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0 개 1,601 오소영

3094eb76f7c3fcf2ef6e4c034bff84fc_1543273202_8333.jpg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그 곡에 맞춰 콩튀듯 뛰는 신세대들의 율동이 상큼 발랄하다.

    

종잡을 수 없는 몸 동작을 우리가 흉내인들 낼 수 있을까?

보는 것 만으로도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그걸 해야한다니 내색은 안했지만 모두가 걱정이었다.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연습이 “텔미”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쉬운게 아니라는 예상이 되었다. 

세대를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나이가 얼마인데... 

젊고 탄력있는 선생님의 시범에 어안이 벙벙해서 탄성을 지르며 부럽기만 했다. 자신없는 몸들이 더욱 경직되는 순간이었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때는 다 어려운 법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단장님 꿈도 대단하시다. 어떻게 마른 장작처럼 뻣뻣한 우리에게 그런걸 가르치려나.

그냥 즐기면서 배우는거라면 몰라도 정기공연 무대에 올릴 중요한 작품의 하나가 아닌가. 

평생을 스스로 몸치라고 단정하고 살았다.

그러기에 시도해 볼 생각도 한번 안 해본 사람이다. 이제와서 그게 되려나. 사교춤이라도 배웠으면 스탭정도는 쉽게 익힐수 있으련만. 별 궁색한 생각이 다 들었다.

 

시작한 날 부터 내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꽉찼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가만히 발동작을 연습했다. 새로운 경험이 즐거웠을까?

춤을 배우려면 노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유투브에서 가사 한소절씩을 따올려 묶어서 전 단원들에게 알려줬다. 가사에 맞춰 곡을 들으니 율동이 조금은 따라하기가 편해진 것 같았다. 선생님의 몸동작을 눈이 아프도록 보고 또 보면서 머리속에 저장해온다 그럼에도 집에와서 해보면 역시 헷갈리고 안된다. 

 

사진 잘 찍는 k여사의 동영상으로 집에서 연습을 계속하게 되니 너무나 다행이다. 참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있다.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눈으로 동작을 그려냈다. 

하지만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보면 또 다시 딴짓으로 망치기가 일쑤다. 머리로는 되는데 실제로는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를 않는다.(이게 늙은거야 어쩔수 없지)

속도 상하고 짜증이 많이 났다. 그나마 스스로 달랠줄 아는 참을성이 나이 값인지 다행스럽다.

아이들은 티브이만 보고도 잘들 따라하기에 쉬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렵기만한게 아니고 힘에도 버거웠다. 한바탕 뛰고나면 숨도차고 무릎관절에도 무리가 왔다.

동작을 크게 하라는데 손 발이 마음같이 안 올라간다는 사실을 젊은 선생님이 알턱이 없다.

빠르게 지나가는 곡을 따라잡아 연결하려면 순발력도 필요했다. 앗차 하는 순간에 순서를 놓치고 어리벙벙해서 서있게되는 허탈감. 참 많은 시간들을 그렇게 맥 빠지게 보내고 또 보냈다. 후후후...

 

우리는 한쪽 손만 쓰는 문화에서 여지껏 살아왔다. 똑같은 동작임에도 왼쪽은 전혀 다르다. 그런게 더 어렵다. 양손으로 식사를 하는 서양 사람들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은 없지 않을까? 괜히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발동작에 맞추면 손이 딴짓을 한다. 손을 먼저 신경쓰면 이번에는 발이 말을 안듣는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다는걸 다시 배운다. 우리 나이쯤 되면 잘하던 사람들도 안되는게 당연하리라 믿는다. 지금와서 몸치 탈출이 어찌 그리 쉽게 되겠는가.

느리게 간신히 익혀간 동작이 빠른 음악이 나오면 정신없이 흩으러진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해왔을텐데 제대로 되는 사람이 없다. 공연날짜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다들 잘 만들어 낼 것임을 믿는다. 의지와 열성으로 똘똘뭉친 우리 단원들의 열정이 결국은 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낡고 녹슬은 기계이다. 뻑뻑한 기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갈고 닦아내야만 한다. 줄기찬 연습으로 오늘도 땀흘릴 단원들에게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본다.

