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0 개 3,565 KoreaTimes
                                                - 큐미오의 미스터리 -

  이민와서 제일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는 질병이다. <작년 3월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큐미오의 F라는 중국인이 침을 잘 놓는다고 했다. 감 농장 쪽으로 주소만 들고 어렵게 찾아 갔다가 무척 놀랐다. 간판, 문패, 화살표, 출입구 등 아무런 표식이 없었고 병실도 제대로 갖춰 있질 않았다.

  마구간을 개조한 것과 같은 건물(하긴 예수님도 마구간에서 태어났으니 이건 이해한다 치더라도)에 접수 창구도 간호사도 대기실도 없었다. 신발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 문을 열어 보니 여기저기 침대들이 놓여 있고 각양각색의 환자들이 그 위에 산발적으로 누워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불결하다'는 인상이 짙게 풍겨 나왔다. 도처에 피 묻은 솜들이 널려 있고 어디 하나 편한 눈길을 줄만큼 깨끗한 곳이 없었다. 워낙 더러워서 거부반응이 일었지만 어쨌든 '잘 고치기만 하면 참을 수 있겠다' 싶어 죽은 듯 다녀보기로 했다. 환자의 70% 정도는 한국 사람들로 보였는데 학생, 청년, 노인 그리고 BMW를 타고 온 부티나는 아줌마들도 더러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그것도 오전만 진료한다는데 한 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10분 정도 간격으로 연신 환자들이 들어 오는데 이상하게도 침 놓는 부위가 감기 환자건, 척추 환자건 비슷해 보였고 진료비 또한 남녀 노소, 병명 불구 무조건 현금으로 $30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호황인지 양쪽 주머니에서 현금이 삐져 나올 정도로 빵빵했고, 간호사도 없으니 한편으로는 돈을 직접 받고, 한편으로는 침을 놓고 있었다.  

  세 번째 갔던 날은 자리가 없어 건넌방으로 가라고 해서 들어 갔는데 다닥다닥 붙은 침대 세 개중 두 개는 이미 아줌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민망하게도 엉덩이 반쯤까지 옷을 끌어 내린 채 허리춤부터 침을 찔러 꽂은 채로 있었다. 눈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아예 눈을 감고 한참을 기다리며 누워 있자니 벼라별 공상이 다 들었고 이런 곳에서 꼭 이렇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여하튼 의료기관 치고는 참으로 희안한 곳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 달 정도 다녔으나 나한텐 궁합이 안 맞는지 별 차도를 느끼지 못해 그만 두었다.> 이민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었다.

  일 년 가까이 괴롭히던 팔과 어깨가 낫고 보니 허리에 또 이상이 생겼다. 요새는 골프도 못하고 특별히 허리 쓸 일도 없는데 웬일일까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달간 신나게 시골 생활을 즐긴 것이 화근인 듯 싶었다. 작년 12월 교외로 이사 온 후로 잔디 깎고, 나무 심고, 톱질, 도끼질 한 것이 누적이 된 것 같다. 풀 뽑고, 나무 심으며 '양촌리 전원일기'를 생각했고, 도끼질 하면서 '7인의 신부'를 회상하는 동안 반 년이 훌쩍 지나 겨울로 들어 선 것이었다.

  어쨌거나 아프면 고민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병원 가기를 겁내고 꺼려 했었다. 주사 맞는 것도, 아침 굶고 피 뽑는 것도 싫었다. 더군다나 이민와서 병원을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코 큰 의사를 어떻게 대할지 겁부터 났다. 이럭 저럭 3-4주 고생하는 중에 수 많은 지인들의 조언을 들었다. 열이면 열, 만나는 사람마다 다 의사이고, 모두 처방이 달랐다. 그러는 동안 한의사로부터 침도 맞았고, 친구가 사 온 약을 바르기도 하고, 이웃 사촌의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M 사장님의 수지침을 맞기도 하고,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 조금씩 도움이 되었겠지만 완쾌 되지는 않았다. 한국 같으면 최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이나 한의원을 쉽게 찾아 갈 수 있을텐데 제한된 선택이 우리를 서럽게 한다.  

