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0 개 191 조기조

1fb7d9c23089bf68e92c8195de45f713_1761654162_5457.png
 

금·은·동으로 나누는 메달은 아시다시피 은메달이 2등이다. 은(銀)은 눈부시지 않고 은은하다. 깨끗하고 깔끔하다. 은수저, 은장도, 은하수가 떠오른다. 은수저를 사용하는 이유는 독이 든 음식을 감별하는 기능이 있어서다. 은이 유황화합물과 같은 독극물에 닿으면 표면이 검은색으로 바뀐다. 그래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은수저를 썼다. 은은 또 그 자체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뛰어난 항균성이 있다.


부(富)를 상징하는 것으로 금수저를 들지만, 원래는 은수저(silver spoon)였다. 그래서 영어에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은장도(銀粧刀)는 칼집이나 손잡이 등 칼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은으로 장식한 작은 칼이다. 주로 노리개처럼 허리춤에 차거나 옷고름에 달고 다녔으니, 그 자체로 장신구가 된다. 가난하면 가질 수 없었으니 부와 신분의 상징인 셈이다. 은장도는 호신용 무기이자, 정절(貞節)과 순결을 지키는 수단으로도 지녔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라는 시조가 있다. 은한(銀漢)은 밤하늘에 흐르는 별들의 강, 즉 은하수(銀河水)를 뜻한다. 은한의 ‘한’은 한강(漢江)의 ‘한’이다. 배꽃이 핀 한밤중에 (잠은 안 오고) 하늘을 보니 은하수가 반짝인다. 그 은하수에 비친 배꽃은 무슨 말로, 어떻게 아름답다고 표현할까? 이런 밤에 함께하면 좋을 사람이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배꽃은 수수하고도 은은하게 아름답다.


유타주의 고산 도시 파크시티는 10월부터 내린 눈이 4월까지 간다. 1860년대 후반, 은광이 발견된 이후 번성했던 이 광산 도시는 이제 스키 리조트 타운으로 변했다. 온 산이 스키장과 리조텔로 바뀌었다. 은광으로 먹고 살다가 채산성이 맞지 않아 1982년에 폐광했고, 이제는 스키장 안에 흔적만 보존하고 있다. 이곳에서 마흔 해를 넘긴 선댄스 영화제도 2027년 1월, 제43회 영화제부터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개최된다. 선댄스 영화제를 만든 로버트 레드포드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9월 16일, 89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래도 그는 이름을 남겼다.


파크시티는 과거의 광산 역사를 도시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존하고 있다. 스키장 곳곳에 “실버 킹 샤프트 하우스(Silver King Shaft House)”와 같은 오래된 광산 건물, 광산 갱도 입구, 광석 운반용 트램웨이 타워 등의 산업 유적들이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는 광산과 스키 역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스키를 타면서 광산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 “실버 투 슬로프(Silver to Slopes)”라는 스키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항균과 살균 작용을 하는 은은 은단(銀丹)으로 입속을 깨끗하게 하고, 야전에서는 은 나노로 만든 필터로 물을 걸러 마시기도 한다. 금 다음으로 뛰어난 전연성(展延性;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 때문에 반지, 목걸이, 식기, 악기, 장식품 등 보석 및 공예품 제작에 널리 사용되었고, 돈(은화)으로도 만들어 썼다. 이런 가공에 쓰이는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는 고급 은 제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금으로, 은 92.5%와 다른 금속(주로 구리) 7.5%로 만든다. 구리는 은의 강도를 높이고 내구성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캘리스토가(Calistoga)에는 “스털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라는 포도주 양조장, 즉 와이너리(winery)가 있다. 스키장 오르듯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 하지만, 얕은 언덕 위에 있는 지중해풍의 하얀 건물은 걸어서 올라가도 좋을 만큼의 높이다. 빠지면 못 나올 큰 오크통 속에 잠자는 와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둘러본다. 나파밸리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유리잔 하나를 사면 5회의 시음을 할 수 있는데, 취하고 말았다.


‘야무진 은’을 뜻하는 스털링(sterling)은 ‘순은처럼 빛나고, 진짜이며, 가치 있다’는 의미다. 그전에도 와이너리가 있었지만, 1964년에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 특히 메독(Medoc) 지역의 샤토(Chateau)처럼 품질 좋은 포도주를 이곳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으로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스털링’이라 명명했단다. 빛나고 가치 있는 일을 했다. 나파밸리를 온 세상에 드높였다.


산전수전을 겪고 지혜가 들어차면 희끗해지는 머리카락이 실버다. 능력 있는 이 실버들이 세상을 인도하고, 이들이 있어 실버산업이 번창한다. 내가 골드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이 들면 되는 실버 말고, 알이 들어찬 실버, 어둠 속에서도 은은히 빛이 나는 ‘스털링 실버’로 나고 싶다.


