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0 개 1,442 한일수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 


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351억 원)에 판매되어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해질 녘, 친구 두 명과 함께 길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뭉크는 공포에 질려 다리 난간으로 다가갔다. 그는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면서 자연의 비명을 들었다. 낭만적인 붉은 노을마저 자연재해로 느낄 만큼 불안에 떨었던 인간 뭉크……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1939_2328.png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2.12 - 1944.1.23)는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작가 이다. 『절규(絶叫, The Scream)』는 1893년 작품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이케베르크 언덕에서 핏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괴로워하는 인물을 묘사한 그림이다. 최초의 유화 작품을 그린 뒤에 3점의 작품을 더 제작해서 총 4점의 연작(連作)이 있는데 파스텔로 채색한 네 번째 작품은 노르웨이의 억만장자(億萬長者) 피터 올슨이 소장하고 있다. 바로 이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뭉크는 석판화(1895년)로도 제작하였다. 『절규』 연작은 1994년 4명의 괴한이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작품을 훔쳐간 일이 있었다. 그들은 “Thank you for the poor security”라는 메모를 남겨 놓고 보안 상태를 비웃으며 유유히 사라졌으나 다행히 3개월 뒤 괴한들은 잡혔고 작품은 손상되지 않은 채 돌아와 지금까지 전시 중이다. 


『절규』라는 작품하나가 이토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내면의 공포와 절망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뭉크 자신인 동시에 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다. 그러면 뭉크의 내면세계는 어때서……. 


뭉크의 어린 시절 불행했던 가족사를 돌이켜 보며 그의 내면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열 네 살 되던 해에는 여동생마저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다. 뭉크 자신도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했으며, 몇 년 후엔 다른 동생도 사망했고, 또 다른 여동생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어머니 대신 그를 보살피던 누나마저 결핵으로 어머니 사망 9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군의관이었던 아버지는 바빴고 신경질적인 인간으로 변했으며 뭉크가 20대 때 사망했다. 30대 땐 남동생마저 잃었다. 뭉크는 어머니와 누나가 죽은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단 한순간도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질 못했다. 뭉크의 초기작품 『병든 아이(1885-1886)』는 폐결핵으로 죽어 가던 누나를 떠올리며 병든 소녀가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2077_0789.png
 

뭉크의 그림은 처음에는 독일 예술계가 쪼개질 정도로 후 폭풍을 일으켰으나 오히려 이 소동이 뭉크의 이름을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가게 했고 유럽에서만 100회가 넘는 전시회를 열었다. 뭉크는 생전에 제대로 인정을 받았고 큰돈도 벌었다. 그러나 가족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고 죽음이 현관문을 거세게 두드리라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런 상태에서 뭉크는 절망, 절규, 질병, 늙음에 관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족을 모두 떠나 보내버린 뭉크의 영혼을 달래 줄 대상은 오직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뭉크의 생애 중 등장하는 세 연인과의 관계도 모두 파국으로 끝나고 말았다. 뭉크는 여성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며 두려워했고 자신에게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우울증에서 온 알코올 중독은 그를 계속 따라다녔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뭉크는 마흔 살에 이미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은둔을 택했다. 오슬로 교외에 넓은 땅을 사들여 그 안에 작업실과 큰 저택을 지었다. 그곳에서 홀로 지내며 마지막까지 그림에만 몰두했다. 뭉크에게 작업실 바깥 세상은 고통, 공포, 혼란, 질병으로 가득한 생지옥이었다. 


