물로 꼽힌다… 더보기

8학년 꽃 중년

댓글 0 | 조회 1,625 | 2021.01.13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경자년(庚子年)을 무사히 보내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예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신… 더보기

백조의 노래

댓글 0 | 조회 1,321 | 2021.02.11
서기 476년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들었으며 전쟁과 굶주림,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문명의 발전이 사라져버렸다. 900여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 더보기

라이프 리엔지니어링

댓글 0 | 조회 1,194 | 2021.03.09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박사가 1990년 ‘Harvard Busin… 더보기

권력투쟁

댓글 0 | 조회 1,007 | 2021.04.13
“주사위는 던져졌다(The die is cast)” 율리우스 카이사르(라틴어 Julius Caesar, 영어발음은 줄리우스 시저)는 BC 59년에서 51년까지 8… 더보기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댓글 0 | 조회 987 | 2021.05.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 더보기

코리안 키위 - 50년을 날다

댓글 0 | 조회 1,125 | 2021.06.09
생활 26년차인 지금도 나는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Korean in New Zealand)’ 인가? 아니면 ‘한국계 뉴질랜드인(Korean New Zealan… 더보기

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댓글 0 | 조회 1,014 | 2021.07.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0)여자의 변신(變身)이 무죄라면 여자의 변심(變心)도 무죄이던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남자는 비로소 철이 들… 더보기

돌을 다듬어 인생살이를 구성하다

댓글 0 | 조회 843 | 2021.08.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1)노르웨이를 여행 해본 사람이라면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아보면서 광활한 대지가 수많은 조각품들과 어우러져 야외… 더보기

요동치는 코리안의 물결

댓글 0 | 조회 1,679 | 2021.10.12
바야흐로 민족중흥의 기운이 우리시대에 다가온 것일까? 21세기 들어와 떠오르는 태양으로 한민족이 세계사에 등장한 것일까? 한류(韓流 Korean Wave)의 물결… 더보기

잡초야 같이 살자

댓글 0 | 조회 1,164 | 2021.11.10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 더보기
Now

현재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댓글 0 | 조회 1,305 | 2021.12.07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은 「그리움」이란 시에서 이렇… 더보기

백두산 호랑이

댓글 0 | 조회 914 | 2022.01.11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고, 문채(文彩)가 좋으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하면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 더보기

인생 4계절

댓글 0 | 조회 1,265 | 2022.02.09
미국의 예일대학교 임상심리학 교수 대니얼 레빈슨(Daniel J. Levinson) 박사는 성인 발달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생을 25년 정도의 주기, 4개의 국… 더보기

3.1 정신과 한민족의 진로

댓글 0 | 조회 816 | 2022.03.08
금년이 3.1운동 10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 더보기

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댓글 0 | 조회 959 | 2022.04.12
1976년 발표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드라마로도 전 세계인들에게 방영된 바 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767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더보기

5월이 오면

댓글 0 | 조회 841 | 2022.05.10
계절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 생활이다. 이민을 떠나 온지도 벌써 27년차인데 아직도 이곳의 계절은 종잡을 수 가 없다. 4계절이 뚜렷하지… 더보기

한-뉴 수교 60주년 기념

댓글 0 | 조회 920 | 2022.06.14
우리는 60주년이 내포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살아 왔다. 나이 60이 되면 환갑(還甲)이라 하여 오래 산 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하행사를 벌여왔다. 유교문화권… 더보기

고생 총량의 법칙

댓글 0 | 조회 1,482 | 2022.07.12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생 없이 행복한 생활만을 영위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감당할만한 고생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다. 물론 사람에 따… 더보기

변화에 대응하고 변신하기

댓글 0 | 조회 791 | 2022.08.09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류사회가 변화의 물결에 휘말려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21세기 들어 20년이 흐른 2020년 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팬데믹(Pendem…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1)

댓글 0 | 조회 1,055 | 2022.09.13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2020년 초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생활환경을 바…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2)

댓글 0 | 조회 1,085 | 2022.10.11
바다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한 곳이며 플랑크톤, 해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등 약 33만 종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표면의 71%를 차지… 더보기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할 지어다

댓글 0 | 조회 1,332 | 2022.11.09
“조선 시대에 어느 임금이 제일 공처가인 신하를 선발해서 상을 주기로 했다. 선발 대회를 하는데 운동장에 장대를 동과 서에 세워 놓고 자기가 제일 공처가라고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