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우려먹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홍합 우려먹기

oldfield0069
0 개 1,943 조기조

손님이 북적이는 한 중국집은 얼큰한 짬뽕을 시키면 홍합을 껍데기 채 수북이 얹어 준다. 알을 까서 넣었다면 별로 표가 안 날 것이 인심 좋고 넉넉해 보여 사람들이 찾아들게 하는 것이다. 알이라 해야 생기다 만 것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어쨌거나 껍데기만 따로 모아도 한 그릇이다. 아마 작아서 상품이 안 되는 것을 양식장에서 가져와 냉동 창고에 저장해 두고 1년 내내 내어놓는 것 같다. 남이 못하거나 안하는 것을 하는 것이 차별화고 실력이다.


10월 하순의 상강(霜降)이 지나고 11월초면 입동(立冬)이다. 겨울이 든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에 포장마차에서 시원하고 얼큰한 홍합국물을 마시는 on-tact가 기다려진다. 그러나 올 겨울엔 어려울 것 같다. 홍합을 사다가 매운 고추를 넣고 끓이면 뿌연 국물이 매콤하게 우러나오고 껍질이 벌어져 홍합 살을 먹을 수 있다. 속살이 붉다고 해서 홍합인데 그렇게 짜지 않고 싱거워 담채(淡菜)라 하던 것을 고기도 아니지만 ‘치’자 돌림의 담치로 부르기도 한다. 열합이나 합자, 섭, 각채로 부르기도 한다. 특별히, 삶아서 말린 것을 담채(淡菜)라 하는데 보관이 쉬워 국에 넣거나 밥할 때 넣어 먹기도 한다. 마른 멸치처럼 그냥 먹어도 주전부리가 된다.


6a504bf555c0565dfb36f017c4288eb9_1606164456_752.png
 

바다에 자라는 자연산 어미 홍합이 산란을 하면 많은 유생들이 떠다닌다. 이것들을 양식장에서 정착시켜 관리하는데 정작, 서너 달이면 다 자란단다. 홍합은 4~5월에 입식하면 10월 말이나 11월부터 수확하는데 바닷물에 플랑크톤 같은 영양이 많아야 부쩍 자란다. 홍합이 하루에 플랑크톤을 빨아들이고 물을 내뿜는 횟수가 몇 만 번은 족히 되도록 연신 먹이활동을 하는 것 같다. 암수가 구분되는데 암놈이 보다 흰색이고 산란 전후에는 맛이 없으니 붉은 색을 띄는 수놈이 인기다. A자로 시작하는 달 사이에는 독이 있어 먹지 말라하니 4월(April)부터 8월(August)까지이다. R자가 안 들어가는 달에 먹지 말라 해도 거의 같다.


놀라운 것은 딱딱한 껍데기를 스스로 늘여가며 홍합이 큰다는 점이다. 그 껍데기를 만드는데 영양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가 먹는 홍합 살은 빈약하고 초라해 보인다. 홍합을 까고 남는 껍데기는 골칫거리다. 부드러운 굴 껍데기는 사료나 퇴비로 쓰지만 딱딱하고 단단한 홍합의 껍데기는 쓰레기로 파묻는다. 처리에 돈이 드니 활용방안을 찾으면 좋겠다. 


홍합은 껍데기가 바위나 양식장의 줄에 붙어 자라는데 가는 털실 같은 족사(足絲, Byssus)가 나와 단단히 붙게 된다.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접착력이 있다. 이 족사를 사람들은 심지라고 부른다. 등잔에서 불을 밝히도록 기름을 빨아올리는 것이나 양초의 가운데 들어 있어 불붙는 것이 심지다. 이 족사를 만드는 성분을 추출해 혈액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뼈를 고정하는 접합제를 만들기도 한다니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지혜가 놀랍다. 최근에 국내에서 홍합이 내는 강력한 접착 단백질과 바다 갯지렁이가 단백질과 바닷물만으로 견고한 모래집을 만드는 원리를 보고 이들을 결합해 새로운 뼈 접합제 생산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있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성분이 뼈 입자 사이에서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면서 기존 접합제보다 압축강도가 몇 배나 높고 혈액에 대한 내수성 또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어의 부레는 아교질이 많아 접착제로 널리 쓰여 왔다. 소위 ‘부레풀’이다.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도깨비바늘을 보고 ‘찍찍이’를 개발한 것처럼 자연의 생물을 보고 배울 것은 많다. 영어로 Sea silk라는 말이 있으니 족사로 실을 엮어 옷감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임금님의 날개옷’ 처럼 본적은 없으나 고급이라 한다. 귀하니 그럴 것이다.



