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토록 오만해졌을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우리는 왜 이토록 오만해졌을까

0 개 1,145 명사칼럼

 ‘가난하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다’(貧而無諂, 富而無驕).


‘논어’에서 제시된 이상적 인격의 형태다. 사실, 유교를 포함한 세계 모든 종교의 경전에는 오만함을 경계하는 문구가 들어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오만이라는 정서적 배경은 객관적인 현실 판단을 가로막고, 때로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승자’라고 판단한 사회가 오만함을 깨닫지 못해 궁극적으로 쇠락의 길로 간 사례는 세계사 속에 수두룩하다.


5875b58eaada52e0276008afd90c67eb_1694579242_5203.pn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990~2000년대 미국이 동구권의 몰락을 ‘역사의 종말’이라도 되는 양 미국식 의회주의 정치의 ‘최종적 승리’로 오판하고 발칸반도와 중동 등지에서 당시 미국 지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힘으로 강요하려고 한 것은 그 전형적 사례다. 이 오만한 오판의 대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불명예스러운 패주, 그리고 미 제국 쇠락의 본격화였다. 사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이런 오만한 오판의 범주에 속하고 시진핑 시대 중국의 공격적 외교 역시 오만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고금동서의 역사에서 제국들의 오만한 과욕은 늘 그 파멸의 문을 열어주곤 했고, 현재의 상황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중·러와 같은 제국이 아니다. 저들만큼 거대한 오만에 빠질 일이야 없을 것이다. 한데 지난 70여년 동안 세계사적으로 보기 드문 여러가지 성공을 거둔 대한민국은 최근 역사와 현실에 관한 몇가지 극도로 자기중심주의적인 담론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착각한다. 이 오만한 착각들이 결국 잘못된 현실 판단으로 이어져 나라를 그릇되게 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주된 걱정이다.


보통 한국 교과서나 언론들은 한국의 ‘기적’ 같은 산업화를 오로지 한국과 한국인의 성취인 것처럼 기술한다. 보수는 개발독재의 ‘성공’을 찬양하는 반면, 더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쪽은 죽도록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강조한다. 한데 고강도 장시간 노동은 사실 세계체제 주변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1960~80년대 국가 주도 경제개발을 시도해보지 않은 주변부 국가는 거의 없었다.


그 시도가 유독 한국이나 대만 등 냉전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에서 성공한 원인으로는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냉전’이라는 맥락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북한 등 공산국가와 접한 ‘접경지대’에 있었던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원조를 받은 나라 중 하나다. 1979년까지 받은 원조액은 146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거기에다 미국은 장기 저리 차관을 알선해주고 개발독재의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눈감아주고 선진국 시장·첨단기술에의 접근을 허용해줬다. 이와 같은 파격적 혜택의 대가는, 한국이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안보·외교적 종속이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은 ‘주권’을 양보한 대가로 상대적 ‘번영’을 산 거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걸어온 궤적은 이와 달랐다. 소련은 미국만큼의 원조도, 미국과 같은 수준의 첨단기술 이전도, 미국과 비교할 만한 거대한 시장도 북한에 제공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북한은 중·소 갈등을 이용해 이미 1960년대 초반에 소련으로부터 벗어나 명실상부한 ‘완전한 주권’을 획득했다. 물론 이는 ‘배고픈 자주’일 수밖에 없었다. 세계체제 핵심부로부터 그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었던 북한의 평균적 생활수준은, 이미 1970년대 중반 초고속 성장 중이던 한국에 추월당했다.


한데 북한의 역사 전체를 ‘실패작’인 것처럼 생각하는 많은 한국인의 오만한 의식과 달리, 북한의 근대화 프로젝트 또한 ―번영을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포괄적이며 철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핵물리학 전문가 집단과 그 집단을 재생산할 수 있는 고등교육 체계, 미사일 생산시설, 그리고 그 시설에서 사용할 정밀기계를 생산해낼 수 있는 공장 등 엄청난 규모의 기술·과학 인프라를 그 전제 조건으로 한다. 평화주의자인 나로서는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인프라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는, 비록 가난하고 억압적이지만 나름대로 선진적이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오만하게도 북한을 ‘실패한 나라’로 보곤 하지만, 북한은 어떤 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선진국’에 더 가까울 것이다.




우리에게 또 하나의 크나큰 자랑은 한류의 세계적 성공, 그리고 그 성공으로 인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 상승이다. 해외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물론 한류가 한국과 한국학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한국 대중문화 관련 강좌는 매년 수강생들을 가장 많이 모으는 교양과목 중 하나다. 최근 해외 한국학이 ‘주류’의 위치를 얻은 것은, 많은 면에서 한류의 힘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한데 케이(K)-드라마들을 전세계에 알린 넷플릭스의 경우를 보자. 넷플릭스가 지난 7년 동안 한국 작품에 1조5천억원이나 투자했다지만, 작품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에 그 작품의 지식재산권을 독점하고 있다. 결국 ‘오징어게임’처럼 세계적으로 히트 친 작품도 대부분 수익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 사실,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과의 관계에서 국내 제작자들은 하도급 업체에 불과하다. 즉, 한류가 아무리 인기 절정을 이룬다 해도 한류의 붐 역시 종속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리의 성공에 대한 환호가 아닌, 교만하지 않은 겸손의 태도다. 우리의 성공이 컸던 만큼 그 성공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대가 역시 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 성공과 불가결의 관계에 있는 대외종속 등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지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아울러, 우리와 본질에서 다른 궤도를 따라온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실패’했다는 오만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의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고,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를 더 우월한 존재로, 그리고 그들을 열등한 타자로 착각하여 그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거나 회피해서는 절대 안 된다. 독선과 오만, 국가적 나르시시즘의 끝에 쇠락과 파멸이 온다는 것을, 우리가 무엇보다 잘 기억해야 한다.