히틀러 나치정권이 협력을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나치는 독일에 있는 뭉크의 그림을 모두 헐값에 팔아버렸다. 뭉크는 나치에게 그림을 뺐기지 않으려고 농가 깊숙한 창고에 숨겨둬야 했다. 1944년 나치가 망하기 직전 뭉크는 폐렴에 시달리다 80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그가 세상을 하직하며 내뱉은 말, “내 인생은 꼭 낡고 썩은 배가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듯 했다”. 뭉크의 생애는 그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오래 살았는데  무엇이 그의 생명 줄을 이어가게 했을까? 그는 그림을 사랑했고 자기 그림을 스스로 소장했다. 평생 동안 2만5천여 작품을 그렸는데, 이는 그의 작가 생활 60년 동안 매일 한 점 이상을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랑의 힘이 그가 생명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71994_1916.png


뭉크가 떠난 후 그의 작업실을 정리하던 인부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유화,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2만 여점의 작품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외로움 때문에 자신의 그림을 모으는데 열중했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지낸 30년 동안 세상과 소통을 단절하고 지냈지만 밤낮으로 라디오를 켜놓고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뭉크의 작품들은 오슬로의 국립미술관, 뭉크미술관, 베르겐의 국립미술관에 전시되고 있으나 작품량이 많아 순환 전시되고 있다. 


“예술은 자연의 또 다른 면이다. 예술의 결과물은 인간 영혼의 깊은 곳에서 온다. 즉 예술은 인간의 신경, 마음, 머리, 눈을 통해 나오는 것들의 형상이다.” 영혼이 깃든 예술 작품은 작가가 죽은 후에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주택 임대차 개정법의 영향

댓글 0 | 조회 1,840 | 2021.05.12
최근에 주택 임대차 개정법 2020 (Residential Tenancies Amendment Act 2020)은 주택 임대차법 1986 (Residential … 더보기

로힝야 난민캠프 화재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

댓글 0 | 조회 1,396 | 2021.05.12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 큰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며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불길 속에서 난민들은 힘껏 쌓아 올리던 희망의 싹마저 짓밟히는 … 더보기

온몸이 개운해지는 하루 10분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1,310 | 2021.05.12
“아침에 일어나면, 늘 목과 목주변이 불편했었는데 오늘 아침엔 신기하게 목 통증들이 마법처럼 사라졌어요”줌라이브 요가 필라테스 수업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 더보기
Now

현재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댓글 0 | 조회 1,443 | 2021.05.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 더보기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연결될 때 세상을 바꾸는 리커넥트

댓글 0 | 조회 1,316 | 2021.05.12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제 이름은 김인아이고요, 뉴질랜드에서 29살입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수상한 거리라는 단체에서 송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지금 한국에서… 더보기

다 같은 사람인데 왜 다를까?

댓글 0 | 조회 1,445 | 2021.05.12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럴까요? 사람을 서로 다르게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게 부여받는 4가지 인자(因子)가 있습니… 더보기

노만남매를 파키스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을까?

댓글 0 | 조회 3,547 | 2021.05.11
■ 김 무인머리말이 블로그의 주 탐사 주제는 ‘ethnic relations’와 ‘사회주의적 가치의 재발견/부활’ 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 더보기

쌍계사 권역

댓글 0 | 조회 1,100 | 2021.05.11
▲ 쌍계사 대웅전지리산 남쪽 양지바른 겉 지리로 넘어왔다. 지리산은 북으로 흐르는 물이 낙동강이 되고 남으로 흐르는 물이 섬진강이 된다. 여기서부터 섬진강 수계 …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725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없는참새가 되고 싶다.곧 죽어도 짹 하고 죽는참새가 되어눈물은 말랐어도 목쉬게 울고 싶고노래는 못해도 실컷 짹짹거리고 싶다.그… 더보기

신데렐라와 하이디의 방문

댓글 0 | 조회 1,198 | 2021.05.11
“아트 앤 디자인 스튜디오” 오픈준비에 한창인 요즘,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유리문을 열고 숍 안에 들어온다. 쇼 윈도우를 통해 … 더보기

절망은 없다

댓글 0 | 조회 1,438 | 2021.05.11
노동절이 지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최루가스 자욱한 서울이 연상되는 이 날. 반세기 전 청계천 평화시장 골목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더보기