양식장에서 큰 씨줄을 치고 거기에 날줄을 줄줄이 매달아 바다 속으로 내리는데 홍합은 날줄에 붙어산다. 오래 전에는 폐타이어를 썰어 날줄로 썼지만 안 그런지 오래니 걱정할 것은 없다. 따로 먹이를 주지는 않지만 날줄의 홍합에 붙는 오만둥이나 청각, 파래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일이 성가시다. 올해는 지속된 장마로 민물이 계속 밀려들어 염분 농도가 낮아 절반 넘게 폐사했다고 한다. 거저 되는 일은 없나보다. 한여름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 적조가 발생하면 또 그 독소로 폐사하기도 한다. 생산량이 60% 정도 줄었으나 다행이도 가격은 약간 올랐다하니 그나마 본전이라도 건지면 좋겠다. 


최재천 교수는 학자들이 전공의 울타리 안에 갇혀 사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영어의 ‘consilience’를 ‘통섭(通攝)’이라 번역했단다. 통섭은 기존의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보다 그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서로 다른 학문의 개념과 방법론들을 녹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trans-disciplinary study)를 말한다. 속 풀이로 홍합 짬뽕국물을 마시다가 통섭을 생각하며 낙서 겸 메모를 해 본다. 생물학적 이야기에 사회·인문학적 스토리를 엮으면 좋겠다 싶어서다. 또 홍합으로 무엇을 더 찾아내고 어떻게 엮을 지도 흥미롭다.

‘찐’과 ‘척’의 사이

댓글 0 | 조회 2,540 | 2020.12.07
Good morning Sunday♡♡마켓에 도네이션 행사에 회사일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이네요. 눈뜨면 아침이고 어? 하다보면 저녁이기 일쑤 ㅋㅋ 덕분에 주말… 더보기

김장문화

댓글 0 | 조회 1,974 | 2020.12.05
“겨울이 오고 있다” 지난 11월 3일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선(再選)에 실패한 트럼프(Donald Trump)는 혹독한 ‘정치적’ 겨울을 맞을 것으로 … 더보기

BTS노래와 함께하는 3분 다이어트운동+요가 챌린지

댓글 0 | 조회 1,501 | 2020.12.02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어둠에 숨지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Life Goes On’ 가사의 일부입니… 더보기

월드비전 후원자, 우간다의 미래를 만나다

댓글 0 | 조회 2,036 | 2020.11.26
2017년 8월, 후원아동을 만나기 위해 모인 후원자 18명이 아프리카 우간다의 카킨도와 카삼브야 마을에 다녀왔습니다.후원 1년 차부터 24년 차, 나이는 10대… 더보기

위대함의 원천

댓글 0 | 조회 1,604 | 2020.11.25
인간은 근본적으로 문화적 존재다.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여 인간과 관계없이 존재하던 자연의 세계 위에 무늬를 그린다.무늬를 그리면서 자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인간의 … 더보기

소크라테스

댓글 0 | 조회 1,447 | 2020.11.25
최근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 대하여 관심이 갑니다. 그가 위대한 점은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지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는 위대한 말씀을 남긴 것… 더보기

오십대를 저글링하다

댓글 0 | 조회 1,801 | 2020.11.25
‘KBS 전국노래자랑’은 남편과 내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노래가 시작되면 화면 아래에는 그 사람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직업이 간략히 소개된다. … 더보기

바쁘다면 의자에서 딱 7분만!

댓글 0 | 조회 1,741 | 2020.11.25
지금 한번 목을 좌우로 돌려보실까요? 가능하다면 코로 원을 그리며 크게 돌려보셔도 좋구요. 어떤가요? 뚜둑뚜둑.. 목을 돌릴때 소리가 나거나 뻐근함을 느끼신다면 … 더보기

짝퉁성공, 명품실패

댓글 0 | 조회 2,474 | 2020.11.25
몇 년전인지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 중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시골중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 부임해 오셨습니다. 나름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자부… 더보기

웰링톤 가는 기차

댓글 0 | 조회 2,110 | 2020.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태고를 마주하며북섬의 끝자락까지 가 보자기차 밖 저 목동은교회당에 들어간 본 적 없어도미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사내다울타리 안에서손 흔드… 더보기

