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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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일

rosenz
0 개 550 김성국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여름 지내고 편히 쉬려는 낙엽을 밟고 지난 다닌 일.


넓은 방을 가졌지만 더 이상 콩기름 바른 장판 냄새를 잃어버린 일.


성스러운 거룩함을 찾다가 부드러운 인간미를 잃어버린 일.


지붕 위로 솟는 fireworks 불꽃은 바라보면서 지붕 위 보름달 쳐다보기에는 무심한 마음.


저마다의 키로 달린 처마 끝 고드름은 서로 크기를 자랑치 않고 다정한데 

그중 가장 큰 것을 고르던 일찍부터 욕심에 물든 마음.


몸값 높은 선수들의 프로야구를 즐기면서 벼 벤 논에서 

친구들과 즐겁던 찜뽕놀이를 잃어버린 일.


거미의 보금자리인 것을 생각지 않고 풀꽃 사이 거미줄을 거둬 치운 일.


겨울의 꽃 대궐 잔치 중인 줄 모르고 나뭇가지에 쌓인 흰 눈을 흔들어 털어버린 일.


풍성한 간식을 먹게 되었지만 누룽지의 구수함을 잊어 버린 일.


동네에 온 가설극장 천막 아래로 몰래 기어들어 가고 싶던 잃어버린 호기심.


다방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어른이 빨리 되기를 바라던 철부지 마음.


이제는 한 살 줄었다며 “윤석열 나이”에 좋아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마음.


이제는 골라 쓰게 된 여러 개의 우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대나무 우산살 부러진 비닐우산을 쓰고 

부끄러워하던 사춘기 마음.


자동차로 오가서 비 한 방울 맞지 않게 되면서 비에 흠뻑 젖은 몸을 닦아 주던 어머니의 떠나가신 손길.


골고루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잠들게 되었지만 이불 들추면 시커멓게 탄 

아랫목을 잃어버린 일.


단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몸이 되고 보니 왕사탕 깨물어 나눠 먹던 친구를 

오랫동안 잊고 지낸 일.


똑똑한 밥솥으로 편히 밥을 짓게 되었지만 성냥불 그어 불씨를 만들던 아궁이를 잃어버린 일.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하는 줄 아는 깊은 부부가 마침내 되었지만 둘이 처음 손잡던 그 짜릿함을 잊어버린 일.


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를 잡아 주어야 할 친구가 더 이상 없어도 되는 일.


고급 가죽 찬송가를 들고 부르면서 오래된 괘도에 가사만 쓰인 찬송 부르던 날을 잃어버린 일.


값비싼 향수 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몸에서 나는 그윽한 냄새를 잃어버린 일.


지금 그 시절의 방식으로 살기에는 불편하지만

그리움으로 남아 아름다움이 되었습니다.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9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203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묵상

댓글 0 | 조회 177 | 2025.11.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어둔 밤보다 더 진한여름밤 풀 냄새 맡으며예배가 끝나 어머니 손 잡고집으로 돌아가던 어린 날가슴은 무엇인지 모를벅찬 것으로 올라 있었고내 영… 더보기

목회를 마치며

댓글 0 | 조회 443 | 2025.10.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작은 교회에서주일학교 반사를 시작했는데그 아이가 이제그 길의 끝에서 목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이제부터는 재미있게성경을 읽… 더보기

추석 아침에

댓글 0 | 조회 221 | 2025.10.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이 다가오면아들에게 새 옷 입히려시장 값싼 옷 가게에발길 멈춘 어머니였습니다가난한 목사 아내의 지갑에는텅 빈 바람이 먼저 잡히고아직 자라… 더보기

조금만 더

댓글 0 | 조회 228 | 2025.09.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정수리 머리카락이조금만 더 풍성했더라면걷다가 머리카락이바람에 날려도 좋겠지검은 얼굴이조금만 더 하얘져 있다면근심 섞인 얼굴도늙은 배우의 표정… 더보기

아내가 무섭다

댓글 0 | 조회 1,087 | 2025.09.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좋아하는 노래인데가사 하나 때문에부르기 주저되는 노래가오늘은 먼 길 여행자동차 안에서 들려져말없이 듣습니다아내가 내 마음 어떻게 알았는지어디… 더보기

이런 목사가 되고픈

댓글 0 | 조회 758 | 2025.08.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 철 농사지어 차에 싣는 날예배에 오지 못한 교인이마음 죄스러워 하는 것 알아하나님도 천지창조 하실 때무척 바쁘셨다며 감싸주는 마음어느 날… 더보기

