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꽃보다 할매

0 개 1,431 수필기행

천지가 꽃으로 들썩입니다. 호들갑으로 들었던 꽃 멀미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날들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강변에 오늘은 색다른 한 무리의 꽃들이 어우러집니다. 시 주관으로 열리는 ‘평생학습축제’장을 찾은 사람꽃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예쁜 꽃도 자꾸 보면 싫증나는데 사람꽃은 볼수록 예쁘다고 하시던 옛 어른들 마음도 헤아려집니다. ‘사람’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대상이 그만큼 소중해진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된 것이지요. 꽃과 사람으로 북적이는 축제장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백일장에 참가하신 어르신들입니다. 그분들의 잔치인 ‘문해백일장’은 축제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종목 중의 하나거든요.


그것은 까막눈에서 해방된 어른들이 새로 익힌 우리말 실력으로 글재주를 겨루는 행사입니다. 우리 지역에는 글 배울 기회를 놓친 어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습니다. 종교단체나 복지센터 찾아가는 한글교실 등 ‘문해교육기관’이 그것입니다. 수강생들이 모두 여성인 것은 남녀차별이 심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딸로 태어났기에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아들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한 노동으로 허리가 휘어진 누이. 자식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느라 손에 물마를 날 없었던 엄마. 늙고 병들어서야 서러운 일생이 한이 되어 한글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입니다.



백일장을 주관하는 기관의 봉사자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사용할 필기구와 원고지 간식 등을 준비하고 작품을 심사하고 시상을 돕는 것이 오늘 할 일이예요. 참가자는 일흔부터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70여 명의 할매들입니다. 백일장이라지만 글제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자유주제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이 있었거든요. 운문과 산문으로 나누는 여느 백일장과는 달리 각자의 수준에 맞게 예쁜 글씨쓰기와 삼행시, 그리고 글짓기 중 하나를 골라 쓰도록 했습니다. 봉사자들이 나눠준 연필로 원고지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행복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참가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애국가 1절을 베껴 쓰는 ‘예쁜 글씨쓰기’였어요. 글자를 온전히 알지 못해서인지 베껴 쓰는 데도 맞게 쓴 것들이 드물었습니다. ‘삼행시’를 쓴 참가자가 두 번째, ‘글짓기’를 택한 어르신은 의외로 적더군요. 글짓기에 도전한 분들은 비교적 우리글 실력이 좋았습니다. 손자에게 편지를 쓰며 감격한 이야기. 은행에서 자신의 힘으로 돈을 찾고 택배용지에 아들딸의 주소와 이름을 쓸 줄 알게 된 기쁨. 자신이 타야 할 버스번호를 익혀서 스스로 그 번호판 앞에 가서 기다린다는 자신감. 거리에 늘어선 간판을 읽으며 느끼는 행복감이 나이든 소녀들의 글에 보석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오늘 최우수 작품은 ‘인생사’를 주제로 쓴 삼행시였어요.


‘(인) 인물 좋다고, (생) 생각했는데, (사) 사진을 보니 늙었다.’


짧은 문장에 말하고자 하는 뜻이 명쾌하게 드러나 있는 글이지요? 제대로 글을 배웠다면 이름 있는 시인이 되었을 재주라며 심사에 참여한 모두가 안타까워했답니다. 산문을 쓴 분들의 이야기는 진정성 면에서 웬만한 작가도 따르지 못할 명작들이었어요. 배움에 때가 있다면 나이보다 꼭 필요한 순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절을 잘 만나서 제 나이에 글을 익힌 나에게는 배우는 기쁨이 그렇게 절절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새로 배운 글자로 일기와 편지를 쓰는 참가자들. 일상에서 얻는 느낌을 글자로 표현하며 글 쓰는 행복에 젖는 할머니들.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 새롭게 태어나는 즐거움을 행간마다 쏟아내는 작가들. 문맹에서 깨어난 기쁨과 긴 세월 상처 받은 사연들을 작품 속에 깨알같이 쏟아낸 어르신들의 고백에 흠뻑 젖었던 시간이 좋았습니다. 어린이 마음이 좋은 글을 쓰는 바탕이라는 것을 배운 귀한 시간이었지요. 글에 순위를 정하고 진행을 돕는 봉사자라는 것을 잊고 글속에 빠져 보낸 봄날이었습니다.