영어에는 없는 한국어

댓글 0 | 조회 2,701 | 2020.11.25
주변에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영어 자격증을 준비하는 직장동료들, 한국어를 익히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00는 영어로 뭐라고 해요?” “00는 영어로 어떻… 더보기

어찌 하오리까

댓글 0 | 조회 1,919 | 2020.11.25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야구다. 1970~ 80년대는 고교야구의 전성기였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동대문 야구장은 연일 만원 사례였다.… 더보기

연둣빛 행복이 움트는 목장을 가다

댓글 0 | 조회 1,915 | 2020.11.24
11월 중순 지금보다 더 포근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구월 어느 날이었다. 길을 나설 때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은 예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 더보기

꽃과 저녁에 관한 기록

댓글 0 | 조회 1,711 | 2020.11.24
시인 고 영민노을이 붉다.무엇에 대한 간곡한 답례인가.둑방에 메인 염소 울음소리가 하늘 끝까지 들렸다.배롱나무 가지엔 꽃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백일동안 붉게 핀… 더보기

소리 지르는 부모, 소리 지르는 자녀

댓글 0 | 조회 3,345 | 2020.11.24
과거에도 짜증내고 소리지르는 자녀들이 있었겠고 요즘 중 2병이라는 말도 생길 정도로 사춘기 즈음에 겪는 자녀들의 행동이나 말들을 병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게다가 … 더보기

인생 역전의 이야기들 3편

댓글 0 | 조회 2,154 | 2020.11.24
용감한 꼬마재봉사(독일)재봉사는 계속 여행을 하던 끝에 한 왕궁의 앞마당에 도착하게 되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사이 사람들이 그의 혁대에… 더보기

Mt Taranaki

댓글 0 | 조회 1,900 | 2020.11.24
마오리 전설에 의하면 친구 통가리로의 아내와 사랑을 한 죄로 고향을 떠나 그 여인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서쪽에 자리잡은 타라나키 그에겐 강렬한 끌림이 있다. 녹녹… 더보기

산전수전 공중전이 준 선물

댓글 0 | 조회 1,751 | 2020.11.24
큰애를 낳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가출했었던 그 날이 엊그제 같다. 30의 나이에 결혼하여 시집살이를 하다가 2년도 채 안 돼서 달랑 기저귀 가방 하나 들러 메고… 더보기
Now

현재 홍합 우려먹기

댓글 0 | 조회 1,944 | 2020.11.24
손님이 북적이는 한 중국집은 얼큰한 짬뽕을 시키면 홍합을 껍데기 채 수북이 얹어 준다. 알을 까서 넣었다면 별로 표가 안 날 것이 인심 좋고 넉넉해 보여 사람들이… 더보기

만성요통,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댓글 0 | 조회 1,597 | 2020.11.24
요통은 발병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법에 따라 다음 열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첫째, 신허 요통이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신허(腎虛)란 과도한 노동이나 성생활로… 더보기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월드비전의 자세

댓글 0 | 조회 2,096 | 2020.11.21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월드비전은 지금까지 70 여 개 국가에서 약 4천 3백 8십만 명을 돕고 있는 세계 최대 기관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 더보기

가황(歌皇) 나훈아 신드롬(Syndrome)

댓글 0 | 조회 2,052 | 2020.11.21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음악(music)이 육체와 영혼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미주(美洲) 대륙의 원주민들은 수 세기 동안 치료 의식에 노래를 포함시키기도… 더보기

오클랜드 경찰 다민족 리더 모임인 TMECL 가져

댓글 0 | 조회 2,144 | 2020.11.20
11월 19일 다민족 리더 모임인 TMECL(Tamaki Makaurau Ethnic Community Leaders) 모임을 가졌다. 이 날 모임에서는 최근 대… 더보기

매일 따라하면 무조건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2,501 | 2020.11.18
“얼만큼 요가하면 유연해질 수 있을까요?저같이 뻣뻣한 사람도 다리찢기가 가능한가요?”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늘 대답할때마다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유연성의 척도와… 더보기

우리들은 혹시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나요?

댓글 0 | 조회 2,690 | 2020.11.12
오랫만에 칼대신 붓을 들었다. 반성이 된다 ㅎㅎ 글쓰기를 넘 게을리했다 싶어진다.ANABADA 회원 중 한분이 오늘 드린 아침인사에 언급한 boiling frog…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