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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인생

0 개 1,991 김지향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황금시대인가? 황금 카드를 준다고 하니 말이다. 오는 크리스마스 날이 D-day이다. 그런데 영 기력이 없다. 기력이 넘쳐나야 황금시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요즘, 허리가 아프고 무릎 다리까지 오는 통증을 참아가면서 108배를 하고 있다. 황금시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심신단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기력충전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는 범신론자처럼 우주의 모든 것을 다 인정하면서 산다. 나에게 유익하다면 다 경험해보자는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데, 그냥 살다 보니,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인연 닿는 대로 다 만나보기로 했다.

마침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이 9월 18일 개학이라고 해서 선뜻 불교대학에 입학신청을 했다. 불교철학도 궁금하고. 입학금이 비싸지도 않고 하여 부담감 없이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아태유럽정토불교대학 1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각 조마다 7~8명의 도반들이 있고, 진행자와 도움이가 함께 수업을 한다. 진행자와 도움이는 무료 봉사자들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다 무료 봉사자들이라고 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70분 정도 다 함께 수업을 하는데, 일주일 동안 법륜스님 법문을 듣고, 책을 통해 미리 예습도 하고, 매일 수행학습을 해야 하고, ‘법륜스님 즉문즉설’ 참여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할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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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일주일 동안의 수행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발표하는데, 그 발표를 들으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나이 성별 직업 환경 가족구성원이 다 다른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서 더 흥미롭게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 거 같다.

매 주마다 수행해야할 주제가 바뀌었는데, 11월 10일부터 108배와 명상을 함께하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한 주만 108배 수행을 체험해도 괜찮고, 2주에서 그만둬도 되고, 삼칠일, 백일, 천일수행까지 나가도 된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해나가는 수행이라서 부담은 전혀 없다.

처음 108배가 힘들면 21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늘려 가면 된다고 했는데, 욕심 사나운 나는 처음부터 108배에 도전을 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만,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운동 겸 겸사겸사 열심히 했다.

운동을 늘 해왔던 사람들에겐 108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만 나에겐 고행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방안에서 할 수 있는 심신단련이니, 나 같은 사람에겐 최적의 운동이며 수행일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그 다음 날부터 몸살이 나서 고통스러웠다. 수행자들 중에는 무릎에 물이 차서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부터 여러 이유로 제대로 108배 수행을 한 사람은 우리 조 수행자의 반밖에 안 되었다.

만약 나 혼자 108배를 했다면 초반에 그만 두었을 거 같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하고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에 힘입어서 매일 같은 시간에 꾸준히 해나갔다.

삼칠일만 지나면 몸에 익는다고 했는데, 아직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몸살은 그친 거 같고, 108배와 명상 덕분에 기력이 생기는 것은 확실하다. 그 기력이 하루를 겨우 채우지만, 그것도 나에겐 아주 큰 선물이다. 

황금시대를 제대로 살아가려면 108배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넉 달째 복용하고 있던 진통제를 어제부로 끊었다. 오전에 복용하는 약은 끊고 밤에 먹는 약만 복용한다. 그것도 나에겐 아주 큰 성과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는데, 몸의 근력과 마음의 근력은 다 함께 단련이 되는 것 같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살까지 겹쳐서 앓아누워가면서도 꾸준히 해나간 내 몸과 마음에 감사했다. 모두 다 황금시대를 제대로 잘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황금시대라고 해봤자 뒤늦게 재미 붙인 공부를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이 전부이다.

50줄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아버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어공부를 하셨다. 독학이라서 발음은 엉망이셨지만, 자식이 사용했던 영어사전이 나달나달해질 정도로 읽고 쓰고 외우기를 반복하셨다. 이런 아버지 글씨체를 보면 완전 달필이시다.

그래도 아버지의 그 미련함 덕분에 황혼기에 황금인생의 길이 펼쳐졌을 것도 같다. 환갑 여행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부부동반으로 외국여행도 자주 하셨으니 말이다. 페키지 여행이 아닌 오붓한 두 노인네들만의 여행이었다. 

알토랑 같은 여행이었는데,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위와 딸 덕분에 두 달 동안 유럽일주를 하실 수 있었고,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덕분에 한 달 동안 미국여행을 하실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는 네 번이나 오셨다 가셨고, 팔순 때도 뉴질랜드에서 네 딸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셨다.


아버지가 외국여행을 목적으로 영어공부를 하셨던 건 아니었다. 그냥 공부가 하고 싶어서 영어를 선택해서 독학을 하셨던 것인데, 동생과 자식들이 외국에 살게 되어 뒤늦게 호사를 누리신 거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공부하신 영어는 외국여행 중에 거의 써먹을 수 없었다. 

내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내게 진짜 필요한 영어공부는 안하고 한글뿐인 책들만 좋아하는 나 자신의 미련함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안에서 독서 삼매경 중이다.

뒤늦게 철학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철학책들에 빠져 버렸고,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영어는 아예 담 쌓은 지 오래 된다. 알던 단어나 문장들도 다 잊어버렸다. 한글 낱말도 생각이 안 나서 쩔쩔 맬 때가 많은데, 영어는 오죽하랴.

이런 걸 똘기라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혼자 놀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놀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금방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일 년도 후딱 지나간다. 한 것도 없이 훨훨 날아간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내 편할 대로 살자.’ 이렇게 마음먹고 미련을 떨면서 놀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우리 집 방 하나를 빌려 쓰고 있는 마빈의 엄마 릴리로부터 온 메시지다. 유럽 여행 중 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한 것이다. 스위스에서 찍은 가족사진과 함께.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났다. 그녀가 마빈과 떠날 때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나서이다. 요가 숙제를 해야 한다. 적어도 그녀가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는 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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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황금시대가 무척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완전 포기해버린 영어 공부도 조금씩은 해야겠다. 와~ 대체 내가 해야 할 공부가 몇 개나 되는 건지. 불교대학 공부. 108배와 명상. 요가. 영어. 철학. 갑자기 너무 많아진 과목이다. 

이 오지랖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단 하나도 뺄 수가 없다. 다 필요한 것이며, 철학이 제일 재미있는 과목이라서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요즘은 니체한테 푹 빠져있다. 어려서 이렇게 하고 싶은 공부가 많았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점점 빨라지는 시간에 비해 머리와 몸은 점점 더 둔해지는 이때에 알고 싶어지는 것은 왜 이리도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생활하는데 진짜 필요한 것들은 멀리 하고, 과거에 놓친 책들에 대한 미련에 미련을 떨고 있는 거 같다.

그래도 앞으로 넘쳐나는 건 시간뿐이고, 시간이 금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내 황금시대는 눈앞에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황금 문이 열리겠지. SUPERGOLD CARD가 황금 문을 열 열쇠가 되려나! 그래. 못 먹어도 GO. 나가자 앞으로~~ 황금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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