* 출처 : FRANCEZONE


1fb7d9c23089bf68e92c8195de45f713_1761654090_7545.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4 | 5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88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먹과 잉크

댓글 0 | 조회 134 | 2025.11.11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대가로, 금강산과 인왕산 등 우리나라의 실제 산천을 독자적인 필법으로 그려 수묵화(水墨畵)의 전통을 확립한 인물이… 더보기
Now

현재 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댓글 0 | 조회 192 | 2025.10.29
금·은·동으로 나누는 메달은 아시다시피 은메달이 2등이다. 은(銀)은 눈부시지 않고 은은하다. 깨끗하고 깔끔하다. 은수저, 은장도, 은하수가 떠오른다. 은수저를 … 더보기

어떤 졸업 축하 연설

댓글 0 | 조회 302 | 2025.10.14
학기(semester) 제도를 하는 대부분의 미국 대학은 봄 학기가 끝나는 5월에 전체 대학 차원의 졸업식을 한다. 졸업식의 백미(白眉)는 졸업 축하 연설이다. … 더보기

기생과 공생

댓글 0 | 조회 209 | 2025.09.23
더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는 2023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미국의 첩보 액션 스릴러 드라마다. 빠른 전개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 그리고 정… 더보기

기생과 공생

댓글 0 | 조회 240 | 2025.09.10
기생충(parasite)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상을 많이 받은 이 영화는 반지하를 지상으로 들어 올렸다. 지상도 지하도 아니지만, 지상은 아닌 것이 반지하다. 또… 더보기

혜성과 생각의 속도

댓글 0 | 조회 195 | 2025.08.26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는 “눈 깜짝할 새”라고 하고는 웃었다.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빠를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가면 사과 → 사과는 맛있어 → 맛있… 더보기

개 밥과 사람 밥

댓글 0 | 조회 375 | 2025.08.12
어려서 내가 말썽을 피울 때 어머님은 “밥 주고 숟가락 뺏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숟가락을 뺏지도 않으셨고 회초리를 맞는 것보다는 나아서 그냥 흘려들었다… 더보기

구조알과 간장 종지

댓글 0 | 조회 265 | 2025.07.22
“구조알”이 떴다. 타조 알이 아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알도 아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으면 낙동강에 어지간히도 떠내려간다는 오리 알도 아니다.오리 알은 잘… 더보기

우각호가 될까?

댓글 0 | 조회 276 | 2025.07.09
소의 뿔처럼 굽어진 모양의 호수라는 뜻인 우각호(牛角湖, oxbow lake)는 지형이 생긴 대로 낮은 곳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흐르던 강에서 볼 수 있다. 홍수로… 더보기

수리냐 교체냐?

댓글 0 | 조회 540 | 2025.06.24
오래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면 TV가 나오기 전이라 불룩하고 아주 큰 TV를 사서 10년 넘도록 잘 썼다. 그런데 한쪽 화면이 희미하게 번지면서 잘 보이… 더보기

무심한 유심과 이심전심

댓글 0 | 조회 246 | 2025.06.11
지난 4월 19일, SK텔레콤의 홈가입자서버(HSS)가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가입자 약 2,500만 명의 유심(USIM) 관련 정보가 유출되었다. 유심 정보는 심… 더보기

번개에서 온 전기(電氣)

댓글 0 | 조회 361 | 2025.05.27
산업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는 데에 기여한 1등 공신이 전기일 것이다. 전기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 그리고 인… 더보기

인도와 중국

댓글 0 | 조회 338 | 2025.05.13
반도체의 집적회로(集積回路)를 IC (Integrated Circuit)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인구가 많고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 인도(India)와 중국(…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297 | 2025.04.08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591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달래 냉이 씀바귀...

댓글 0 | 조회 466 | 2025.03.11
춥고 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김장이었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짜게 담가야 했다. 무는 뿌리를 씻어 통째로 동치미를 담그거나 네 가닥 정도로 쪼개어 김치를 담갔다… 더보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댓글 0 | 조회 401 | 2025.02.25
1769년에 제임스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으로 더디기는 했지만 공장제 수공업이 기계공업으로 바뀌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많은 기계가 만들어져 대량생산은 했지만 … 더보기

CES 2025를 미리 보며

댓글 0 | 조회 457 | 2025.01.14
미루다가 스마트폰을 바꾸었다. 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였던 내가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고 2년 정도마다 바꾸는 것에 저항감이 있어서 이번에는 오… 더보기

GPS 교란 공격

댓글 0 | 조회 617 | 2024.12.17
산의 높이와 강의 너비를 어찌 잴까? 그걸 재기도 어렵지만 긴 자도 없지 않은가? 중학교에서 3각형을 배우면서 탄복을 한 적이 있다. 3각형의 내각의 합은 아무리… 더보기

디지털 시대, 메모는 생존의 기술

댓글 0 | 조회 485 | 2024.12.03
메모를 잘하며 살던 한 ‘수첩 공주’가 있었다. 들으면서 바로 요약해 적는 건 어찌보면 대단한 기술이다. 누군가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쓰고 “적는 자가 살…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468 | 2024.11.19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534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543 | 2024.09.24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외환유동성 위기 이후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