산과 들과 강변이 온통 꽃 천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꽃들이 향기와 자태를 뽐낸다고 해도 오늘의 으뜸 꽃은 할매들입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뒤늦게 밝은 세상을 만난 늦깎이 학생들. 잔치마당을 빛낸 그분들이 남은 날들도 꽃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 최 현숙 


1599f5615394be1975b98f96b50c2719_1653344137_9982.jpg
 

내 사랑 파미

댓글 0 | 조회 1,385 | 2022.06.14
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6월이 한 주를 훌쩍 넘어버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삼켜버렸다.어제부터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이 되어 한… 더보기

나의 시계는 한 시간이 빠르다

댓글 0 | 조회 2,528 | 2022.06.14
Day light saving (섬머타임)이 끝난지 이미 오래지만 제 차의 시계는 아직도 한시간이 빠른 그 때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만 타면 한 … 더보기

여러분을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

댓글 0 | 조회 1,334 | 2022.06.14
“人(인)사이트: Into North Korean” 제작하게 된 계기:리커넥트 단체를 세운 이송민 대표와 김인아 이사는 2018 년도와 2019년 라선과 평양을 … 더보기

정부, 국민당 5대 물가 대책 수용해야

댓글 0 | 조회 1,442 | 2022.06.14
▲ 중간 주택에 대한 주간 모기지 이자 비용뉴질랜드 경제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원인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탓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지만, … 더보기

나도 대세! 대세는 전기차! 장단점 정리!

댓글 0 | 조회 2,389 | 2022.06.14
최근 도로에 보이는 전기차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마 전기차 장점이 점점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앞으로 대세가 될 운송수단이 될 텐데요. 많은 사람들의 관… 더보기

쌀은 인간에게 가장 맞는 식물

댓글 0 | 조회 1,227 | 2022.06.14
우리가 왜 하필 주식으로 쌀을 먹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왜 선인들이 하필 쌀밥을 우리나라의 주식으로 하셨을까요? 밀도 있고 조도 있고…… 많잖아요? 저도… 더보기

뉴질랜드 경찰서 초청으로 다민족 미디어팀, 웰링턴 경찰대학과 경찰본부 방문

댓글 0 | 조회 1,851 | 2022.06.11
지난 6월 8일과 9일, 양일간 뉴질랜드 경찰서 초청으로 다민족 미디어팀 및 협력단체 20여명이 웰링턴에 위치한 경찰대학(Royal NZ Police Colleg… 더보기

전립선암(前立腺癌)

댓글 0 | 조회 1,500 | 2022.06.11
김지하(金芝河) 시인이 1년여의 전립선암 투병 끝에 지난 5월 8일 원주시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시인은 7일부터 죽조차 먹기 힘들었… 더보기

올겨울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세요-독감 접종

댓글 0 | 조회 1,698 | 2022.06.02

新이민정책과 최신 이민뉴스

댓글 0 | 조회 3,854 | 2022.05.25
실로, 오랜만에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COVID-19) 이전의 시절처럼, 5월 2일부터는 한국인 국적자가 무비자 신분으로 뉴질랜드에 도착하고 있답… 더보기

새벽의 하산

댓글 0 | 조회 1,214 | 2022.05.25
시인 이 운룡산이 하늘을 들어올려 몸 부풀리다한쪽 어깨가 삐긋해제 무게를 내려놓고영영 깊은 도량에 푹 빠져 있다다른 꼬임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 양세차게 흔들어 … 더보기