기억장치

댓글 0 | 조회 1,039 | 2021.05.11
나는 정보시스템을 공부하고 강의했다. 정보시스템은 정보를 만들고 제공하는 시스템이니 IPO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위 입력(input), 처리(processin… 더보기

삶은 언어로 나타난다 2

댓글 0 | 조회 1,910 | 2021.05.10
나무가 언제 나무라 불러달라고 했나!산이 언제 우리더러 산이라 부르라 했는가!바다가 언제 바다라 불러달라 부탁한적이 있는가!바람이 언제 바람이라 불리길 원한적이 … 더보기

수면장애(睡眠障碍) 불면증(不眠症)

댓글 0 | 조회 1,400 | 2021.05.08
인간은 평생의 약 3분의 1을 잠자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잠’은 활력 있는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며, 뇌의 휴식상태인 잠은 깨어있는 시간 동안의 ‘삶의 질’을 … 더보기

코로나 블루

댓글 0 | 조회 2,234 | 2021.05.03
코로나 블루는 Covid-19와 우울증(blue)이 합쳐진 신조어입니다.코비드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겪은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것을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이민법무사가 전하는 최신이민정보

댓글 0 | 조회 4,949 | 2021.04.29
코로나-19로 인한 비자심사의 장기간 중단, 연기, 지연 등으로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나타났지요. 결국, ‘비정상의 정상’ 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더보기

무위당 장일순, 물질 만능의 세태를 질타하다

댓글 0 | 조회 1,389 | 2021.04.29
장일순(1928~1994)은 평생 단 한 권의 저술도 남기지 않았다. 언어도단(言語道斷) 곧, 말로는 진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는 동서양의 종… 더보기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의 상관관계

댓글 0 | 조회 2,285 | 2021.04.29
과거와는 달리 정신적 건강의 위험신호와 질병에 대해 거부감이 줄어 들고 있고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신건강의 문제에 … 더보기

강남, 그들만의 세상

댓글 0 | 조회 1,775 | 2021.04.29
“심수련 가방, 송혜교 시계, 전지현 반지...”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5억원에 달하는 연예인 아이템을 주저 없이 사들이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강남 엄마… 더보기

불면증, 이제 그만

댓글 0 | 조회 1,440 | 2021.04.29
‘불면증’이라 함은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또는 ‘수면시간이 너무 짧다’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전날밤에 몇시간을 잤든 간에 다음날 낮에… 더보기

가을 탓인가?

댓글 0 | 조회 1,418 | 2021.04.29
하늘은 눈물이 날 만큼 투명했다.태풍 ‘산바’가 지나간 며칠 후부터 그랬다.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이 산허리를 감아 피어오르고 나무들은 비릿한 냄새를 풍겼다.마당에… 더보기

월드비전에도 BTS가 있다고?

댓글 0 | 조회 1,708 | 2021.04.29
“BTS? 뭐야뭐야~!” 하신 분 계신가요? 월드비전의 BTS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바로 Be The Solution의 약자로 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몸과… 더보기

퀸스타운 중심가의 Ben Lomond 트랙

댓글 0 | 조회 1,407 | 2021.04.29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한 분이라면 뉴질랜드 대표 관광도시인 퀸스타운은 반드시 한번은 방문해 보았을 것이다.그리고 퀸스타운 중심가에 있는 곤돌라를 이용하여 높이 올라… 더보기

Give up the thought of giving up

댓글 0 | 조회 1,108 | 2021.04.29
지난주의 일 입니다. 몇 아이들로 구성된 클라스에 달랑 한명만 출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학이 되다보니 오케스트라 캠프를 간 아이도 있었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 더보기

이 가을, 뒷동네 여인들

댓글 0 | 조회 1,768 | 2021.04.28
이슬도 마르지 않은 축축한 이른 아침부터 마당 의자에 나와 앉아있는 여인이 있군요. 볼품없이 뚱뚱하고 거칠게 생겨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마오리 아줌마였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