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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엎질러진 물을 들고
오늘 설산을 걸어가는 사람
남 알프스를 넘어 국경선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
얼마나 많은 난민들이 저 설산에 묻혔을까
눈길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덮쳤을까
저 하얀 아름다운 눈 속에는 무엇이 묻혀 있을까
봄이 되어 눈이 녹으면 알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산에서 잠들었는지
발바닥에 못이 박혀 쓰러진 사람
동상에 걸려 손가락을 자르고 다리를 자르고
봄이 되어 꽃이 피면 알 수 있을까
어떻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아야 하나
물방울 하나하나에 하늘이 한 개씩 있네
깨진 거울 파편마다 하늘이 하나씩 비치네
파란 하늘이 참 많기도 하지
슬픔의 종점은 슬픔으로 모이지 않고
봄이 되어 꽃이 피면 알 수 있겠지
Someone Walking
Someone walking today over snow-covered mountains
holding history’s spilled water.
A person walking over the Southern Alps heading for the border.
How many refugees are buried on those snowy mountains?
How many people were covered on the snowy roads?
What can be buried in that beautiful white snow?
Can it be known once the snow melts in the spring?
Just how many people have fallen asleep on those mountains.
Someone who collapsed with a nail piercing a foot,
frostbitten fingers cut off, legs cut off,
can it be known when spring comes and flowers bloom?
How to scoop up spilled water?
There is a sky in every drop of spilled water.
One sky shines in every fragment of a broken mirror.
There are so many blue skies.
The end point of sorrow is not gathered as sorrow
so when spring comes and flowers bloom, it will surely be known.
*번역 안선재
♣ 김 승희 :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소월시문학상, 고정희상, 질마재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미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냄비 는 둥둥>>, 산문집으로 <<고독을 가르키는 시계바늘>>, <<바람의 노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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