  <한 두 달 전 60대 초반의 교민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교류는 거의 없었지만 아는 사람이었고 부부가 다 성실하게 살아 온 분들이었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 동안 몇 가지 증상이 있었지만 본인이 워낙 과묵한 성격이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다 보니 암이 말기까지 이르고 온 몸에 독이 퍼진 모양이었다. 이민 생활에서는 특히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도 없는데 그렇게 같이 지내다가 어느 한 쪽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겠는가!>

  전기 장판에 허리를 지지며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민 와서 제발 아프지는 말아야겠지만 일단 아프면 본인은 엄살을 심하게 피우고, 주위에 최대한 광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본인보다 가족이 나서야 한다.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 아니면 주위의 그 누군가라도 서둘러서 병원이든, 한의원이든, 억지로라도 끌고(모시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돈 생각하고, 영어 생각하고, 절차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자칫 부(富)도, 행복도, 가장 중요한 인생까지도 놓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아픔은 슬픔을 낳는다"는 사실을--

[381] 행복한 남쪽나라

댓글 0 | 조회 4,090 | 2008.05.27
우리는 그렇게 '행복한 삶'을 꿈꾸며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왔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모든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잡(job)을 못 구해서… 더보기

[380] 지혜만이 살길이다

댓글 0 | 조회 3,033 | 2008.05.13
한국은 AI 확산과 광우병 논란으로 전국이 뒤숭숭하다. 페스트 이후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 되는, 가장 심각한 3대 재앙으로 에이즈와 AI(조류인플루엔자) 그리고 … 더보기

[379] 꿀비가 내렸어요

댓글 0 | 조회 3,625 | 2008.04.22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단비라 칭하기엔 뭔가 2% 부족한 것 같아 아예 꿀비라 부르고 싶다. 그렇게나 목 마르게 기다리던 비인데, 몇 일을 계속해서… 더보기

[378] 쟌다르크의 후예와 007 할아버지

댓글 0 | 조회 3,897 | 2008.04.08
'문화의 차이' -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명제이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은 희랍어 '민중'(Demos)과 '권력'(… 더보기

[377] 터널 속으로

댓글 0 | 조회 3,769 | 2008.03.26
이젠 자전거 타고 다녀야 할 판이다. 14년 전 막 이민 왔을 때 자동차 연습을 위해 한 밤중에 '퀸 스트리트'에 나가곤 했었다. 모든 것이 생소한 데다, '라운… 더보기

[376] 상대적 불행

댓글 0 | 조회 4,024 | 2008.03.11
고속도로에서 심한 정체 속에 차가 기어 가고 있을 때 옆 차선보다 조금 빨리 빠지는 선에 있으면 왜 그렇게 행복한지. 그래 봐야 1-2분 차이일 텐데도 옆 차 보… 더보기

[375] 선택(選擇)

댓글 0 | 조회 3,141 | 2008.02.26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권 즉 ‘자유의지(自由意志)’를 주셨다. 지금 세상은 온통 선택의 갈림길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놓고 흑인 출신의 ‘버락 오바마’와 영부… 더보기

[374] 고양이가 남긴 것

댓글 0 | 조회 3,133 | 2008.02.12
'다롱이'가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고양이는 싫어하고, 개를 좋아한다. 교민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를 더 선… 더보기

[373] 승리(勝利)의 길

댓글 0 | 조회 3,692 | 2008.01.30
인생에는 영원한 승자(勝者)도 패자(敗者)도 없다. 승리의 화신(化身)이었던 '카이자르'는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인생의 막을 내렸다. 한편 조선 제22대 임금 이산… 더보기

