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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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극복의 날

0 개 341 박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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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증상이 있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시로 읊은 이생진(李生珍) 시인이 향년 96세로 지난 9월19일 서울에서 별세했다. 192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난 2018년 구순(九旬)을 맞아 시집 ‘무연고’와 특별 서문집, 산문집(작가정신)을 동시에 선보이도 했다. 상화시인상(2001)과 윤동주문학상(2002)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시낭송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낭송시가 이생진 시인의 <아내와 나 사이> 작품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아내와 나 사이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내와 나 사이>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가면 살다가/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우린 너무 먼데서 살았습니다.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이다. 올해 캠페인 주제는 ‘치매와 알츠하이머에 대해 질문하세요’(Ask about dementia, Ask about Alzheimer’s)이다. 이는 여전히 치매를 노화의 정상 과정으로 오해하는 일반대중(80%)의 낮은 인식 수준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지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치매는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암(癌)보다 더 두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대한치매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성인 응답자의 90%가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는 제18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행사를 9월 19일(금) 오전 9시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기념식에는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직접 성화 봉송 릴레이에 참여해 치매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또한 치매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당사자 25명에게 ‘치매동행 희망대상’을 수여했다.


오세훈 시장은 기념식에서 “여러분 지금 서울에는 약 16만여 명의 치매 어르신들이 함께 살아가고 계십니다. 서울시는 이분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천만 시민 기억신고 프로젝트로 인식을 높이고, 조기 검진과 치료비 지원으로 부담을 덜며, 기억키움학교와 가족교실로 환자와 가족의 일상까지 든든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치매와 동행히는 모든 분께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서울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어르신과 가족분들의 곁을 끝까지 지켜드리는 도시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과 주변인의 돌봄 부담,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 2023년 기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원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에 소요되는 국가치매관리비용은 약 24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2070년에는 약 215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한국형 치매 선별 검사(KDSQ: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이다. 만 60세 이상 대상 인지기능장애 평가 도구이며, 다음 15개 질문에서 아니다(0점), 가끔 그렇다(1점), 자주 그렇다(2점)으로 점수를 매겨, 6점 이상이면 ‘경도인지장애’로 보고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한다.


▲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를 잘 모른다. 

▲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어려워 머뭇거린다. 

▲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 예전에 비해서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 세탁기, 전기밥솥 등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 

▲ 예전에 비해 방이나 집안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한다. 

▲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가기 어렵다. 

▲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 치매 치료 패러다임(paradigm)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즉, ‘치매 씨앗’ 조기 발견과 치료로 속도전이 붙고 있다. 치매 단계로 오면, 증상을 낮추는 치료 방식에서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에서 치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찾아내 적극적인 약물 치료로 치매를 막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마치 암이 될 가능성이 높은 병소(病巢)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적으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처럼 치매 유발 물질에 달라붙어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오고, 배타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알 수 있는 아밀로이드 PET-CT가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도인지장애 상태의 환자에 대한 항체 치료가 활발히 진행되어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본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가 발병하기 10-15년 전부터 뇌에 베타아밀로이드(Amyloid-Beta)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이며 시작된다. 이 단백질은 뇌 신경세포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고 뇌세포를 죽게 한다.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되면, 방사선 노출을 피하며 검사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CSF 검사, Cerebrospinal Fluid)’를 권장한다.


AI(인공지능)와 바이오 기술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 혈액검사로 가능한 조기 진단기기,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또한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백신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과 치매를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두 질환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서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복합적으로 앓는 사람일수록 치매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이상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단일 질환자보다 치매 위험이 4배, 세 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는 11배까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뇌 내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해마와 전두엽 등 뇌 부위의 위축, 뇌혈류 감소와 같은 신경학적 변화를 수반한다. 이 변화가 지속되면 뇌가 스스로 기능을 회복하는 회복력(신경가소성)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손상이 누적될 경우, 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능, 기억력, 판단력 등이 급격히 저하되며 결국 치매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때 체내에서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는 생존 반응을 도와주지만, 장기적으로 과잉 분비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위축과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은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이는 다시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운동이 뇌 건강에 좋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걷기요령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그 기준은 일주일에 360분, 고강도로 걷기이다. 단순 산책이 아닌, ‘고강도 걷기’라는 점이 핵심이다. 고강도 걷기는 뇌혈류 개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번에 규명된 360분/주 기준은 일주일에 6일, 하루 1시간 정도 빠르게 걷는 수준이다.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으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이 과정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뇌혈류 감소인데, 고강도 걷기는 이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빠른 걸음으로 숨이 차고, 심박수가 올가가는 수준의 걷기는 전신 혈액순환을 자극해 뇌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을 늘려준다.


연구에 따르면, 고강도 걷기를 주기적으로 한 사람들은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운동을 통해 뇌 속 해마의 혈류와 신경세포 연결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 불리는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물질은 기억력 유지와 신경 재생에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치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일주일에 3번 이상의 운동, 매일 균형잡힌 식사를 하며 독서, 금연, 절주, 뇌손상 예방, 가족과 친구와의 소통, 치매 조기 검진 등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매는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우선시 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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