 

엄청나게 큰 야외 무대였다.

잠자리 날개같은 ‘발레복’을 입은 예쁜 아이들이 나를 이끌었다. 함께 춤을 추자고 졸라댄다.

“난 못해 너희들끼리 해.”

난 그들처럼 예쁜옷을 입지도 않았다. 후줄근한 평상복에 그 날은 왜 화장도 못했는지 참 꼴불견이었다.

“빨리 올라와요. 우리랑 같이 춤춰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난 아냐 ‘텔미’를 해야돼...”

‘텔미’를 외치면서 눈이 떠졌다. 아~꿈이었구나.

 

생각해보니 예쁜 어린 발레리나들은 엊그제 ‘산사 음악회’에서 본 그 애들이었다. 귀엽고 깜찍해서 춤추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왔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꿈에서 깨어나며 혼자 실실 웃음이 나왔다.(‘텔미’가 머릿속 깊이 각인되어 있구나)

 

주부의 역활을 아직도 해야만하는 아내로서의 살림꾼. 또는 대가족 속에서 어른으로 사는 분들도 있다. “텔미”를 가족들 보는 앞에서 몸을 흔들기엔 좀 그럴것이다. 손녀가 아기를 안겨줘 증조 할머니가 된 분도 있는데...

“이런 멋진 경험을 해 보는게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단장님 부러우신가? 땀흘리며 연습에 몰두하는 단원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서 조금씩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부푼 마음에 짜릿한 감동도 온다.

 

“.........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기다렸다고 텔미 텔미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 말해줘요 텔미 텔미 텔미

계속 듣고싶어 계속 내게 말해줘 텔미 텔미 텔미.

꿈이 아니라고 말해 말해줘요.....”

 

아이들 사랑놀음 노래가 귀에 못박히듯 깊이 박혀버렸다. 노래가 전해주는 박력으로 나도 매일 매일 젊어지는 기분이다. 어쩌면 좋아...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우리도 이런걸 거침없이 할 수 있다니 행복하다.

 

금년 아홉번째로 접어든 우리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정기 공연이 며칠 안 남았다. 이름처럼 노래가 주 무대인건 틀림없다. 그러나 색다른 한 획을 그을 댄싱도 멋지게 해내야만 한다.

첫 경험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화려하고 찬란한 조명 아래서 ‘텔미 댄싱’을 하다니 가슴이 설렌다. 힘들었던만큼 보람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만큼의 건강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게 정말 자랑스럽다.

과로한 몸이 그 날까지 모두 별탈 없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공연이 끝나도 오래도록 잊지 않고 ‘텔미’와 놀아야겠다. 

상큼 발랄하게.... 내 나이도 잊으면서...

 

겉모습이 달라도 마음은 하나

댓글 0 | 조회 1,876 | 2015.01.28
어떤 사진이든.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담은 하나하나의 영상들이기에 모두가 지나간 추억이 묻어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더욱 특색있는 인상으로 자주 드려다… 더보기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댓글 0 | 조회 1,863 | 2015.09.23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더보기

삶의 축복

댓글 0 | 조회 1,824 | 2017.03.22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신 분.반평생 긴 세월을 그리움 가슴에 싸안고홀로 외로웠던 삶.눈 감으신 고요로움이 차라리 평화로울까?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얼마… 더보기

프라하(Praha)에서 보내온 반가운 영상

댓글 0 | 조회 1,819 | 2016.04.28
예정된 하루의 일과를 별 탈 없이 마친 귀가 길은 늘 산뜻하게 마련이다. ‘하버 브릿지’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석양에 물든 고운빛 물 위에 뜬 ‘요트’들의 한가로… 더보기

숙모 시집오던 날

댓글 0 | 조회 1,799 | 2017.11.22
“어머님이 오늘 새벽에 선종하셨습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받은 전화. 사촌동생이 알려온 숙모 님의 부음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는 있지만 같은 팔십줄의 숙모 … 더보기

꿈을 불러다주는 이 겨울의 선물

댓글 0 | 조회 1,787 | 2016.06.22
한여름에도 발이 시린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걸을때 말고는 발 모시는(?) 일이 눈물겹다.얼마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때아닌 복더위가 찾아와 지금… 더보기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1,780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 더보기