[372] 산뜻한 출발

댓글 0 | 조회 3,477 | 2008.01.15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Janus' (야누스)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Janus'(영어식 발음:제이너스)는 두 얼굴을 가진, 문… 더보기

[371] 초록마을에서 희망을 본다

댓글 0 | 조회 3,876 | 2007.12.20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곳에서 찾는 소박한 소망일 뿐이다. 지난 11월 9일 아침 TV3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Rachaelray'라… 더보기

[370] 그린 크리스마스(Green Christmas)

댓글 0 | 조회 3,444 | 2007.12.11
이민 와서 제일 속상한 것 중의 하나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커녕 한 여름에 맞는 크리스마스는 이질감을 더해 주거나… 더보기

[369] 그림이 좋아야 한다

댓글 0 | 조회 3,301 | 2007.11.27
멋진 광경이나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 흔히 "그림이 좋다"고들 말한다. <주한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몇 차례 초대 받아 간 적이 있었다. 한 번… 더보기

[368] 바람난 물개들

댓글 0 | 조회 3,961 | 2007.11.12
바람난 물개들은 수영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모임을 잘 만든다. 출신지나 출신학교에 따라, 동호인끼리 등. 나 역시 여러 모임에 속해 있었고 특… 더보기

[367] 왜 우리는 튀어야만 하는가

댓글 0 | 조회 3,428 | 2007.10.24
튀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는 여지 없이 한국인들이다. 지난 주 교민지들은 '노스쇼어타임즈 여론광장'에 한국인에 대한 온갖 비하성 발언이 계속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보기

[366] 아버지와 만년필

댓글 0 | 조회 3,726 | 2007.10.09
'있을 때 잘 해'라는 드라마도 나오고 노래도 나왔다. 미국계 회사원인 큰 애는 여유가 있는데 E회사에 다니는 둘째는 "싫컷 잠 좀 자 봤으면-"이 소원일 정도란… 더보기

[365] 민중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3,383 | 2007.09.25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못하면 '민중의 곰팡이'가 되기 쉽다. <다운타운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는 공식 출입문이 여섯개 있다. 그중 서쪽으로 나… 더보기

[364] 병천순대

댓글 0 | 조회 3,874 | 2007.09.11
WHO(세계보건기구)가 2007년 5월 18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7'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남75세, 여82세)로 나타나 세계 194개국 가… 더보기

[363] 여자와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3,873 | 2007.08.27
여자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누군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설파했다. 또 누군가는 말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개구리 뛰는 방향과 여자의 마… 더보기

현재 [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댓글 0 | 조회 3,566 | 2007.08.14
- 큐미오의 미스터리 - 이민와서 제일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는 질병이다. <작년 3월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큐미오의 F라는 중국인이 침을 잘 놓… 더보기

[361] 현지화는 괴로워

댓글 0 | 조회 3,259 | 2007.07.24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1620년 영국과 네덜란드를 떠난 102 명의 Puritan(청교도)들은 Mayflower호를 타고 66일간의 긴… 더보기

[360] 적성(適性)과 적응(適應) 그리고 조화(調和)

댓글 0 | 조회 3,034 | 2007.07.09
IQ가 사람마다 다르듯 적성(適性:Aptitude)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사뭇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든다. 나는 살아 오면서 비교적 재… 더보기

[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댓글 0 | 조회 3,268 | 2007.06.25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예의지국은 모르겠으나 조용한 나라는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더보기

[358] 돈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댓글 0 | 조회 3,145 | 2007.06.12
돈이 너무 없어도 불쌍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쓸 줄 모르는 사람 또한 불쌍하다. < 20대 초반에 논산에서 단 돈 5천원으로 상경한 P라는 친구가 있었다. … 더보기

[357] 정(情)과 의리(義理)

댓글 0 | 조회 3,380 | 2007.05.23
한국인의 특장점은 '정(情)과 의리(義理)' 였다. 현지화에 방해 되고 알량한 영어나마 퇴보할까봐 한국 TV를 전혀 보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