5875b58eaada52e0276008afd90c67eb_1694579317_1036.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전환의 시대』 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귀에 쏙 들어오는 가디언 비자

댓글 0 | 조회 1,243 | 2023.10.24
자녀를 뉴질랜드에서 유학시키고자 하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체류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비자가 바로 가디언 비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가디언 비자… 더보기

열무 보리비빔밥

댓글 0 | 조회 721 | 2023.10.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비벼준 열무 보리비빔밥에울컥 내 눈꺼풀이 흔들린 것을아내는 모릅니다오뉴월 뙤약볕에김 매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오늘은 까끌한 보리밥 되어목… 더보기

재채기ᆞ콧물ᆞ코막힘이 심한가요?

댓글 0 | 조회 844 | 2023.10.24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콧물.코막힘의 세 가지 주된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질환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코 밑이 헐 정도로 계속 닦아내야 하는 콧물,… 더보기

코로나(COVID-19) 그리고 패혈증(敗血症)

댓글 0 | 조회 1,140 | 2023.10.20
지난(10월 10일) 박종환(朴鍾煥) 축구감독이 체육인들의 천국환송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떠났다.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 감독이 지난 10월 7일 향년 8… 더보기

2028 대입개편 시안은 해외고 출신에게 유리할까?

댓글 0 | 조회 1,278 | 2023.10.11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인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보기

사회에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리커넥트 - 9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787 | 2023.10.11
1.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지난 9월 13일, 리커넥트는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엡섬에 있는 Elizabeth … 더보기

배가 차가운 거 같아요!

댓글 0 | 조회 877 | 2023.10.11
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821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축서사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궁금하지 않은가?우선 마음의 …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549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시골다방

댓글 0 | 조회 597 | 2023.10.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처음 가 본 다방에서가져다 주는 커피에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다방 구석에… 더보기

뱃살이 고민이신가요?

댓글 0 | 조회 603 | 2023.10.11
왠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아랫배 쏙 들어가는 초보자 5분 복근운동.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식욕이 더 좋아져 먹는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583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不惑의 秋夕

댓글 0 | 조회 487 | 2023.10.10
시인 천 상병침묵은 번갯불 같다며,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老子께서 말했다.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나는 너무 덤볐고,시끄러웠다.혼자의 추석이오… 더보기

신기술이민의 불변조항 살펴보기

댓글 0 | 조회 1,275 | 2023.10.10
새롭게 단장한 기술이민법이 지난 10월 9일을 기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18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모으고 모아야 한다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단 6점만 따게 되면 언… 더보기

동양인들을 위한 NGO의 행사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663 | 2023.10.10
정부에서는 많은 비영리 법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그 동안 동양인 커뮤니티들을 위한 지원들은 다른 인종그룹들에 비해 저조했었고 미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지… 더보기

우즈벡 겉핥기

댓글 0 | 조회 520 | 2023.10.10
우즈베키스탄에 오면서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으려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왔다. 저녁에 공항에 내려 숙소로 오는데 상당히 놀랐다. 운전이 왜 이러지? 시내의 도로는 우… 더보기

재산 관계법(PRA) 과 다수의 파트너의 관계성

댓글 0 | 조회 686 | 2023.10.10
법원의 역할은 국회의 입법을 특정 사례에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필요한 경우 입법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나 이때 공백 채우기가 국회의 입법 역할을… 더보기

Study tips: 성공적인 학습 일정 만들기

댓글 0 | 조회 466 | 2023.10.10
“너무 바빠서 깜빡했다”라는 이유로 숙제를 제출하는 것을 잊어버린 경우가 자주 있습니까?아니면 공부하려고 앉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나요?만약 이런 문제… 더보기

인간의 본래 기능을 다 찾으려면

댓글 0 | 조회 411 | 2023.10.10
외경과 연결이 안 되었다고 해서 당장 죽거나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이 원래 가졌던 기능을 다 찾으려면 외경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다들 이… 더보기

‘박쥐 여인’의 경고

댓글 0 | 조회 1,177 | 2023.10.07
통계청(統計廳, Statistics Korea)이 발표한 ‘2022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022명으로 처음 1,000명을 … 더보기

귀에서 물이나 고름이 나오나요?

댓글 0 | 조회 1,303 | 2023.09.27
중이염은 크게 화농성과 삼출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은 병의 진행기간으로 보아 다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여기에서 설명할 화농성 중이염은 쉽게 말해… 더보기

그대, 지극히 적은 소수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526 | 2023.09.27
이제 2023년의 3번째 텀이 끝나고 연말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4번째 텀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학생들은 크게 두가지의 부류로 나뉘게… 더보기

직원과 계약직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댓글 0 | 조회 1,263 | 2023.09.27
직원과 계약직을 둘다 고용하시는 중이신가요? 그들은 다르게 급여를 받고 세금이 부과됩니다.당사자가 무엇이라고 부르던, 그 설명은 결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근로자의… 더보기

​제7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수상소감 - 메도무라 슌

댓글 0 | 조회 419 | 2023.09.27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제게 수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정위원을 비롯한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소설이… 더보기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3가지 학습 전략

댓글 0 | 조회 502 | 2023.09.27
여러분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공부를 하고 나서 그 공부한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