코로나의 선물(?), 늦깎이 삼대(三代)의 소확행

댓글 0 | 조회 1,768 | 2022.02.22
대학 등록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되어온다.나이 삼십을 바라보며 직장생활 잘하던 손녀의 새로운 결심이었다. 현장 경험에서 직접 깨… 더보기

할머니는 외출중

댓글 0 | 조회 1,764 | 2019.08.27
“바쁘다 바뻐...”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감미로운 멜로디로 단잠을 깨운다. 발딱 일어나야 하는데 이불속이 따뜻해서 뭉그적대기가 일쑤다.자리를 털고 일어나… 더보기

북유럽 여행기 (덴마크) 편

댓글 0 | 조회 1,764 | 2013.02.27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네 나라가 서로 자신의 나라가 …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댓글 0 | 조회 1,707 | 2015.06.24
어느 날. 문득 그 집 쪽으로 시선이 멎었을 때다. 무언가 전과 다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 정적이 감돈다고나 할까. 창마다 얌전… 더보기

그 카페

댓글 0 | 조회 1,705 | 2015.05.26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더보기

이만큼 나이 먹어보니 . . .

댓글 0 | 조회 1,702 | 2016.11.23
젊었을땐 남만큼 가진게 많지않다고 투정을 하며 살았다.이만큼 살다보니 이젠 내려다보는 혜안이 열려 지금 있는것만 가지고도 부자임을 감사한다.주제넘은 오만과 편견으… 더보기

발 동동 4시간....

댓글 0 | 조회 1,687 | 2023.08.23
맹_꽁이 멍_청이.내가 스스로에게 붙여 마땅한 조롱이고 별명이다.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망서리다가 햇볕이 반짝 보이길래 산책 나갈 채비를 서둘… 더보기

삶의 그림 속에 창 문 낮은 집

댓글 0 | 조회 1,685 | 2017.04.26
우리말에 노름하는 자식, 빚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보지도 말라고 했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렵게… 더보기

추모사

댓글 0 | 조회 1,662 | 2014.05.13
그들은 이제 겨우 열 일곱살. 싱싱한 나무에 곱게 부풀은 꽃봉오리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봉오리들은 활짝 피워 보지도 못한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즐거이… 더보기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댓글 0 | 조회 1,658 | 2014.06.25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 더보기

포화(砲火) 속에서 찾은 즐거운 추억

댓글 0 | 조회 1,645 | 2013.06.25
6.25전쟁. 한창 봉오리진 내 아름다운 사춘기의 꿈을 몽땅 짓밟아 놓은 어둠의 세월. 피난민으로 정처없던 혼란속에서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맞아야했던 처절한 슬… 더보기

그들의 행 불행을 사람들이...

댓글 0 | 조회 1,635 | 2013.09.25
편지함에 꽂힌 색다른 전단지를 뽑아들면서 어느분의 안타까운 마음에 공감했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였는데 새하얀 몸털에 얼굴 반쪽만 검정털로 특징도 유난스런 고… 더보기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1,630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 더보기

땡 할비 꽃밭

댓글 0 | 조회 1,611 | 2019.11.26
할아버지 집에 며칠째 인기척이 없다. 커튼도 젖혀진채 그대로인데...아침 7시면 어김없이 쇼핑가방을 들고 집 앞을 지나시는 분이다. 늦잠으로 게으름을 좀 떨다보면… 더보기

쉼표없는 낭만이정표

댓글 0 | 조회 1,610 | 2020.07.29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생… 더보기
Now

현재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댓글 0 | 조회 1,602 | 2018.11.27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1,592 | 2014.12.23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 온 나날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게 주어진 일년동안의 과제를 마치고, 추수를 끝낸 느긋한 농부의 마음으로 새해 맞… 더보기

잔인한 달, 나의 4월

댓글 0 | 조회 1,589 | 2017.05.23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누군가 실없는 말로 내 웃음보를 자극해 올 것만 같은 기대로 첫날을 맞았다.고국은 지금 봄이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