식물도감을 사들고

댓글 0 | 조회 458 | 2025.08.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헌책방에서 산식물도감을 펼쳐 드니책장마다 색은 바랬어도꽃들이 어디 헌 책 새 책가리면서 예쁘던가늘 보아서 눈에 익어도이름을 찾아 알려 하지 … 더보기

내 고향 겨울

댓글 0 | 조회 271 | 2025.07.2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고향에는쩌렁 얼음강 울리고젖가슴 같은 초가 지붕위로소복히 눈이 쌓여어느 집 노인의 밭은기침 덮어 주었다짧은 겨울 볕으로데워진 골목에서달력… 더보기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댓글 0 | 조회 654 | 2025.07.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마지막 항암 주사를 마친 그해의 칠월그 기간을 잘 이겨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달리 방법이 없어 견뎌야 했을 뿐입니다내 믿음 보고 주님이 살려… 더보기

달이 뜬 타카니니

댓글 0 | 조회 664 | 2025.06.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무슨 일이 있나요달이 뜬 동네가 고요합니다이 말 못할 황홀함은나 혼자 알고 싶은데창 넘어 내다볼 누군가 있을 것 같아나도 숨소리 낮추었습니다… 더보기

어디 있나요

댓글 0 | 조회 484 | 2025.06.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검정고무신 신은 맨발 등 위로동그랗게 먼지 때가 낀 아이학교 소풍날 노래자랑 위해날계란을 깨어 먹던 아이조회 시간이 길어지길 바라며교실 지키… 더보기

가을은

댓글 0 | 조회 304 | 2025.05.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어둔 밤 실내등 환한 버스에듬성듬성 앉은 사람들 보여나도 거기 한 사람이고 싶어지는외로움도 부러운 계절차가운 새벽공기에두툼히 입고 목도리 두… 더보기

내 친구 목사

댓글 0 | 조회 1,026 | 2025.05.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친구 목사는 요즘잠들기 전막걸리를 먹는다고 고백한다그것도 아내와 함께뒤로 넘어질 뻔누구보다 정결한 부부인데두 사람 걸어 온 향기를 아는데… 더보기

고백

댓글 0 | 조회 590 | 2025.04.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일예배 후 집에 와오늘의 설교 원고를가로로 한 번 세로로 또 한 번찢어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외우고 또 외우느라버스 안에서도주일 아침에는 화… 더보기

소풍처럼

댓글 0 | 조회 405 | 2025.02.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소풍 끝내는 날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다는시인의 시구를성경 말씀인양책상에 붙여 놓고 살아왔다몸 아파보니 부끄러웠다못다 한 일에 미련 남고이루어야 … 더보기

기다려보고 싶다

댓글 0 | 조회 692 | 2025.02.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이제는 기다려보고 싶다약속다방에서 만나자접은 쪽지 전하고는문 열릴 때 마다 설레는데무심한 척 펼쳐 놓은 책은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곧 … 더보기

설날 떡국

댓글 0 | 조회 582 | 2025.01.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빨간 다라이에 불린 쌀머리에 인 어머니 따라줄 서서 기다리던설날 다가오는 삼거리방앗간문 밖 추운 데로 새어나가하늘로 흩어지던가래 떡 하얀 김… 더보기

새해

댓글 0 | 조회 373 | 2025.0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신선한 각오 품고맞아야 한다는 생각더 이상하지 않습니다매양 새해 다짐을 했지만변변한 것 없이여기까지 왔습니다그저 한 번씩어려움 견디고 가다 … 더보기

12월은 크리스마스

댓글 0 | 조회 438 | 2024.12.1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왜 이제는무릎 높이만큼 눈이 오지 않을까성탄 연습 가는 길은흔들리며 오는 눈을혀로 받으려다가콧잔등에 앉는 설레는 길이었다반짝이지 않아도색종… 더보기

현재 미안한 일

댓글 0 | 조회 551 | 2024.12.0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름 지내고 편히 쉬려는 낙엽을 밟고 지난 다닌 일.넓은 방을 가졌지만 더 이상 콩기름 바른 장판 냄새를 잃어버린 일.성스러운 거룩함을 찾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521 | 2024.11.2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기분 좋은 날

댓글 0 | 조회 800 | 2024.10.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성경과 도시락을 동시에 펼쳐 읽고 먹으면서말씀과 도시락 어느 맛에 기쁜지 구분이 안 될 때.몸에 남은 수술 자국을 보며 잘 견뎌낸내가 자랑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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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889 | 2024.09.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싸준노란 도시락 반찬계란말이에 목이 멘다가난한 목사의 아내는아들 학교 도시락에계란부침 하나얼마나 넣어 주고 싶었을까어머니의 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