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선물하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빈틈 선물하기

0 개 415 천미란

성인들의 무력감에 대한 세계적인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관련된 정신건강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성인 중 자살 시도의 연간 유병률은 1,000명당 약 4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는 무력감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이 심화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무기력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주변에서는 흔히 “게으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가 불러서 그런 것이다”, “택배 상하차가 최고의 치료제다”와 같은 말들이 오해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무기력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무기력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왜 우리는 때때로 삶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빠지는 걸까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 내면의 ‘페르소나’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페르소나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타인에게 보이는 외적인 모습이나 역할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려 하면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20대 후반에는 직장을 갖고, 30대에는 결혼하여 아이를 양육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는 페르소나가 비교적 획일적이고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거나 뒤처졌다고 여겨집니다.


요즘 들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 대기업에 입사한 후 몇 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은둔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 무언가를 성취한 후에도 무기력에 빠지는 걸까요?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무기력한 이유는 “남이 바라는 나”로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장하면서 우리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남들 보기에 좋은 모습을 유지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습니다. 이는 사회가 요구하는 페르소나에 맞추려는 강박을 형성하며, 결국 우리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붙여 번아웃과 무기력을 경험하거나, 페르소나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페르소나에 얽매여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다가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스스로를 위한 ‘빈틈’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침대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걱정하거나,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빈틈이 있을 때 무기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이 빈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실존세’를 지불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들어, 아이를 양육하면서 영주권을 따기 위해 영어 준비를 하는 유학생 엄마가 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 학교를 보내고,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사이 영어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합니다. 아이가 하교 후, 방과 후 학교를 보내기 위해 픽업을 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과제를 봐 줍니다. 아이가 잠이 들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 자정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같이 나가 활동을 하고 일주일 장보기를 합니다. 


이 분이 자신에게 빈틈을 주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제 3자인 사람에게도 별로 틈이 보이지 않는데 본인에게는 그 빈틈을 주기 위한 시간은 더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분이 만약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반찬을 직접 만드는 대신 조리된 반찬을 사기를 결정하고, 자신의 시간 마련했다면 이 분은 실존세를 지불한 것입니다. 이 분은 이 빈틈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세금처럼 치른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우리 삶의 빈틈도 공짜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무언가를 포기 해야만 우리 삶에도 빈틈이 생깁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를 몰아세웁니다. “열심히 살아라, 시간이 없다”고 강요하죠.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기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또는 무기력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세상이 요구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미 빈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건강하게, 더욱 오래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 무용해 보이는 시간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 순간이 우리를 무기력에서 구해줍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빈틈이 주는 위로, 그 시간을 위해 오늘 자신에게 작은 빈틈의 시간을 선물해 보세요.


■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https://www.asianfamilyservices.nz/546204439750612.html  

(한국어 서비스) 혹은 asian.admin@asianfamilyservices.nz / 0800 862 342 “내선 2번을 누르세요”로 연락주세요

감정의 벽을 넘는 대화의 기술

댓글 0 | 조회 208 | 2025.11.11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특히 상대가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이 폭발해 대화가 곧 싸움으로 번질 때 우리는 깊은 … 더보기

청년층과 도시 거주자의 정신건강 위기 심화

댓글 0 | 조회 264 | 2025.10.15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Asian Family Services, AFS)는 2025년 전국 아시아인 정신건강 및 웰빙 조사를 통해,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내 아시아… 더보기

함께 채우는 삶, 지속되는 웰빙

댓글 0 | 조회 244 | 2025.09.24
2025년 정신 건강 인식 주간(Mental Health Awareness Week, MHAW)은 10월 6일부터 10월12일까지 “함께 채우기(Top Up To… 더보기

2025 도박 피해 인식 주간

댓글 0 | 조회 300 | 2025.08.27
뉴질랜드에서는 매년 도박 피해 인식 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GHAW)이 진행됩니다. 이 캠페인은 도박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더보기

Asian Hauora Day

댓글 0 | 조회 418 | 2025.08.12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에서는 2025년 8월30일(토)과 10월18일(토)에 2025 Asian Hauora Day를 개최합니다. 아시안 하우오라 데이는 아시아 지… 더보기

건강하게 화 다루기

댓글 0 | 조회 320 | 2025.07.08
화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반복되는 좌절을 겪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화가 납니다. 화… 더보기

왜 우리는 감정을 말하며 살아가야 할까?

댓글 0 | 조회 485 | 2025.06.11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기쁨, 분노, 불안, 외로움처럼 감정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존재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542 | 2025.05.13
2025년 5월 16일 금요일, 핑크 셔츠 데이는 아오테아로아 전역에서 괴롭힘에 맞서 연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날 분홍색 티셔츠를 입는 … 더보기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573 | 2025.04.09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자녀와의 갈등, 공감으로 풀어보세요!

댓글 0 | 조회 593 | 2025.03.11
“환경을 바꾸면 학교에 잘 다닐까 싶어 이곳에 왔는데, 학교에 가지 않고 방 안에만 있으니 답답합니다.” “오늘은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힘들겠다고 하네요. … 더보기

현재 빈틈 선물하기

댓글 0 | 조회 416 | 2025.02.12
성인들의 무력감에 대한 세계적인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관련된 정신건강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 더보기

정신 건강의 면역력, 행복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387 | 2025.01.14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성공적으로 지키는 비율은 단 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더 나은 삶, 더… 더보기

방학, 자녀와 함께 건강한 게임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댓글 0 | 조회 601 | 2024.12.03
방학이 되면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나곤 합니다. 게임은 즐거운 오락 활동이 될 수 있지만, 일부 게임의 설계와 사용 습관은 도박과 유사한 위험 요…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839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564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은 매년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더보기

Asian Hauora Day

댓글 0 | 조회 1,043 | 2024.08.14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에서는 2024년 9월6일과 10월18일에 Asian Hauora Day를 개최합니다. 아시안 하우오라 데이는 아시아 지역 사회의 안녕을 증진… 더보기

제발 잠 좀 자자!

댓글 0 | 조회 964 | 2024.07.10
백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숲 속의 공주님은 시간이 아까워 바쁘게 지냈습니다. “백 년 동안이나 자다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공주님은 인터넷으로 뉴… 더보기

Incredible Years Program

댓글 0 | 조회 857 | 2024.06.11
결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대학교에서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교과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왜 이런 과목을…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1,495 | 2024.05.15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셔츠데이(Pink Shirt Day) 입니다. 핑크셔츠데이는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근절하고자 만든 날입니다. 뉴질랜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1,047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1,001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갈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보면서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더보기

자신을 위한 용서

댓글 0 | 조회 806 | 2024.02.14
요즘 SNS를 통해 보여지는 개개인이나 가정들은 늘 행복하고 부족함없고 삶을 즐기고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과 전화상담

댓글 0 | 조회 959 | 2023.12.13
기술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대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해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방법이 희망적이고 편리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보기

동양인들을 위한 NGO의 행사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1,168 | 2023.10.10
정부에서는 많은 비영리 법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그 동안 동양인 커뮤니티들을 위한 지원들은 다른 인종그룹들에 비해 저조했었고 미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지… 더보기

정신건강 인식 주간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댓글 0 | 조회 1,143 | 2023.09.18
정신건강 인식 주간은 뉴질랜드인들이 자신의 웰빙을 증진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마다 시행되는 캠페인이다. 1993년 많은 사람들이 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