봄에 심으라 하였더라

댓글 0 | 조회 1,298 | 2022.05.25
30여 년 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의 도시, 취리히와 제네바를 둘러보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도시 어느 곳에 텃밭이 있었고 두어 평으로 나누어 개인별로 … 더보기

나의 해방일지

댓글 0 | 조회 1,507 | 2022.05.25
비가 온다. 가을을 미처 즐기기도 전에 겨울이 온 거 같다.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고즈넉한 겨울의 운치를 맛보고 있다. 삶에 대한, 계절에 대한 해방감이 온 몸을… 더보기

코로나보다 무서운 골목상권 침해

댓글 0 | 조회 2,016 | 2022.05.25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오래된 주제이며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뉴질랜… 더보기

따라하다 스르르 잠드는 마법의 숙면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1,155 | 2022.05.25
밤마다 잠을 설치고 깊게 잠을 못 이루고 있으신가요?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불면증...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할텐데요. 대부분 과도한 … 더보기

돌빵구지는 지금 어찌 변해 있을까? 궁금하네요

댓글 0 | 조회 1,361 | 2022.05.25
촘촘한 집들 사이로 골목길을 빠져 나가면 갑자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야가 환해진다.멀찍이 앞을 가로막는 뚝길이 길게 뻗어있다. 그 뚝엔 들풀들이 지천으로 엉켜 … 더보기

Feynman Technique을 사용하여 공부하는 방법(2)

댓글 0 | 조회 1,867 | 2022.05.25
지난호에는 Feynman 기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왜 이 기법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왜 그렇게 효과적입니까?이 기술이 효과적인 데에는 몇… 더보기

2022년 골프 용품 산업 빙하기

댓글 0 | 조회 1,481 | 2022.05.25
예전에는 1년 생산 일정을 잡으면서 원료와 생산 비용등을 결정하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코로나 상황에서 원자재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 더보기

유언장 없이 사망시 어떻게 되나요?

댓글 0 | 조회 2,276 | 2022.05.24
유언장은 무엇인가?유언장은 사망시에 여러분의 의도를 명시한 문서입니다. 유언장에는 본인의 재산이 어떻게 분배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배우자 및 자녀들과 같은 부양가… 더보기

뉴요커 대화에는 왜 감탄과 질문이 많을까? 공감력은 소통의 핵심

댓글 0 | 조회 1,252 | 2022.05.24
대부분의 불행은 ‘같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의사소통,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면 불편하다. 갈등하고 대립한다.말하는 사람과 … 더보기

개발도상학생

댓글 0 | 조회 1,891 | 2022.05.24
몇 살이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어느날, 상기된 얼굴로 조회 단상에 오르신 선생님의 입을 통해 생전 처음듣는 한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에… 더보기

WONDERFUL! 가장 한국다운 시도에 온 세계가 답하다

댓글 0 | 조회 1,324 | 2022.05.24
2002년 6월 4일, 부산 범어사에 외국인 축구광 4명이 찾아왔다.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싶어 템플스테이에 … 더보기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권리와 의무

댓글 0 | 조회 3,350 | 2022.05.24
뉴질랜드는 다양한 법령으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권리와 의무를 정의하고 있기에 뉴질랜드에서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권리와 의무를 잘 … 더보기
Now

현재 꽃보다 할매

댓글 0 | 조회 1,432 | 2022.05.24
천지가 꽃으로 들썩입니다. 호들갑으로 들었던 꽃 멀미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날들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 강변에 오늘은 색다… 더보기

하단, 중단, 상단, 뇌를 영양하는 식물

댓글 0 | 조회 1,247 | 2022.05.24
식물 중에서 호두나 잣, 밤 같이 높이 매달려서 열리는 열매는 상단(上丹)에 영양을 줍니다. 상단에 작용해서 뇌에 좋은 기능을 하는 식품인 것이지요. 가지, 고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