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0 개 1,108 명사칼럼

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7,000명을 학살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분노하여 황제에게 공식 참회를 요구하고 성당 출입을 금지했다. 황제는 이를 무시하고 부활절에 성당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주교는 성당 문 앞에서 황제를 몸으로 막았다. 몇 달 지난 성탄절에 황제는 다시 성당을 찾았지만, 주교는 이번에도 황제를 막았다.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결국 시인하고 땅에 엎드려 용서를 청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된 지 불과 70여 년 만에 생긴 일이다. 교회는 국가 폭력에 침묵하지 않았고, 권력자에게 비굴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구조하지 않아서 생겼다면, 이태원 참사는 예방하지 않아서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능과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유가족과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는가.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한 적 있는가. 테오도시우스 황제처럼 땅에 엎드려 참회한 적 있던가. 참사 2주가 지나도록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는 정권 인사가 한 사람도 없다. 희생자 명단을 정권은 왜 밝히지 않는가.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에서 추모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시민에게 침묵의 애도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추모가 가능하겠는가. 


11월 2일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가 있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번 참사를 통해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 아픔을 통해 더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또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그렇게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추모 미사가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을 언급할 자리인가. 적절한 말씀이라고 보기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이었다면, 그렇게 비겁하게 말했을까. 가톨릭에서 세례받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신을 끊으라고 정순택 대주교는 요구한 적 있는가. 미신에 빠진 사람이 성당 출입하는 행위는 신성모독 아닌가. 


4세기 테오도시우스 황제와 암브로시우스 주교, 21세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종교 지배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참사 이후 불교, 개신교, 가톨릭 종교행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교와 신도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종교를 통치 기구중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종교 지배층을 피의자 다루듯 하지는 않는가. 불교, 개신교, 가톨릭을 순시하면서 신도들과 종교 지배층을 조용히 하라고 협박하는 듯하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지배층이 윤석열 대통령을 대하는 자세에도 문제가 많다. 종교 지배층은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적 있었던가. “예 할 것은 예,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마태복음 5,37) 하고 있는가. 종교 지배층은 유가족을 만나거나 참사 현장에 가 본 적 있는가. 시민과 희생자들과 가까이 하기보다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어울리려 애쓰지 않는가. 가난한 사람들과 희생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닭벼슬보다 못한 종교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까이 하다가 망가지지 않은 종교인 없었고, 시민과 희생자들과 가까이 하면서 회개하지 않는 종교인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배층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믿음도 얻지 못하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온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사람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배층은 자신들이 왜 사랑받지 못하고 믿음을 얻지 못할까 불평하지 말고, 사랑받고 믿음을 얻을 만한 행동과 말을 해왔는지 반성하라. 무한 권력을 휘두르고 무책임한 권력자는 사람 마음을 얻을 수도 없고, 오래 버틸 수도 없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종교 사전에 중립이란 단어는 없다. 희생자 앞에서 중립 노래를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느님, 저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지하니를 돌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가슴 울리는 이 말을 윤석열 대통령과 특히 종교 지배층에게 들려주고 싶다. 종교인은 정치권력의 경호실장이 아니라 희생자의 변호사 아닌가. 종교 지배층은 스스로 종교 지도자라고 착각하지 말라. 종교 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라는 포이어바흐 말을 잊지 말라. 


언론이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언론이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시민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력을 구경하거나 한탄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할 것이다. 시민들은 정치권력과 종교권력 뿐 아니라 언론을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많은 시민이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언론 민들레>가 오늘 탄생한다. 민들레는 독일어로 사자 이빨이란 뜻을 갖고 있다. 시민의 간절한 심정을 존중하고 받들어, 시민언론 민들레는 정치권력과 종교 지배층의 무능과 잘못을 사자 이빨로 물어뜯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사람 마음을 얻고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41c68a8d7fc59fa7e17262892e2ad33c_1705456300_5506.png
 

■ 김 근수 


역사연구가.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광주 가톨릭대학 2학년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로메로Romero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로 떠나 UCA 대학교에서 소브리노J. Sobrino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독일에서 배운 성서신학의 학문적 연구성과와 남미 해방신학에서 배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존중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다. 해방신학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교황과 나』, 공저로 『교황과 98시간』, 옮긴 책으로 『해방자 예수』가 있다.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21 | 2025.11.26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아이를 낳지 않는 한국의 청년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댓글 0 | 조회 573 | 2025.07.23
▲ 6월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저는 며칠 전에 루마니아의 클류즈에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젠더 의식, 젠더 관계의 역사에 대해 특강한 적이… 더보기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산

댓글 0 | 조회 759 | 2025.03.12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1천킬로미터 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양쪽 군인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푸틴과 트럼프 … 더보기

이 시대의 야만을 응시하는 법

댓글 0 | 조회 616 | 2024.12.18
▲ 왼쪽부터 이연식의 ‘다시 조선으로’, 조형근의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지난여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학의 역할에 관한 서한을 발표했다. 각기 … 더보기

평화, 놀랄 만큼 많이 주는 행복 에너지

댓글 0 | 조회 574 | 2024.12.04
▲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에 온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 그는 “평화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서울 은평구에서 주관하는 이호철… 더보기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637 | 2024.11.20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680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658 | 2024.09.25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774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에서도 노래하지 않았던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프로그램 갈무리지… 더보기

종교 언론은 부패한 세상 소금이 되어야

댓글 0 | 조회 649 | 2024.07.23
엘살바도르 유일의 공정 언론이었던 로메로 대주교의 방송1932년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독재정권에 저항한 농민 약 3만 명이 살해당했다. 그후 군사독재정권이 무려 6… 더보기

베드로의 거짓말, 언론의 거짓말

댓글 0 | 조회 749 | 2024.07.10
수백 년 동안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의 빛을 주겠다며 나타난 인물 가운데 예수가 있다. 그런데, 예수는 제자들을 잘못 뽑았던 탓에, 결국… 더보기

‘큰 북한’으로 변해가는 러시아

댓글 0 | 조회 894 | 2024.06.11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페이스북은 북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차단돼 있지만,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여전히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한다. 이 계정을 오랫동안 열심히 보면서…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1,385 | 2024.05.29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1,043 | 2024.05.14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고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지난 4월20일 오후에는 2023년 12월18일 세상을 뜬 재일 디아스포…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1,48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71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952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1,085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2,115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관료주의의 무능, 권력자의 광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 - <서울의 봄>이 상기시키…

댓글 0 | 조회 839 | 2024.01.31
공허한 권력의 실체이 영화 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 시작하고 싶다. 반란 성공이 확실해지고 수괴 전두광 장군(황정민)은 일행과 함께 본부로 돌아가려다 혼자… 더보기
Now

현재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댓글 0 | 조회 1,109 | 2024.01.17
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 더보기

한해를 되비추는 예술의 힘

댓글 0 | 조회 882 | 2023.12.22
▲ 영화 ‘괴물’. 미디어캐슬 제공12월의 첫 주말, 저녁 산책을 하며 한해를 되돌아보니 무엇보다 대립과 증오로 넘친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구촌 두곳… 더보기

선한 마음 사이로도 차별이 샐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26 | 2023.12.13
▲ 단편 영화 ‘빠마’의 한 장면으로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니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글교실에서… 더보기

‘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댓글 0 | 조회 979 | 2023.11.29
▲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874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