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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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0 개 438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백 학기


사랑을 말하지 않고는 이 고개를 넘을 수 없으리

만리동 고개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사랑한다 말 차마 못하고 너와 헤어지는

만리동 고개에 눈만 내려 쌓이네.

마포 용강동에서 왕십리 행당동까지

사람들은 내리는 눈을 가슴으로 받으며

걸었던 날들이 그리워지리

내 품에 얼굴 묻고 함께 걸었던

그날들을 잊지 못하리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하염없이 내리는 희미한 가등 아래

눈발들을 잊지 못하리

차마 사랑한단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만리동 고래를 넘으며 내리는 눈을 밟아 가면

이 땅 어디선가 폭설 되어 지붕까지 쌓일

깊은 밤 소리 없이 슬퍼지는 어두운 그림자 보네.

명동이나 퇴계로에 내리는 눈도 이만 못하리

종로나 충무로에 내리는 눈도 이만 못하리

꽃 피는 봄 양수리에서 한강에 밀려와

공덕동 로터리를 지나 만리동 고개 슈퍼마켓까지 이를 때

사랑하는 이 없어도 잠깐 들러 담배 한 갑을 사고

눈 내리던 날 헤어짐을 기억하며 서 있으리

그 옛날 젊은 날의 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시집<많은 날들이 지나갔다>새로운 눈 2002년


* Source: 네이버 블로그 | 서울 詩 올레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l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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